경제학/경영학 분야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7-07-05 20:29
조회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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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역자: 송경진

출판사: 새로운현재(2016)

 

목차

1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1장 제4차 산업혁명의 정의

2장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

3장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

2부 제4차 산업혁명의 방법론

체내 삽입형 기기 디지털 정체성 새로운 인터페이스로서의 시각

웨어러블 인터넷 유비쿼터스 컴퓨팅 주머니 속 슈퍼컴퓨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저장소 사물인터넷 케넥티드 홈

스마트 도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과 의사결정 인공지능과 화이트칼라 로봇공학과 서비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공유경제 정부와 블록체인

3D 프린팅 기술과 제조업 3D 프린팅 기술과 인간의 건강

3D 프린팅 기술과 소비자 제품 맞춤형 아기

신경기술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하여

     

<북 리뷰: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파괴적 혁신에 대한 개괄적 이해>

저자 소개 및 책의 특징

클라우스 슈밥(1938~)은 독일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경제학자로서 약관 33세인 1971년 유럽경영포럼을 창시했으며 1987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다보스포럼은 그저 그런 많은 포럼 중 하나가 아니다. 필자가 리뷰했던 산드라 나비디의 슈퍼허브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듯이 이 포럼은 그야말로 글로벌 정치·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포럼으로 파워엘리트들이 모여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다보스포럼의 성격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비디의 저서를 읽은 후 이 포럼의 살체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일반대중의 복지와 안녕을 염려하는 포럼이라기보다는 소수의 파워엘리트들 간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이들의 경제 권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포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특히 이 포럼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경우 개별적으로 등급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 가운데 거기에 맞는 행사와 파티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필자의 생각이 기우(杞憂)이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저자 클라우스 슈밥은 이 포럼을 창설해 지금까지 계속 회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야심가로 보인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다보스포럼의 전신이 유럽경영포럼을 창시한 이래 지금까지 40년 넘게 이 포럼을 운영하면서 세계적인 민관조직으로 키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나비디의 저서를 보면 슈밥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슈밥은 1972년부터 2002년까지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에서 경영정책을 가르쳤으며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의 가장 최근 저서라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책은 슈밥 개인의 저서라기보다는 다보스포럼이라는 조직을 통해 완성된 연구보고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사항은 모두 1부에서 다루고 있다. 2부는 1부에서 언급했던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20여 분야에서 향후 10년 이내에 발생할 변화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전반적인 변화와 충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변화의 윤곽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겠다. 따라서 이 책은 이 주제와 관련된 입문서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저자와 여러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4차 산업혁명의 충격(2016)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 대해, 2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파급효과에 대해, 3부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에 대한 개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부 내용은 중복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책과 상보적이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파괴적 기술에 대한 더욱 상세한 논의에 관심 있는 분들은 국내 전문가 15인이 공동 집필한 4차 산업혁명과 빅뱅파괴의 시대(2017)를 참조하기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새로운 미래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그만큼 기술이 혁신적일 뿐만 아니라 기술변화 자체가 너무 빨라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총체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전문가는 이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 현황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가져올 변화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은 제대로 알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경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세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제대로 이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개인과 국가가 생존을 위해 최선이다

 

3차 산업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은 무엇이 다른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20161이란 주제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런데 필자로서는 제3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지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이행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치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공식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제를 장악하려는 음모(?)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빠른 시일에 다음 산업혁명으로 이행한다는 것이 전례가 없는 일이다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3차 산업혁명을 출간한 것이 2011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90년대 중반, 나는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의 새로운 수렴 현상이 목적에 닥쳤음을 인식했다. 인터넷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들이 곧 서로 융합하여 세계를 변화시킬 3차 산업혁명을 위해 새롭고 강력한 기반을 창출할 것이다.”(10) 리프킨은 사물인터넷(IoT)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결합을 바탕으로 진행될 경제 전반의 변화를 3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한 것이다. 그의 견해가 맞다면 제3차 산업혁명은 시작한지 불과 20여년 경과했으므로 새로운 산업혁명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그렇지만 저자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은 리프킨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에서도 제3차 산업혁명은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아날로그 기술에서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을 통해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3차 산업혁명은 곧 디지털혁명이라고 보며 현재 진행중인 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은 21세기 시작과 동시에 출현했다.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ubiquitous and mobile internet), 더 저렴하면서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다.”(25)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보충 설명한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기와 시스템을 연결하고 스마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훨씬 더 넓은 범주까지 아우른다. 유전자 염기서열분석(genome sequencing)에서 나노기술, 재생가능한 에너지에서 퀀텀 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거대한 약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기술이 융합하여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분야가 상호 교류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종전의 그 어떤 혁명과도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26)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4차 산업혁명은 분명 제3차 산업혁명과 구분해도 될 정도로 실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여기서 제3차 산업혁명의 시대구분에 대해 논쟁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견해 차이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도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뚜렷이 다른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 필자의 의도다. 그리고 그것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 또는 빅뱅 파괴(Big Bang disruption)라는 용어에 압축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지는 않더라도 한 가지 뚜렷이 다른 점은 최근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기술수준이 임계치(critical level) 내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은 기술의 파괴적인 특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기술적인 면에서 파괴적인 특성을 보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기계파괴운동으로 잘 알려진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이런 특성을 상징한다. 2차 산업혁명으로 마차가 자동차로 대체되었을 때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데 과거에는 구시대의 직업(예컨대 마부)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직업(예컨대 운전기사)이 등장해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의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20세기 초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70퍼센트를 넘었지만 지금은 고작 2퍼센트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면서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그동안 농업에서 방출된 노동력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흡수되었다. 한 마디로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이 늘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자리 자체가 원천적으로 사라졌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이것이 바로 파괴적 기술의 본질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이 융합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그리고 이것이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은 과학기술과 디지털화가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흔히 말하는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말이 적확하다. 우리는 주요 과학기술의 혁신이 전 세계에 일으킬 중대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29)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특성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특성을 세 가지 관점에서 요약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물리학 기술, 디지털 기술 및 생물학 기술이다. 물론 이것은 제4차 산업혁명의 바탕에 있는 기본적인 기술을 표현한 것이며 이를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거론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나노기술, 합성생물학, 유전공학, 3D 프린팅, 자율주행차량 등은 모두 이런 기술들을 응용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디지털 기술, 즉 정보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신개발과 신기술에는 하나의 공통된 특성이 존재한다. 디지털화와 정보통신기술의 광범위한 힘을 활용한다는 점이다.”(36)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패턴 인식 기능이 엄청나게 향상되어 모든 분야에서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말하는 수확가속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은 바로 정보기술의 이런 특성을 지적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정보기술 전 분야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자신의 저서 마음의 탄생에서 정보기술은 지구에 국한되지 않고 은하계로 나아가 우주 전체로 확대·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분히 과장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정보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기술을 응용한 핵심 분야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의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이 융합해 일자리 소멸이라는 엄청난 파괴적 혁신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재차 산업혁명의 가장 어두운 부분으로서 현재로는 누구도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과거의 사례를 들면서 새롭게 일자리가 창출되어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낙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지금까지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이에 따라 새롭게 일자리가 창출되어 소멸되는 일자리를 보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서비스업에서 근본적으로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이 일반화되면 노동자들은 더 이상 대안이 없다. 제조업이나 농업 분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누구를 위한 산업혁명인가?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이번에는 분명 과거와 다르다면 과연 제4차 산업혁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만약 모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제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산업혁명이 인류 복지에 기여했던 전통을 계승할 수 있다. 과연 그러한가? 현재 진행되는 산업혁명의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인가? 이들은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변경 불가능한가? 필자의 소견으로는 승자와 패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변경 불가능하다. 이것이 파괴적 혁신으로서 제4차 산업혁명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게 되는 계층은 소비자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이미 브랫 킹의 증강 현실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의 저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일견 당연한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집단은 소비자다. 삶의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등의 재화를 거의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터넷과 스마트폰, 수많은 앱을 통해 더욱 간편하고 생산적인 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다.”(33)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증강 인간(human augmentation 또는 human enhancement) 그리고 초인간주의(trans humanism)와 같은 표현은 모두 새로운 기술발전으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인류를 묘사하는 용어들이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기업들, 예컨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 및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의 활성화로 초연결사회가 실현됨에 따라 고객들의 정보를 이용해 최대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이익 면에서나 시가총액 면에서 이들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5월 기준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애플(7,112억 달러), 2위는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5,784억 달러), 3위 마이크로소프트(4,993억 달러), 4위 버크셔헤서웨이(4,145억 달러), 5위 아마존(4.032억 달러), 6위 페이스북(3,859억 달러) 순이다. 이 가운데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대주주로 있는 버크셔헤서웨이만이 전통적인 기업이고 나머지는 모두 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초국적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얻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초강력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정보 면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려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 현황, 소비자 패턴, 기후변화, 금융시장의 현황, 경쟁기업의 상황 등과 관련해 우월한 정보를 보유한 기업은 다른 기업들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정보가 모든 것(Information is everything)”이라는 명제가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와 같이 제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와 피해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생활 전반에서 혜택을 입게 될 것은 분명하다. 미래의 소비자들은 훨씬 더 스마트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이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이용해 이메일을 주고받게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혜택이다. 따라서 소비자로서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비용을 덜 들이면서도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문턱에 와있다. 이와 같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예상되는 파괴적 혁신의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효율성이다. 즉 우리는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한가? 이것이 진정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 이미 많은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듯이 인간에게는 효율성 못지않게 공평성도 중요하다. 최후통첩게임(ultimate game)은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어떤 기술도 공평성의 측면에서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부터 이 개념을 염두에 두고 기술이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공평성을 함양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한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기서 상세히 논할 형편은 아니지만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은 향후 공평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관해서는 별도로 다룰 것이다.

 

이와 같이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술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줄이고 유휴자원과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경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결합만으로도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동안 불가피하게 여겨졌던 비효율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 예컨대 의료분야나 물류분야에서의 비효율을 생각해보라.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은 이런 비효율을 상당 부분 제거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많은 분야에서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도 결국 비용 절감을 통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인 수혜자는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자, 선도 기업의 주주,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혁신가와 같이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들로 제한될 것이다. 반면 피해자는 사무직 근로자와 비숙련 노동자 계층일 것이다. 숙련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은 파괴적 기술혁신의 와중에서도 생존할 것이다. 소비자가 수혜를 본다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로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혜택 자체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서 지금 시점에서 이런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막연하게 자신은 피해자로 분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집단 착각으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저자도 유사한 견해를 갖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집단은 소비자다. 삶의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등의 재화를 거의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터넷과 스마트폰, 수많은 앱을 통해 더욱 간편하고 생산적인 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다.......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문제는 대부분 공급과 관련된 노동과 생산 부분에서 발생한다........그 결과 제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는 이노베이터, 투자자, 주주와 같은 지적·물적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 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33)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노동의 종말이라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기술 개발을 중단할 수는 없는 딜레마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구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 저자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저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인가?

이 책의 핵심은 2025년 무렵 21개 분야에서 발생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의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영향을 개관한 데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이런 이로 인한 극적인 변화 과정에서 경제 전반, 기업 부문, 국가와 정부, 사회 전반 그리고 개인에게 미칠 영향을 개략적으로 다루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가 아니라 개론서라 할 수 있다. 아직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런 개론서도 지침서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임을 새삼 강조한다. 이 가운데 저자가 특별히 제4차 산업혁명이 경제성장에 기여할지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기술혁신이 반드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통계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이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경제전문가들 역시 의견이 갈린다. 기술 회의론자들은 디지털 혁명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여는 이미 모두 이루었고, 생산성에 대한 영향력도 거의 끝났다고 본다. 이와 반대로 기술 낙관론자들은 과학기술과 혁신이 현재 변곡점에 머문 것뿐이고, 곧 생산성 급증과 높은 경제성장을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57)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서나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대립해왔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에는 비관론자의 견해가 옳은 것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지만 저자는 과학기술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은 경제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으로 GDP를 측정하는 것은 디지털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성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디지털시대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GDP를 측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풋과 아웃풋을 측정하여 생산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창출되는 혁신적인 재화와 서비스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능성과 품질을 갖추었지만, 우리가 기존에 생산성 지표로 측정하던 시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이런 조건하에 소비자잉여가 총매출이나 수익 증대에 반영되지 못해, 기존의 통계방법으로는 실제 가치 상승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다."(62) 저자가 지적한 대로 시장 자체의 변화로 인해 생산성의 측정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새로운 방식으로 GDP를 측정해야 새로운 기술혁신이 생산성에 기여한 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또 다른 이론 모형을 전제해야 가능한 어려운 작업이다.

 

경제성장 문제 외에 거시적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충격이 가장 큰 분야는 노동시장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저자는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보면 한 가지는 확실해진다. 새로운 기술은 산업 분야와 직종의 구분 없이 모든 노동의 본질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는 점이다.”(66) 그러면서 덧붙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빠른 시일 안에 변호사, 재무분석가, 의사, 기자, 회계사, 보험판매자나 사서와 같은 다양한 직업군 역시 부분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자동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이렇다. 4차 산업혁명으로 창출되는 직업은 과거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한 직업의 수보다 분명히 적다.”(68)

 

이 문제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자료는 옥스퍼드 마틴 스쿨(Oxford Martin School) 연구원인 경제학자 케를 베네딕트 프레이(Carl Benedikt Frey)와 기계학습전문가인 마이클 오스본(Michael Osborne)의 연구 결과다. 이들은 자동화가 될 확률이 높은 702가지의 직업에 순위를 매겨, 과학기술 혁신이 실업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수치화했는데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아마도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미국 내 모든 직업의 약 47퍼센트가 자동화로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이 예측한 대로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덧붙여 노동시장에서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미래에는 비단 제4차 산업혁명뿐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지정학적 변화와 같은 비기술적 요인과 새로운 사회적·문화적 규범에 따른 새로운 포지션과 직업이 등장할 것이다.......이에 따라 저직능·저급여고직능·고급여에 따른 노동시장 분리는 심화될 것이다. 실리콘벨리 소프트웨어 기업가이자 작가인 마틴 포드(Martin Ford)의 예측대로 우리가 만약 제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직무기술 피라미드의 기반이 공동화될 것이며 이에 따른 불평등과 사회적 긴장감이 심화될 것이다.”(74) 일자리 자체가 소멸될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일자리들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다면 이는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켜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앞으로 노동의 본질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휴먼 클라우드(Human Cloud)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런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휴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주도하는 경제에서는 기업과 노동 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과 같은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은 의미가 없고 휴먼 클라우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고용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동시장의 이러한 변화로 디지털 경제에서 기업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누리는 이점은 분명하다.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기업은 지금 최저임금제와 고용에 따른 각종 세금에서 자유롭다.”(82) 이것은 곧 노동자들이 법적 지위나 복지 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뜩이나 협상력 면에서 기업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더욱 협상력을 상실한다면 노동자의 위상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염려스럽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프리랜서로서 자유롭게 활동하게 된다는 말로 정당화시키기 어렵다. 안정된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만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저자도 이런 위험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명한다. 휴먼 클라우드는 인터넷 연결만 가능라다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전문 인력의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인가, 아니면 규제가 없는 가상의 노동 착취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바닥을 향한 멈출 수 없는 레이스의 시작일까? 만약 결과가 후자라면,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를 전전하며 노동권리도, 단체 교섭권도, 고용 안정도 없는, 프로카리아트(procariat; precariousproletariat의 합성어)의 세상으로 가는 여정의 시작이라면 이는 사회적 불안감과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강력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83) 마지막 문장을 의문부호로 끝낸 것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염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인 희망사항의 차원의 문제가 사회와 국가의 존속에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기업, 정부, 사회 및 개인이라는 다양한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충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모두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노동시장에 미칠 충격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언급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다 먼저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권력 이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권력이 국가에서 비국가 세력(non-state actors)으로, 저명한 기관에서 느슨한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수용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사회적 집단,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실제로 누구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미시권력(micro-power)은 이제 국가 정부와 같은 거시권력(macro- power)을 제재할 수 있게 되었다.”(113)

    

여기서 특히 몇몇 초국적기업들은 일반 대중에 대해 정부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모든 권력은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얻는 정확한 정보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권력이 정부로부터 기업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가 온존하게 존속하려면 스마트한 정부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스마트한 정부가 되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정리하면, 필수적인 공공 기능과 사회적 소통, 개인 정보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편입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는, 정부가 업계, 시민사회와 협력해 정의, 경쟁력, 공정성, 포용적 지적 재산, 안전 그리고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117) 한 마디로 포용적 제도를 마련하는 정부는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민주국가의 정부라면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파괴적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인 불평등의 악화에 관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승자와 패자를 확연하게 구분할 것이다. 과거와 같은 낙수효과(落水效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패자에 해당하는 일반 근로자 계층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Homo Deus에서 지적한 대로 쓸모없는 계층(useless class)”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과거 일반대중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융합 및 발달로 이들의 역할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계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냉혹한 시장논리에 의해 그렇게 된다는 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모두 말을 삼가고 있지만 하라리의 표현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견해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저자도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 입장인데 다음과 같이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경제와 기업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논의는 오늘날까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한 다양한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지도 모른다. 로봇과 알고리즘이 점차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고, 투자는 자본집약성이 완화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시장은 전문적 기술이라는 제한된 범위로 더욱 편중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플랫폼과 시장은 소수의 스타들에게 지나치게 큰 보상을 주게 될 것이다.”(149) 향후 불평등이 더욱 악화될 것은 확실시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저자는 이 책에서 일관되게 모호하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짐작컨대 다보스포럼이라는 글로벌 차원의 파워엘리트 집단을 위한 포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슈퍼스타 효과(superstar effect)”와 같이 소수의 혁신적인 기업가에게 지나치게 큰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우려한다. 이것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또 다른 무시할 수 없는 변화는 개인의 정체성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쟁점이 될 수 있다. 무엇을 위한 산업혁명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과 연관된 문제다. 만약 보편적으로 개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없는 기술혁신이라면 이는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양면성이 있기에 이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어쨌든 제4차 산업혁명은 과거보다는 훨씬 더 인간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개인에게 미칠 영향은 다양하다. 정체성뿐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오너십에 대한 개념, 소비 패턴, 일과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 경력을 개발하고 능력을 키우는 방식 등 정체성과 관련된 여러 측면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쌓는 방법과 사회적 계급, 그리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증강인간을 실현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156)

 

나아가 난치병 치료 및 수명 연장과 관련된 첨단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이 확연히 구분되고 이로 인해 불평등 문제의 영역이 존재론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계층 간의 갈등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개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정체성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초연결사회가 되고 다양한 소셜미디어 기능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기술적으로는 원하면 누구하고 언제라도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마련되었지만 사실상 인간은 더욱 고립될 수도 있다. 과거 자주 거론되었던 군중 속의 고독에 비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속의 고독이라는 현상이 만연할 수 있다. 이 문제 또한 개인의 정체성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저자는 궁극적으로 우리는 기술의 노예가 아닌 활용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이는 우리 스스로 해야 할 몫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 가능하듯이 초연결사회에서의 고독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정보기술에 기반을 둔 제4차 산업혁명은, 그 명칭이 무엇이든, 현재 진행 중이고 앞으로 더욱 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진지한 지식인이라면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도래할 기술적 유토피아를 찬양하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기술혁신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의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는 어떤 결론도 내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스마트한 삶을 살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 매력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움을 바탕으로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노기술과 생명공학 그리고 합성생물학의 발달로 불치병을 치료하게 될 것이며 지금보다 상당히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 같은 극단적으로 기술적 유토피아를 찬양하는 사람은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분명 지나친 욕심일 뿐만 아니라 과장된 표현이다.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대량 일자리 소멸이 거의 확실한 미래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일자리을 얻지 못할 것이고 잘해야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연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와 내 후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적어도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다. 나아가 최소한 자기중심주의에 함몰된 사람이 아니라면 적어도 이런 문제에 공감해야 할 것이다. 이때 바로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가 말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며 빅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욱 불확실해진다. 이런 데이터를 사용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지게 된다. 누가 어떻게 행동할지 점점 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관한 정보, 즉 메타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일차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자가 이 책 2부에서 10년 내에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20여개 분야에 대해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조심스럽게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티핑 포인트는 1조개의 센서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이며, 2025년까지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89퍼센트였다.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해서는 티핑 포인트가 미국 도로를 달리는 차들 가운데 10퍼센트가 자율주행자동차가 되는 것이며 2025년까지 발생가능성을 예상한 응답자는 79퍼센트였다. 이런 식으로 여러 분야에서 과연 10년 내에 티핑 포인트가 발생해 현실에 완벽하게 정착할 것인지 묻는 방식은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나 기관의 행동이나 전략은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예측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이 리뷰의 목적이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개인, 사람들 간의 관계 그리고 사회라는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변화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했어야 한다고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술혁신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편리해질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인간은 오감(五感)만 더욱 만족시켜주면 되는 그런 존재일 뿐인가? 이 말은 우리는 물질적 만족과 육체적 쾌락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인지 묻는 것이다. 이런 철학적 질문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오로지 기술혁신만을 찬양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언급하는 이유는 제4차 산업혁명 및 이와 관련된 기술혁신을 다룬 거의 모든 책들 핀테크 혁명이나 블록체인 혁명을 다룬 책들을 포함해일상생활에서의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강조한다. 과연 이것으로 충분한가? 과거와는 다른 성격의 파괴적인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오직 기술혁신을 찬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방향을 되돌릴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산업혁명의 기본 정신은 무엇이 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다면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필자는 지금이라도 이런 문제를 가지고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조 사항>

클라우스 슈밥을 포함해 여러 전문가들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강연하거나 토론한 다수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여기 클라우스 슈밥의 책 내용을 약 10분 정도로 요약한 동영상을 수록하였다. 해설한 사람이 또렷하게 발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어 자막도 시용 가능하다. 짧은 동영상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감상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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