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영학 분야

돈 탭스콧의 《블록체인 혁명(Blockchain Revolution)》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8-01-15 21:44
조회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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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돈 텝스콧(Don Tapscott)·알렉스 텝스콧(Alex Tapscott)

역자: 박지훈

출판사: 을유문화사(2017)

 

목차

1부 당신의 눈앞에 닥칠 디지털 혁명, 블록체인

1장 정보의 바다에서 가치의 바다로

2장 미래를 소환하는 블록체인 경제의 설계 원칙

2부 파우스트 박사의 블록체인 거래와 혁신의 재창조

1장 금융 서비스의 재창조

2장 변방에서 회사를 재창조하라

3장 블록체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비즈니스

4장 사물 원장, 현실의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다

5장 번영의 역설과 사업가 정신

6장 블록체인과 다가올 정치 혁명

7장 문화산업은 어떻게 블록체인화되는가

3부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와 불안 요인

1장 실행을 가로막은 열 가지 도전

2장 다음 세대를 위한 리더십

 

 

저자 소개 및 책의 개요

저자 돈 텝스콧(Don Tapscott)과 알렉스 텝스콧(Akex Tapscott)은 부자지간으로서 모두 블록체인 기술의 열렬한 지지자로 블록체인 기술을 널리 소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돈 텝스콧이 주도해 쓴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텝스콧 그룹>CEO를 맞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기업 전략 전문가로서 컨설팅 기업을 경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5권의 저서를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Blockchain technology)이 가져올 엄청난 변화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한 마디로 혁명적인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 근거로 저자는 1세대 인터넷은 정보의 인터넷이었다면 2세대 인터넷은 가치의 인터넷이 될 것인 바,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근본적인 차이점은 정보의 경우에는 복사가 가능하므로 원본과 복사본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면 가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즉 한 사람이 보유하던 가치가 안전하고 분명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 간의 가치 이전이 분명히 이루어졌으며 중복되지 않다는 것이 보장되고 공인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중지불문제(double spending problem)”라고 불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이중지불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중개기관(intermediaries)을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 예컨대 은행이나 신용카드회사는 대표적인 중개기관에 해당한다. 부동산 거래에도 공인중개사와 같은 중개인이 개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례에는 중개기관이 개입하고 있고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이들에게 적지 않은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왔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부당한지 정당한지 스스로 반문할 기회조차 갖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거래의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이런 관행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 등장했으니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중지불문제는 오프라인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였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중개기관이 필요했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려면 자신의 은행계좌에 접속해 상대방의 은행계좌 정보와 금액을 입력해야 가능하다. 이런 간단한 이체의 경우에도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과 상대방이 거래하는 은행, 적어도 두 증개기관이 개입한다. 이 모두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중지불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런데 중개기관이 왜 문제가 되는가? 한 마디로 안전한 거래를 담보로 적지 않은 수수료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송금하려는 경우 송금이 완료되고 돈을 인출하려면 며칠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수수료가 부과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즉시 송금이 완료되고 수수료도 거의 없다. 이것은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은 사례이고 더 큰 문제의식은 따로 있다. 바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전대미문의 경제적 위기를 촉발한 주체가 바로 금융기관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중앙 집중적인 대형 금융기관들은 거의 모든 금융거래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금융 행위와 자금 흐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없었기에 금융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중앙 집중적인 기관의 개입 없이 분산된 피어투피어(peer-to-peer) 거래, 즉 동료 간 거래를 통해서도 안전하고도 효율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개인(혹은 집단)이 주로 암호전문가들이 방문하는 사이트에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불과 9쪽의 짧은 논문을 공표한 이후다. 이 논문에서 사토시는 은행이나 정부 또는 기타 중개기관들, 소위 중개인(middleman)없이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기술이 실제로 시행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암호화폐(cryptocurrency) 또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라 불리는 비트코인(Bitcoin)을 도입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탄생했으며 이후 수많은 유사한 가상화폐가 등장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이런 블록체인 기술이 초래할 혁명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돈 텝스콧이 블록체인 기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견해에 상당히 동조하게 되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 이 경우에도 기득권 세력들이 어떤 태도를 표방하는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저자의 견해는 다음에 잘 드러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서로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우며, 은행 또는 정부가 확인해주지 않는 이상 서로를 믿고 돈을 거래할 수 없다.........일대일로 정보를 나누는 피어투피어(peer to peer) 세상이 도래했지만 정치, 경제적 이익은 여전히 평등하게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 권력과 풍요는 오직 기득권자들에게 집중된다. 그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돈 자체가 일하는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22)

 

저자는 1세대 인터넷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데는 획기적으로 기여했지만 불평등 문제를 포함해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블록체인 기술로 상징되는 2세대 인터넷을 활용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개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다음 다섯 가지를 선정해 논의하고 있다.

 

1) 토지소유권의 확보: 남미 여러 나라에서는 토지 소유권이 제대로 등기되지 않은 상태로 있어 가난한 사람들이 토지를 약탈당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이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진정한 공유기업의 육성: 저자는 공유기업으로 널리 소개된 <우버><에어비앤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에어비엔비(Airbnb), 우버(Uber), 리프트(Lyft), 태스트래빗(TaskRabbit)와 같은 플랫폼들을 공유경제의 실례로 언급한다. 공유경제란 피어들끼리 가치를 창출하고, 나누는 것을 뜻하는 멋진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비즈니스들은 나누는 것과 별 관련이 없다. 실제로 이 비즈니스들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나누지 않고 합치기 때문이다. 이 비즈니스들은 공유경제가 아닌 종합하는경제를 표방한다.”(47) 이에 반해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블록체인 우버>”, <B우버>, 그리고 <에어비앤비> 대신 <B비에어이앤비>를 통해 개인들끼리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3) 송금과 해외원조의 효율성 제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현재 부패한 정부 관료들로 인해 막대한 해외 원조금이 누수(漏水)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으며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데 따른 막대한 중개수수료와 시간 지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 이런 분야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필리핀 근로자가 해외에서 본국에 있는 모친에게 송금하는 사례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송금의 신속함과 저렴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와 유사한 수많은 개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4) 자산으로서 데이터의 사유화 보장: 오늘날 빅데이터를 생성하는 주체는 개인이지만 이를 취합하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기업이 사실상 빅데이터로부터 얻는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데이터를 개인이 통제함으로써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누리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데이터주권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데이터가 중심이고 사람은 데이터를 생성하는 부품으로 전락하는 전도(顚倒)된 현상을 예방하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공정한 보상체계의 확립: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에게 이익이 귀속되는 진정한 의미에서 능력주의(meritocracy)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음악가는 이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반회사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애덤 스미스가 강조했던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실현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필자도 이러한 저자의 견해에 대부분 동의한다. 이런 의미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진정한 의미에서 시장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도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회와 경제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기술로서 어쩌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인한 파괴적 영향을 완화시킬 유일한 대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블록체인 기술의 의의와 영향력

여기서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그런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런 유형의 기술에 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소수의 전문가들만 접근할 수 있으며 이들이 개발한 기술을 일반대중은 편리하게 사용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는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째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산, 공유할 수 있는지 우리 모두 알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이를 수용할 수 있고 그 혜택을 골고루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한 마디로 공개 분산 원장(open distributed ledger)”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공개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피어(개인 또는 개별조직)에게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다는 것을, “분산은 이런 공개된 데이터가 네트워크에 참여한 주체들 모두에게 동일하게 분산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원장은 문자 그대로 복식부기 원리에 의해 작성된 장부를 말한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주체들 모두 이런 동일한 원장을 보유하고 있다면 누군가에 의한 사기, 위변조, 해킹, 일방적 악용 등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행위는 불가능해진다.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거래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혁명적이라고 평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앞의 정의가 지나치게 간단한 면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인터넷 상 여러 문헌을 점검한 후 다음 정의가 간결하면서도 블록체인의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에 여기 인용하고자 한다: 블록체인은 거래를 관리하는 공개 원장으로 작동하면서 거래를 관리하는 분산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개별 기록은 블록이라 불리는데 여기에는 이전 블록과의 연결뿐만 아니라 거래 관련 타임스탬프에 관한 세부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누구도 소급해서 기록을 변경하기 불가능하다. 또한 동일한 거래 기록이 다수의 분산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기록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원천적으로 안전하다.”(Blockchain is a distributed database system that acts as an “open ledger” and manage transactions. Each record in the database is called a block and contains details such as the transaction timestamp as well as a link to the previous block. This makes it impossible for anyone to alter information about the records retrospectively. Also, due to the fact that the same transaction is recorded over multiple, distributed database systems, the technology is secure by design.)

 

한편 블록체인 전문가 데니얼 드레셔(Daniel Dresher)Blockchain Basic(2017)에서 블록체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블록체인은 순전히 피어투피어 원장 시스템으로서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질서 있게 서로 연결된 데이터 블록에 담긴 정보 내용을 조정하면서 동시에 데이터의 진실성을 달성·유지하기 위해 암호와 보안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The blockchain is a pure peer-to-peer system of ledgers that utilize a software unit that consists of an algorithm, which negotiates the informational content of ordered and connected blocks of data together with cryptographic and security technologies in order to achieve and maintain its integrity. p.35) 이 정의와 앞의 정의가 서로 상보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일부러 인용했다. 어쨌든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화하고 있기에 블록체인을 한 마디로 단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과연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관해서는 우선 유튜브에서 다음 제목의 동영상을 참조하기 바란다: <19 industries that the Blockchain will disrupt>(https://youtu.be/G3psxs3gyf8) 이 제목이 시사하듯이 중개인이 존재하는 산업은 모두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엄청난 혁신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혁신은 인공지능 기술로부터 예상되는 파괴적 혁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일자리를 소멸시킨다기보다는 사회 전체를 새로 조직하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평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혁신의 내용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의 대폭 감소와 권력의 분산(decentalization)을 지적할 수 있다. 거래비용은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인데 이미 지적했듯이 원활한 거래를 위해서는 안전과 보안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온·오프라인 거래를 막론하고 이 두 가지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중개기관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여기에는 정부, 중앙은행, 각종 금융기관, 법률회사, 중개회사 등 실로 다양한 조직과 사람들이 포함된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분야가 금융부문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금융부문은 규모면에서도 상당히 클 뿐만 아니라 중개기관으로서의 모든 특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간명하게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분산원장 기술은 구제도의 제약으로부터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해방시키고,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최종 사용자에게는 아주 바람직한 시스템이다.......금융기관이 그들(가난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이익이 되지 않을뿐더러 리스크를 안겨주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상에서 이 사람들은 금융 시스템에 이어질 뿐만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일원으로 포섭되어 구매, 차입, 매각 등의 활동이 가능해지며 풍요로운 인생을 설계할 기회를 누리게 된다.”(49) 저자는 특히 기존의 금융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상당수의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거래의 혜택을 누릴 것이며 이를 계기로 빈곤을 탈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한편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미완성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일말의 우려를 다음과 같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블록체인의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이를 변호하고 있는 중이다.......우리는 경제가 모든 사람을 위해 작동할 때 가장 원만히 흘러간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새로운 플랫폼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원동력이 된다. 이 플랫폼은 송금 비용을 낮추며,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을 얻고, 투자에 따르는 제약을 현저히 타파한다. 또한 창업을 독려하고, 국제 거래를 용이하게 만들며, 자본주의의 재분배에 그치지 않고 원천적인 분산 자본주의(distributed capitalism)를 촉진한다.”(60) 여기서 요점은 분산 자본주의에 있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상적인 분권화된 시장경제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이런 변화를 가져올 원동력으로 작용할지 아직은 단언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관계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7년 초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만원 정도였었는데 2018년 초에는 2,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었으니 일 년 사이에 가격이 약 20배 정도 상승한 셈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이 처음 거래되기 시작했던 2010년 초에는 1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최초의 버블인 1630년대 튤립 광기(tulip mania)를 능가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열풍은 어찌 보면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버블로 마감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덩달아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지도 모른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전혀 별개의 개념으로 봐야한다. 이 점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논문에서 분명히 밝혔다. 나카모토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을 배제한 가운데 비트코인을 이체한다던가, 아니면 다른 상품을 구입하고 대금으로 비트코인을 지불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런 실험의 대상으로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택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중앙 집중적인 방식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고안한 새로운 화폐의 유통 가능성을 실험해보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가 이해하기로 블록체인 기술은 한 가지가 아니다. 거래되는 대상에 따라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다. 예컨대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블록체인 기술에도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거래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권한을 장악하고 있는 중앙 집중적인 조직을 배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네트워크에 참여한 개별 노드, 즉 개별 피어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변경 불가능한 데이터를 분산, 공유하는 가운데 안전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보장함으로써 고질적인 이중지불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떤 블록체인 기술에도 공통적인 사항이다. 한 마디로 개방되고 분산된 원장을 공유함으로써 디지털화 될 수 있는 모든 자산, 나아가 거의 모든 사물들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비트코인 블록체인 경제의 설계 원칙 일곱 가지를 거론한다. 이것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논문에서 밝힌 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1) 작업증명(proof of work)를 통한 무결성(無缺性)의 네트워크화, 2) 비트코인 제조 권한의 분산, 3) 블록 창조에 대한 인센티브로 비트코인 제공, 4) 공개키 기반 구조(public key infrastructure)를 이용한 보안, 5) 암호를 이용한 프라이버시 보호, 6) 존재 증명(proof of existence)을 이용한 권리 보존, 7) 금융 거래 불가능한 계층의 편입.

 

이러한 원칙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은 소외된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번영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려면 은행 계좌, 주민등록증, 출생증명서, 집 주소, 안정적인 현지 통화 등이 필요 없다. 블록체인은 송금 비용을 현저하게 낮추며,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을 획득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어뜨린다. 또한 기업가를 돕고 국제 거래를 활성화한다.”(104) 이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이 인류애와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진실을 소통하고, 번영을 나누고, 괴물로 자랄 수 있는 사회의 암세포를 조기에 퇴치할 수 있다. 네트워크는 모든 사기적 거래를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108) 이 말대로라면 블록체인 기술은 정말 민주주의적이고 공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달성하도록 하는 이상적인 기술이지만 과연 그럴하지 우리 모두 지켜보아야 한다.

 

 

블록체인의 진화: 블록체인1.0에서 블록체인2.0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정치·사회·경제·문화를 망라해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는 혁명적인 기술로서 잠재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런 혁신을 주도하려면 아직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것만으로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나아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은행이나 신용카드회사 그리고 보험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 적용 가능성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외면했다가는 도태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금융기관들이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중개기관으로 그동안 막대한 이득과 권력을 누려왔는데 이런 특권의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대상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간결하게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블록체인은 가치 있는 대상을 이전하는 일반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통화, 주식, 채권, 자산의 소유권 등 종류, 규모, 거리, 상대방을 가리지 않는다. 이에 블록체인은 상품을 담아 옮기는 표준 컨테이너처럼 가치를 옮기는 표준으로 작동한다. 현저히 낮은 비용으로 속도를 높이고, 마찰을 줄이고, 경제적 성장과 번영을 촉진한다.”(124) 이런 이유로 기존 금융기관들은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들도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결국 도태된다는 진화의 기본 원칙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한다. 뉴욕 증권 거래소, 골드만삭스, 산탄데르, 딜로이트, 캐나다 왕립은행, 바클레이스, UBS를 비롯해 거의 모든 글로벌 대형 금융사의 관심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다. 2015, 월 스트리트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이 94퍼센트는 블록체인이 금융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131)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신을 이어받아 젊은 프로그래머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Ethereum)은 대표적인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15730일은 이더리움이 차세대 화두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전 세계의 암호학자, 투자자, 기업인, 기업 전략가들에게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비즈니스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 문명 차원에서다. 이날, 18개월간 개발 중이던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처음으로 가동을 시작했다.”(169)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더리움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분권화된 애플리케이션, 말하자면 스마트 계약을 구동하는 플랫폼이다........2013년 당시 열아홉 살이던 러시아계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이더리움을 처음 고안했다.”(170) 한 마디로 이더리움은 플랫폼 기반의 진화된 블록체인 기술로서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다양한 스마트 계약을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그런 젊은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단(豫斷)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류가 더 이상 중앙 집중적인 중개기관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끼리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것을 이용한 거래가 기존의 거래 방식에 비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이면서 안전하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신뢰(trustless trust)”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기술은 인류의 보편적인 복지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과 같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와는 구분된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도 중개기관들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는 파괴적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점에 방점(傍點)을 두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명적 변화의 핵심과 미래 전망

블록체인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관심은 이 기술을 누가 먼저 발전시킬 것인가,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릴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에 쏠려있다. 여기서는 무엇보다도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참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공유 정신이 범용 기술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들(오픈 소스를 공유하는 프로그래머들)은 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할 브랜드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소스 코드를 무료로 배포해, 네트워크상의 모든 이와 권력을 나누고, 진실성을 보장하기 위해 합의 메커니즘을 활용하며, 블록체인 상에서 그들의 비즈니스를 공개적으로 수행하면서 환멸에 휩싸이고 권한을 박탈당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믿을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중개자를 배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거래비용을 현저하게 낮추며, 기업을 네트워크로 전환시키고, 경제 권력을 분산하며, 부의 창조와 더욱 번영하는 미래를 가능케 해 줄 것이다.”(183) 이런 정신이 유지되는 한 인류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여기서 필자가 특별히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과 빅데이터의 관계다. 지금은 빅데이터의 시대로서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빅데이터로 인한 문제점이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는 이것은 한마디로 데이터주의(Dataism)”이라 명명했다. 일리 있는 표현이다. 빅데이터는 데이터 이기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결국 데이터 독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빅데이터를 장악한 소수의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이득을 올리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동적인 대상으로서 약간의 이득을 얻는 가운데 데이터주권을 상실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비앤비(Airbnb)와 비에어비앤비(B-Airbnb)를 들고 있다. 실제로 비에어비앤비라는 기업의 실체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을 소개하는 중앙 집중식 플랫폼을 만들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면서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 이에 반해 비에어비앤비는 이런 중앙 집중식 플랫폼을 배제한 채 개인들끼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비에어비앤비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으로, 주택 목록 블록체인상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마트 계약의 집합체다........숙소를 빌리고 싶은 사람들은 비에어비앤비 소프트웨어를 검색하고 원하는 기준에 맞는 모든 목록을 블록체인 상에서 걸러 낸다. 당신의 사용자 경험은 에어비앤비에서의 경험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에어비앤비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지 않은 암호화된 메시지를 통해 네트워크상에서 P2P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과 방주인 두 사람뿐이다.”(218) 이런 분야에서도 중개인을 배제한 채 거래가 가능하다면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빅데이터가 결합함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두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헬스케어, 즉 의료 분야다. 헬스케어 분야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탁월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해커의 공격으로 환자들의 의료 기록이 대량 유출된 사례가 있었으며 의료 기록을 잘못 관리해 틀린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경우도 종종 보고되었다. 또한 병원을 옮기는 경우 환자의 과거 기록을 제대로 참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헬스케어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 예상되는 대표적인 이득으로는 환자들의 의료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점과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환자, 의사, 병원, 보험회사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헬스케어 분야는 블록체인 기술과 빅데이터의 결합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에는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재분배 자본주의를 넘어서 분산 자본주의을 실현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없으나 단순히 소득을 재분배해 자본주의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원천적으로 소득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이상적인 자본주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런 자본주의가 실현된다면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다. 더 이상 나은 경제 시스템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분산 자본주의와 관련해 저자는 특히 금융시장에서의 획기적인 변화를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수많은 사람이 분산 원장 기술을 통해 풍요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의 접근이 가능해지고 방대한 투자 기회가 생겨나면서 기존 방식에 따른 투자에서부터 대규모 벤처, 소액 대출, 블록체인 주식 공개 상장, 평판 기반 소액 대출에의 참여에 이르기까지 자본 조달의 문턱이 훨씬 낮아지고 있다.”(329) 이것은 대다수 사람들이 현재 금융자본의 과도한 시장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분산 자본주의로 가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관되고도 상세하게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신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혁신에는 물론 정부 부문도 포함된다. 권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효율과 비리 및 부정부패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니 진정한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술임에 분명하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래 기록이 데이터 형태로 분산, 저장되어 있기에 어떤 거래의 경우에도 과거의 기록을 추적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블록에 저장된 기록을 훼손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책의 말미에 블록체인 기술을 확산시키는 데 따르는 몇 가지 어려움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물론 중개인으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을 수 있지만 반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기술과는 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블록체인 기술로 입지를 상실하게 될 수많은 기관들의 담합이 가장 우려된다. 예컨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실질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면 중앙은행의 존재 의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과연 중앙은행이나 상업은행이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이들이 용인할 것인가? 앞으로 이런 유형의 문제들이 다수 제기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블록체인 기술의 사회적 입지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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