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영학 분야

폴 샤피로의 <클린 미트(Clean Meat)>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20-03-12 00:10
조회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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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폴 샤피로(Paul Shapiro)

역자: 이진구

출판사: 흐름출판(2019)

 

<차례>

1장 제2 가축화

2장 과학 구조대

3장 고기 위기에 대한 해답을 찾다

4장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

5장 청정고기, 미국에 상륙하다

6장 제이크 프로젝트

7장 식품 양조와 논란

8장 미래를 맛보다

 

 

인류와 육식의 역사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 동물의 고기 섭취가 크게 증가했다. 그럼으로써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일부 학자들은 이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는 큰 뇌, 특히 발달한 신피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예컨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은 저서 지구 정복자에서 직립보행이나 언어의 사용보다 고기를 섭취하게 된 것이 인류가 먹이사슬의 정상에 오르게 된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육식은 일상생활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수단이라는 차원을 넘어 문명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육식은 음식문화를 넘어 문화 전반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육식이 대중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만 년 전 밀과 같은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농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인류는 수렵·채집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자주 고기를 먹게 되었다. 그렇지만 고기에 대한 수요에 비해 늘 공급이 부족한 탓에 일부 힘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고기가 소비되었을 뿐 일반인들에게는 특별한 날에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목축보다는 농경을 위주로 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세계 도처에서 공장식 농장에서 대량 사육이 이루어짐에 따라 전례 없이 많은 사람들이 육식을 즐기게 된 것이다. 여기에 경제발전에 따라 육식을 즐길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크게 증가했으니 수요와 공급이라는 양 측면에서 가히 육식 대중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식탁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하겠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육식 문화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1960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인구는 두 배 증가한 반면, 고기 소비는 5배 증가했다. 그리고 2050년경이면 세계 인구가 90~100억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경제발전에 따라 인도와 중국에서 고기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을 감안한다면 인구 증가로 인한 고기 수요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고기 소비로 인한 부작용 또한 감당하깅 어려워 질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부작용 가운데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가축용 사료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며, 동물의 배설물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동물 사육으로 인해 과도하게 물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등은 지구적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대량 사육과정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는 양식 있는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가축 사육 현장과 도살 과정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 가운데 채식주의자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 책의 저자 폴 샤피로는 동물 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행동가로서 <미국 동물보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베터미트(The Better Meat Co.)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샤피로는 동물의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인한 행위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 써왔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일찍이 2008<동물 보호 명예의 전당(Animal Rights Hall of Fame)>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잔인한 방식으로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이 책을 출판했으며, 필자 또한 그의 취지에 공감하기에 이 책을 리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가축을 사육하는 대신 가축에서 채취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조만간 진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방법이 세포농업(cellular agriculture)이며,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청정고기(clean meat) 또는 배양고기(cultured meat)이다. 저자는 세포농업의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이 세운 스타트업을 탐방한 체험을 바탕으로 여러 각도에서 청정고기의 가능성과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세포농업과 청정고기의 잠재적 영향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을 다루고 있는 수많은 문헌에서 세포농업에 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세포농업이 성공하는 경우 인류의 삶 전반에 미칠 엄청난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필자는 왜 이 분야가 그토록 소외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컨대 파괴적 혁신을 널리 알리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인 미국의 피터 디아만디스의 최근 저서 The Future is Faster than You Think에서 다양한 파괴적 기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세포농업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논의와는 비교조차 민망할 정도로 세포농업은 전문가와 대중의 관심 밖에 있다. 짐작컨대 가장 큰 이유는 아직은 세포농업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포농업은 문자 그대로 동물의 근육세포를 채취해 배양하는 것으로서 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신체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으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부분들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세포를 배양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런 기술을 동물의 가축, 고기, 우유 등을 얻는데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세포농업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것을 제2의 가축화라고 표현한 것이다. 만일 이 방법이 보편화될 수 있다면 가축을 우리에 가둔 상태에서 사육하고 도살해왔던 제1의 가축화를 종료시키고 진일보한 새로운 가축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의 문명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포농업의 기술적 측면보다는 소고기와 닭고기를 중심으로 청정고기를 만드는 여러 스타트업들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인물과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청정고기 비즈니스에 대한 일종의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영국 수상을 역임한 윈스턴 처칠이 일찍이 1930년대 초 청정고기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윈스턴 처칠이 1931<50년 뒤의 세계>라는 글에서 우리는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배양액 내에서 부위별로 닭을 키우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는 대단한 통찰이다. 회고록 <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이런 예측을 했다는 사실로 짐작컨대 처칠은 단순한 정치인 이상이었던 인물이다. 처칠이 예상한 것보다 약 40여년 가량 늦었으나 지금 배양액에서 소와 닭을 비롯해 어떤 고기라도 배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엄청난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차세대 식량 혁명인 세포농업의 태동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포농업은 진짜 동물의 고기나 기타 동물 생산물 등을 실험실에게 키우는 공정으로 동물을 다치지 않을뿐더러 드넓은 농경지를 자연 서식지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일부 기업에서는 동물세포 없이 분자 단위에서 진짜 우유, 달걀, 가죽, 젤라틴을 생산하고 있다.”(25) 그러면서 이것은 2차 가축화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이지만 조만간 일반대중의 지지를 받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2차 가축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동물을 공장 같은 사육장에서 잔인하게 사육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2차 가축화는 동물 해방을 의미한다.

 

청정고기를 만들려는 첫 비즈니스 시도로 2011년 최초의 벤처기업인 모던 메도우(Modern Meadow)의 설립을 들 수 있다. 이후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등 세계적 부호이자 박애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여러 기업가들의 후원을 받으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출현했다. 여기에 추가해 기존 농업분야의 최대 기업인 카길(Cargill)과 육류산업의 최강자인 타이슨 푸드(Tyson Foods) 등이 세포농업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거대 기업들도 세포농업의 가능성을 인정했기에 기존 비즈니스와 대립관계에 있는 이 분야를 병행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세포농업, 특히 청정고기가 기후변화, 열대우림 파괴, 에너지 문제, 동물 학대 등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를 생각해보면 고기 소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면서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대재앙을 불러올 온난화를 예방하려면 고기와 유제품 소비를 극적으로 줄여야 하지만 전 세계적인 대처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라고 경고한 점을 상기시킨다. 고기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지 않는 가운데 단지 화석연료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한다거나 가솔린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으로는 지구의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pandemic)같은 대유행병의 발생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 맞는 말이다. 이미 우리가 경험했던 조류독감은 좁은 축사에서 비위생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수많은 닭들로 인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동물들이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고 빠른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이들에게 항생제를 다량 투여한 결과 이런 고기를 먹은 사람들은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체 항생제의 80퍼센트 가량이 동물의 체증 증가와 밀집 사육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투여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현재와 미래에 걸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우리 모두 고기 소비에 대한 다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청정고기와 같은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럼으로써 이 분야가 시장에서 충분한 지지자들을 확보해 빠른 기간 안에 동물 사육에 근거한 기존 고기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필자도 이런 고기가 출시된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적극 지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저자가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청정고기가 기존의 고기를 대체하게 된다면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예컨대 저자는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원인 한나 투미토스(Hanna Tumitos)2011<환경과학과 기술>이라는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청정고기는 기존 고기에 비해 에너지는 45퍼센트, 토지는 99퍼센트, 물은 96퍼센트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통계가 어느 정도 정확한지는 미지수이지만 대체로 맞는 것 같다. 사실 기존 동물 사육방식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이 청정고기가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지도 모른다고 반박하는 것은 기존 업계의 사주를 받은 마타도어 전략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이제 21세기 첨단과학의 도움을 받아 고기를 얻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할 때가 무르익었다. 필자는 특히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이 현재 진행 중인 청정고기 관련 연구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청정고기가 기존 고기를 대체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경제논리라는 점이다. 즉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수자원을 절약하며,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청정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은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도 미국에서 포경 산업이 사라져 더 이상 고래를 남획하지 않게 된 것이나 마차가 사라져 더 이상 말이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게 된 것은 모두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적절한 지적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 나아가 지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도덕적 가치에 호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모든 인간에 내재한 한계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무임승차 문제로 해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강구해왔다. 청정고기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적절한 시점에서 정부가 청정고기 생산 및 소비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해 효율적인 생산과 대량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효과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각자 알아서 행동한다면 무임승차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면서 저자는 청정고기의 생산비용이 급격히 낮아짐으로써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맛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세계 최초로 햄버거 패티(patty)로 사용된 다진 고기를 배양을 통해 만든 사람은 네덜란드의 의사 출신의 사업가 마크 포스트(Mark Post)이다. 그는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2013년 개당 33만 달러를 들여 햄버거 두 개를 만들었다. 그 후 포스트는 2015년 모사미트(Mosa Meat)를 설립해 이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의 추정에 의하면 2020년경에는 배양된 패티를 사용한 햄버거 하나의 가격이 11달러 정도로 내려갈 것이고, 결국은 기존 방식의 햄버거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그밖에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주목할 기업들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청정고기에 특화한 크레비푸드(Crevi Foods)는 인도 출신의 심장전문의 발레티가 주축이 되어 2015년 미국에서 청정고기에 특화된 최초의 스타트업으로 설립되었다. 이후 회사명을 멤피스미트(Memphis Meat)로 바꾸었는데, 2015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최초로 배양 미트볼의 시식회를 개최했다. 당시 미트볼 생산에는 1,200달러가 들었다. 마크 포스트가 햄버거용 패티를 만드는데 33만 달러를 들였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을 낮춘 것이다. 원래는 모던 메도우라는 기업이 먼저 청정고기 배양을 시도했으나 곧 배양 가죽으로 사업을 전환했기에 멤피스미트는 미국에서 최초로 미트볼을 배양한 기업의 영광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빌 게이츠를 비롯한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1,700만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멤피스미트는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멤피스미트는 현재 청정고기 비즈니스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세포농업과 관련된 스타트업들의 현황에 대해 상세하게 논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식물성 고기(plant-based meat)과 무세포농업(acellular agriculture)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식물성 고기는 청정고기와 상호 대체적인 관계에 있는데, 현재 시장에서 식물성 고기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청정고기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식물성 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한계가 있기에 이 시장이 확대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짜 고기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청정고기를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존 고기를 대체하는 더 나은 방법이 될 것으로 믿는다. 총인구 가운데 채식주의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2~5퍼센트 범위에서 움직일 뿐 그 이상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식물성 고기가 주류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청정고기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다.

 

그리고 저자는 무세포농업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데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당 업체들은 세포농업의 하위 분야인 무세포농업에 힘을 쏟고 있다. 세포농업은 근육세포나 피부세포 등 살아있는 세포의 증식을 유도하여 식품이나 의복을 만드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무세포농업은 효모, 세균, 조류, 진균 등 미생물을 다루며, 지방이나 단백질 등 살아있지 않은 특정 유기물 분자를 생산하는 영역을 포함한다.......이들 업체들이 동물 없이 만드는 단백질은 동물 생산물에 포함된 목표 단백질과 완전히 동일하다.”(237) 단백질 자체의 공급원만 따진다면 세포농업보다는 무세포농업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저자가 무세포농업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단백질 생산에 특화한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 분야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유 또한 무세포농업을 통해 대량 생산되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전망이 좋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재 미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우유가 시장의 1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무세포농업과 세포농업은 상호 대체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식물성 고기, 세포농업 및 무세포농업은 큰 틀에서는 기존 고기산업과 대체적인 관계에 있지만, 이들끼리는 상호 보완적이다.

 

청정고기의 미래 전망

이 책에서 상세하기 다루고 있듯이 청정고기라는 개념이 비즈니스에 접목된 것은 2011<모던 메도우>라는 기업이 설립된 이후이니 이제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고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정고기가 기존 고기를 대체하기 까지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토피아처럼 보이는 이런 미래가 현실로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생산 단가, 잠재적 규제, 소비자 수용도, 기술적 장애 등 미래를 가로막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청정 동물 생산 운동이 저절로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을 향한 첫걸음은 확실히 내디뎠다. 2017년 우마 발레티는 멤피스미트가 처음 설립된 이후 생산 단가를 수백분의 1로 낮췄다고 이야기 했다.”(302)

 

이런 저자의 지적 속에 청정고기 비즈니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잘 드러나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단가를 낮추는 일이다. 그동안 여러 파괴적 기술이 그러했듯이 청정고기의 단가가 기존 고기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느 정도로 낮아질 것인가, 그리고 그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특별히 언급한 것은 없으며 청정고기 문제를 다룬 많은 글에서도 단정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청정고기의 생산 단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네덜란드의 모사미트나 스페인의 바이오테크푸드(Biotech Foods)2021년경이면 햄버거 패티의 가격이 1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이런 추세로 가격 하락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청정고기는 기존 고기에 대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스테이크와 같이 두터운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기술적 난제가 해결된다면 청정고기는 가성비라는 측면에서 기존 고기를 능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같은 육류만 아니라 참치를 비롯한 생선, 그밖에 무세포농업에 의한 계란, 유유 등으로까지 확산될 것이고, 이는 음식문화의 차원을 넘어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말은 인류의 보편적인 의식수준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음 청정고기의 미래 전망과 관련해 정부 규제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미국 농무부와 식약청에서 청정고기를 비롯한 세포농업에 대한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분야 같으면 규제와 관련된 논의에 부정적일 텐데 이 분야에서는 오히려 이를 반기고 있다. 그 이유는 드디어 청정고기가 제도권에서 합법적으로 생산과 판매가 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업체의 방해 시도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기존 업계에서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에는 고기(meat)’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부터 틀어지기 시작한다면 청정고기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현재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에 대해 배양고기, 실험실 고기(lab-grown meat), 청정고기 등 다양한 명칭이 혼용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청정고기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배양고기가 더 자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명칭을 둘러싼 혼선이 급기야 고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문제로 비화되어 고기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청정고기를 통해 지구를 구한다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다음으로 청정고기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티본스테이크같이 두터운 조직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핏줄을 만들어 조직 안쪽으로 영양소를 보내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다. 나아가 세포 배양액으로 어린 소의 혈청, 이른바 소태아혈청을 사용하지 않고 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최근 어느 정도 해결됨으로써 원가를 낮추면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술적인 면에서는 계속 발전이 있을 것이므로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의 고기는 무엇이든지 맞춤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컨대 어떤 스타트업은 일본의 와규를 세포 배양을 통해 공급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앞으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람에게 유익한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그리고 단백질과 지방을 조절한 가운데 고기를 배양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야말로 건강에 좋으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원천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며 기존 고기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일거에 해결하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심지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을 원천 제거함으로써 의료비용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청정고기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소비자의 반응이다. 실험실에서 배양된다는 이유만으로도 거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적절한 홍보를 통해 해결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면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와 왜 청정고기인지 인식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고기의 조직 구조나 원소 구성이라는 생물학적·화학적 측면에서 기존 고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거부감은 줄어들고 장점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청정고기가 기존 고기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식물성 고기를 선호하는 채식주의자들이 꾸준히 협력해준다면 청정고기와 식물성 고기의 연합전선을 통해 더 빠르게 기존 고기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기존 고기를 얻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비인도적이다. 저자 말대로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기존 방식으로 고기를 먹었던 조상들을 기이하게 여길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소개한 이유는 이 분야의 첨단기술을 다루고 있어서가 아니라 지구를 구하는 대안으로서 청정고기의 잠재적인 효과에 대해 널리 알리는데 있다. 이런 면에서 이 분야 최초의 책으로서 이 책은 최근 이 분야의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지침서로서 손색이 없다. 필자는 일찍이 이 책의 가치를 인지하고 영어판을 구입해 읽은 후 소개하려 했는데 게으름 탓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 책을 소개하고 싶은 의욕이 다시 솟아났다. 이 책의 내용을 숙지한 다음 구글 검색을 통해 이 분야의 최신 동향을 파악한다면 청정고기 산업의 미래가 어떠할지 가늠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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