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분야

마틴 포드의 『로봇의 부상(Rise of the Robots)』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9-01 17:15
조회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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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틴 포드(Martin Ford)

역자: 이창희

출판사: 세종서적(2016)

 

 

목차

1장 자동화의 물결

2장 이번에는 다를까?

3장 정보기술: 유례없는 파괴력

4장 화이트칼라의 충격

5장 대학가의 지각변동

6장 의료시장의 변화

7장 미래의 기술과 산업

8장 부와 경제성장의 위기

9장 초지능과 싱귤래리티

10장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향하여

 

 

<북 리뷰: 노동의 종말·시장경제의 몰락에 대한 암울한 전망과 대응방안>

 ★ 저자 소개 및 책의 특징

저자 마틴 포드(Martin Ford)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실리콘벨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을 설립해 운영했던 컴퓨터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전문가다.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UCLA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전력도 있고 저자의 전공 분야를 고려할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그의 전작 『The Light in the Tunnel』(2009)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책에서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이 인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피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더욱 발전시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얼마만큼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 경제를 비롯해 세계경제에 어떤 충격이 미칠 것인지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기술적 측면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이런 기술로 인해 미래 경제․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특히 고용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시장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하려 했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모두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를 세 개의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3장에서는 자동화, 로봇 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이들을 모두 종합한 한 차원에서 정보기술의 특성과 영향력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런 후 4~6장에서는 사회 여러 분야, 예컨대 서비스 업종 전반, 단순 노동, 화이트칼라의 일자리, 나아가 교육 및 의료 분야에 미치는 충격을 상세하게 논한다. 이런 논의를 통해 로봇 공학과 인공지능이 여러 직종에서 일자리를 어느 정도 빼앗아갈 것인지 논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저자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이 문제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 후 저자는 7~10장에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무인자동차와 3D 프린팅을 선정해 이런 새로운 기술이 초래할 엄청난 변화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불평등의 악화, 인구고령화와 맞물려 경제 전반에 걸쳐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함으로써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축인 소비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시장경제 전체가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점에서 제러미 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에서 경고한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앞으로 시장경제는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정책적 대응방안은 뜻밖이다. 한 마디로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미래의 고용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해결방안도 효력이 없을 것이며, 자동화 중단은 더더욱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제안한다. 사실 이것은 경제학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게서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 제안이다. 그런데 저자 나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보수진영에서도 이 정책이 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고용을 활성화하고 경제를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견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퍼주기 식의 정책으로 보이지만 저자가 예상하는 극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 번 심각하게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미국의 불평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버클리 대학교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교수도 같은 정책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기본소득 보장제도의 원조로는 미국 독립당시의 인물인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을 들 수 있는데, 저서 『상식론』에서 이와 같은 정책을 제안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이 정책은 저자의 고유한 아이디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단 이런 정책이 불가피한 미래가 도래할 것을 예측하고 이를 언급한 점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2015년 《Financial Tines and Mckinsey Business Books of the Year Award》를 수상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 그동안 필자가 읽었던 몇몇 책의 내용들을 조금씩 혼합해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로봇 공학과 관련해서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eil)의 『특이점이 온다』(2007)에 미치지 못하며,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의 『미래의 물리학』(2012)과 『마음의 미래』(2015)보다 상세하지 못하며, 미래의 경제에 대한 예측과 관련해서는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분야 올해의 상을 수상한 것으로 보아 필자의 판단이 틀렸던 것 같다. 비록 부분 부분에서는 미흡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내용 전개를 감안하고 미래 경제사회에 미칠 충격과 이에 대처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한 점에서 높이 평가를 받은 것 같다. 필자도 이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로봇 공학이 가져올 변화의 물결: 이번에는 다르다

로봇은 자동화의 궁극적인 상징이자 노동을 대체하는 자본을 상징한다. 저자는 자동화의 물결이 여러 분야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 분야의 성장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액은 60퍼센트가 증가하여 280억 달러에 달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급성장하는 시장은 중국으로, 중국에서는 2005년에서 2012년 사이에 로봇 도입량이 매년 약 25퍼센트씩 증가했다.”(28쪽)

 

로봇은 크게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되는 데 다음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연평균 20%라는 매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단위: 백만 달러)

구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14/13년

연평균

합계

6,777

9,568

12,483

13,356

14,873

16,702

12.3%

20%

제조용

3,976

5,678

8,278

8,496

9,507

10,703

12.9%

22%

서비스용

2,801

3,890

4,205

4,860

5,366

5,965

11.2%

16%

    출처: World Robotics 2015

  

사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미 오랜 전부터 공장 자동화가 진행되었기에 로봇을 이용한 제조업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제는 웬만한 서비스 분야에서도 로봇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 산업에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수많은 일자리가 사리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경우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는 자본재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원천적으로 대체하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것은 미래에 닥칠 일이 아니라 이미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저자는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도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예상한다: “ATM이나 셀프 카운터에서 이런 경향이 이미 드러나고 있지만, 향후 10년간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자동화가 폭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수백만 명의 저임금 서비스 근로자들이 실직의 위기에 처할 것이다.”(41쪽)

 

그러면서 종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경우로 일본의 초밥식당 체인인 쿠라(Kura)에서 로봇을 이용해 초밥을 만들고 웨이터 대신에 컨베이어 벨트가 초밥을 나르는 비즈니스 모델이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이것은 향후 외식산업에서도 로봇이 요리를 하고 모든 서빙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로 자판기와 “키오스크” 같은 자동화된 셀프 서비스 소매업을 들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변혁의 가능성이 감지되는 곳은 완전 자동화된 셀프서비스 소매업, 그러니까 지능형 자판기와 키오스크의 폭발적 성장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동화 소매업 부문의 제품 및 서비스 매출액은 2010년의 7,400억 달러에서 2015년에는 1조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49쪽) 이것은 규모 면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향후 클라우드 로봇이 등장함으로써 로봇을 움직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기술을 통해 로봇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로봇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으로써 로봇의 성능은 향상시키고 비용은 절감하는 이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여기서도 경제 논리가 제일 중요하다. 비용을 절감하는 기업만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생존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첨단 로봇 공학을 이용한 자동화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은 공진화(co-evolution)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서비스업 외에도 농업 분야에서도 로봇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오렌지를 비롯한 농작물을 수확하는 데 인간 대신 로봇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의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여러 분야에서 로봇이 도입되는 추세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우울한 전망을 내리고 있다: “로봇 기술과 함께 첨단 셀프서비스 관련 기술이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지속적으로 보급됨에 따라 낮은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필요로 하는 저임금 직종이 먼저 위협을 받을 것이다.........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이런 일자리의 수가 실제로 줄어들 가능성은 제쳐두고라도 이들의 증가율만 떨어져도 장기적으로 볼 때 고용에는 심각한 충격을 미칠 수 있다.”(61쪽)

 

저자는 로봇 공학과 인공지능의 바탕에는 정보기술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1980년대 이후 혁신은 주로 정보기술 분야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런 기술변화는 세계화, 금융자본의 부상, 그리고 규제 완화와 노동조합의 약화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추세를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질임금이 정체 내지는 하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위시한 여러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소멸시켜 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보기술은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로봇과 지능형 알고리즘을 결합한 정보기술로 인해 일자리에 관한 한 와해적인(disruptive)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즉 정보 격차(digital divide)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보기술의 특성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정보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전기처럼 눈에 확 들어오지 않으며, 변화의 방향도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정보 기술이 가진 또 하나의 특성, 즉 지적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정보 기술은 지능을 담고 있는데, 이는 기술 발전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다.......그런데 컴퓨터 시대의 발전이 낳은 모순 중 하나는 어떤 분야에서 특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 분야의 작업이 자동화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컴퓨터는 이 모든 일(제트 여객기 착륙, 저녁 예약, 주식 매매 등)을 하고 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무수한 분야로 파고 들 것이다.”(125쪽)

 

또한 저자는 정보기술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라는 개념을 무력화시키는데 경제학자들은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구글,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 등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보기술은,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아니면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 등, 승자독식이라는 결과를 야기한다. 이와 같이 정보기술은 다른 기술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보 기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보 기술은 기계 지능으로 조직 전체를 뒤덮어 인간 근로자를 대체할 수도 있고, 어디서든 승자 독식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질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다.”(134쪽) 정보기술의 이런 특성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결합함으로써 극대화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을 저지시키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보기술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인가?

저자는 인공지능이 화이트칼라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신문기사나 잡지의 원고를 인공지능이 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창조적 영역으로 간주되는 음악이나 미술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신문기사를 본 후, 또는 곡을 듣거나 그림을 감상한 후에 이것들이 인공지능의 작품인지 사람의 작품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조만간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에는 인간 두뇌에 관한 연구 결과를 활용해 인공 뉴런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기계 학습 방법과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한 차원 높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인간과의 바둑 대결로 유명해진 알파고는 이런 방법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이런 노력은 모두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시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이것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른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미국의 발명가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레이 커즈와일(Ray Kuzweil)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우려하는 입장과 낙관적인 입장이 엇갈리는데, 저자는 우려하는 입장이다.

 

1997년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인 “딥 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겼고, 2011년에는 IBM의 업그레이드된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이 미국의 인기 퀴즈 프로인 <제퍼디!>에서 최고의 인간 선수를 꺾었다. 물론 최근에는 구글이 알파고가 바둑 게임에서 한국의 바둑고수 이세돌을 이겼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진화 역사가 시사하는 바는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규모와 향후 기대되는 비즈니스 전망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어쨌든 구글이 이 분야를 선점한 것으로 미루어 앞으로 응용 분야가 무진장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인공지능은 최첨단 알고리즘으로 무장해 기사 작성, 예술 활동, 그리고 금융거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만약 이런 알고리즘이 자기조직화의 원리를 터득하게 된다면 누구도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영화 <매트릭스>나 <트랜센던스>는 이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유전공학에서와 마찬가지고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 교육, 의료, 3D 프린팅 및 무인자동차 산업의 전망

저자는 향후 인공지능이 엄청난 변화를 선도할 분야로 특별히 교육과 의료 분야를 언급한다. 저자는 2013년 미국에서 영문학 교수들과 작문지도자들이 기계로 논술 문제를 채점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했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공지능과 관련된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런데 책에서는 대학 교육과 관련해 주로 대규모 공개 온라인강좌(MOOC)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강좌가 활성화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온라인강좌 수강자들의 평가와 관련해 인공지능의 역할이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온라인강좌 활성화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교육의 본질상 오프라인강좌가 어떤 방식으로든 존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저자와는 달리 온라인강좌를 활성화하는데 인공지능이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 분야에서 향후 인공지능이 초래할 가공할 변화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이미 IBM의 왓슨을 응용한 프로그램이 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예컨대 암 진단의 속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의 역할에 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미국 의학연구소의 2006년 보고서 추산에 따르면, 매년 1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투약 실수로 피해를 입으며, 이로 인해 매년 35억 달러의 추가 의료 지출이 발생한다. 환자의 병력과 투약 관련 정보, 그리고 해당 약에 수반되는 독성과 부작용 등의 세부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라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심지어 복수의 약물이 투여되어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고도로 복잡한 상황에서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235쪽)

      

이것은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무진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에 비례에서 의료 분야의 인력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예를 들면 영상의학 전문의들은 여러 가지 의료 영상을 해석하도록 훈련받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영상처리 기술과 인식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이들이 얼마 안 가 영상의학 전문가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빼앗아버릴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이런 분야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대부분의 분야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도처에서 발생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개발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노인들 돌보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분명 인간 노동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예상한다: “가까운 장래에 이루어질 만한 일을 보면 우선 노인의 이동을 도와주는 로봇 워커와 노인의 지시에 따라 약이나 물 한 컵 등을 가져오거나 안경처럼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물건을 찾아오는 저가의 로봇을 생각해볼 수 있다.......치매 환자를 추적하고 모니터하는 로봇도 등장하기 시작했다.”(246쪽) 이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미래의 산업에 미칠 인공지능의 영향력과 관련해 저자가 주목하는 분야는 3D 프린팅과 무인자동차다. 사실 이 분야는 이미 제러미 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에서 상세하게 다루었기에 저자가 언급한 내용 가운데 특별한 것은 없다. 한 가지 특기할 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3D 프린팅을 이용해 실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3D 프린터를 이용해 임플란트나 의수, 의족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실험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일부 장기도 만들고 있다. 또한 3D 프린터를 이용해 쿠키, 페이스트리, 초콜릿 등도 만들고 있으며 곧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데 활용됨으로써 가정과 식당의 주방을 점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저자는 건설업 분야에서 3D 프린팅의 영향력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조업에 대한 3D 프린팅의 영향은 많은 공장이 이미 고도로 자동화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건설 분야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건설용 3D 프린터는 언젠가 더 좋은 주택을 더 저렴하게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줌과 동시에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겠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할 것이다.”(281쪽) 3D 프린팅으로 노동집약적인 건설업에서도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로 노동의 종말은 거의 모든 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강력한 충격을 주리라 예상되는 것은 무인자동차다. 현재 이 분야는 구글이 선도하고 있는데, 제러미 리프킨도 예상했듯이 머지않아 법적, 제도적 문제가 정비되어 무인자동차가 널리 보급된다면 수백만 명의 화물 트럭, 택시 등 운전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단지 일자리에만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 미래 경제사회의 전망: 퍼펙트 스톰은 피할 수 없는가?

조만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이른바 특이점이 도래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구글을 비롯한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s)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이므로 과거와 같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은 로봇 산업의 경우에는 더욱 분명하다. 이미 비용 면에서 효율적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공장 자동화의 수준을 넘어 각종 서비스업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로봇 산업의 성장률이 연평균 20%를 넘는다는 사실이 이것을 뒷받침한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결합으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여기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더라도 사라지는 일자리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전제되어 있다. 이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발전은 독립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고령화와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이 예상되고 있다. 이 세 가지 핵심적인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때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몰락이다. 과연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가?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이런 기술발전을 주도하는 것은 거대 자본이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구글이나 애플 등 초국적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현재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더욱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자본과 결탁한 소수의 초국적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극단적인 예상을 하고 있다: “여기서 피할 수 없는 결론은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는 사람은 사실상 없어지리라는 것이다. 자본소득, 그러니까 기계를 소유하는 데서 나오는 소득은 극소수의 엘리트의 수중에 집중될 것이다.”(367쪽) 금융자본과 거대 기업의 결합은 곧 돈과 기술독점의 결합을 의미함과 동시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들의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그 결과 불평등이 더욱 악화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으스스한 장기적 시나리오는 세계경제 시스템이 결국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나가는 방법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해괴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세상을 떠받치는 시장경제가 사라지고 최고의 부자들만을 대상으로 고가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만 남을 것이다. 인류의 거의 대부분은 모든 것을 박탈당할 것이다. 경제적 계층 간의 이동은 아예 사라질 것이다.”(336쪽)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소비를 근간으로 유지된다. 소비 증가 → 투자 확대 → 고용 증가 → 소득 증가 → 소비 증가로 이러지는 선순환이 유지되는 경우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순환의 첫째 고리인 소비가 절대적으로 줄어들면 투자, 고용 및 소득이 순차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결국 시장경제는 성장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불황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부 정책도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시장경제는 몰락하고 말 것이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정보기술발전, 불평등 분배의 심화, 인구 절벽, 이 세 가지 요인들이 결합하면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올 수 있다. 퍼펙트 스톰이란 개별적으로는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함으로써 가공할 파괴력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 대응방안은 있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발전의 충격으로 인해 시장경제의 근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리고 있다. 이 점에서는 제러미 리프킨의 전망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다. 리프킨은 해결책을 공유경제의 활성화에서 찾는다. 반면 저자는 전혀 새로운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자동화의 진행을 중단시키자는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면, 결국 이제까지의 정책과는 다른 정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내가 보기에 일종의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395쪽)

 

흔히 불평등이 악화되는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교육을 지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정보 격차나 교육 격차로 인한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이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보기술이 일자리 자체를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정보기술의 발전을 중단하는 것이 대안인가?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이 존재하는 한 누군가는 이런 기술을 이용하려 할 것이기에 죄수의 딜레마에서와 같이 결국 모두 이런 기술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것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다소 생경한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제시한 것이다. 이것만이 줄어드는 소비를 확대시킴으로써 시장경제가 다시 선순환의 궤도에 진입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저자의 고유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득이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교수뿐만 아니라 이전으로 소급하면 미국 독립 당시 토머스 페인(Thomas paine)과 신자유주의의 대부 격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v. Hayek)도 같은 제도를 제안했다. 이와 같이 시대를 막론하고 당대의 대표적인 논객들이 이 제도를 지지했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도 뭔가 고려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저자는 앞서 말한 “퍼펙트 스톰”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제도를 제안하면서도 실제로 실행하는 데는 재원 마련 문제와 인센티브라는 차원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필자도 이 제도는 인센티브 차원에서 볼 때 부정적인 효과가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전반의 수요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이 제도를 실행 가능하며, 인센티브와 합치하도록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 보다는 리프킨이 제안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약화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시장경제의 논리와는 다른 논리가 적용되는 공유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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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9-05 09:50
    날까로운 지적과 함께, 책 전반에 걸친 내용에 대한 요약을 잘 해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