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시겔의 『마음을 여는 기술(MINDSIGHT)』
저자: 대니얼 시겔(Daniel Siegel)
역자: 오혜경
출판사: 21세기북스(2011)
목차
1. 왜 나는 점점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할까
1장 부서진 뇌, 영혼의 지도를 잃다
2장 나는 왜 작은 일에 쉽게 분노할까
3장 스스로 마음을 모니터하다
4장 친밀하고 유연한 나를 꿈꿔라
2. 마음의 문을 여는 마인드사이트 효과
5장 롤러코스터를 탄 마음, 집중하고 호흡하기
6장 마음의 굳은살 제거하기
7장 참을성의 창문을 넓히다
8장 과거에 갇힌 죄수 꺼내기
9장 겁에 질린 아이와 작별하기
10장 내안에 내가 너무 많다
11장 왜 너와 나는 우리가 되지 못할까
12장 두려움, 바라보고 놓아주고 받아들이기
에필로그
부록
<북 리뷰: 통합을 위한 마인드사이트 기술>
★ 저자 소개 및 책의 개요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 소속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대니얼 시겔(Daniel Siegel)의 저서 『마음을 여는 기술』 (원제는 Mindsight)을 읽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세계관의 전쟁』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인 인도 출신의 의사이자 영성지도자인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가 시겔 교수가 내린 마음에 관한 정의가 매우 적절하다고 평했기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마음을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나름 오랫동안 궁리해왔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누구나 마음을 논하지만 막상 마음이란 무엇인지 간결하게 정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면 마음에 관한 모든 논의가 자칫 혼란스럽거나 공허해질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마음을 비웠다.”,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아프다.” 또는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나의 정체성과 마음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마음이 나 자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대체 나와 마음의 관계는 무엇인가?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마음공부니 마음챙김(mindfulness)이니 하는, 지금은 일상화된 용어들뿐만 아니라 불교 가르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라는 말 또한 애매모호한 선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조사(祖師)에게 마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뜰 앞의 잣나무”라고 선문답을 한다면 과연 여기서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진정 이성적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무리 분별지(分別智)의 한계를 넘어 반야지(般若智)의 관점에서 봐야한다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의와 이에 바탕을 둔 활발한 논의 그리고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영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학문이든 종교든 그 무엇이든, 인류의 행복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과학은 나름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마음도 이 원칙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이라는 관점에서 마음의 문제에 접근하고자 이 책은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출간된 지 몇 해가 지나기는 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 마음에 대한 과학적 정의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구성된 유기체요 생명체라는 사실에는 누구라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異見)이 없지만 마음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과 생각, 느낌, 감각, 기억, 정신, 영혼 그리고 의식은 어떤 관계에 있나? 인간의 다양한 측면 가운데 몸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배제하고 나면 나머지는 어떤 식으로든 마음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정신인가, 영혼인가 아니면 생각인가, 의식인가?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묻다보면 마치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들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혼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런 상황을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른바 사이비 종교나 사이비 믿음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사악한 인간들이 심약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이용해 이들을 착취하고 교묘하게 조정할 수 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이런 사례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인간의 마음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대한 객관적 내지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필자는 이런 의미에서 마음에 대해 시겔 교수가 내린 정의를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에너지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관계적이며 구체적인 과정이다”(94쪽)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는 “우리의 마음은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며, 그 관계에는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도 포함된다”(98쪽) 라고 말한다. 이것이 과학적 관점에서 마음에 대한 최초의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모호한 마음의 실체에 형상(form)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정의를 곰곰이 살펴보니 마음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조작적 정의에 의존하는 것은 마치 무용수의 아름다운 동작을 뉴턴의 운동역학으로 설명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마음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것이 마음의 신비로운 측면을 모두 배제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단 이런 식으로 접근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정의를 하나씩 분해해서 살펴보자.
인간은 모두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으므로 우리의 모든 행동이나 생각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필자가 아쉽게 느낀 점은 인간에게는 단순히 물리학적인 에너지를 넘어서는 그 무엇, 우리가 흔히 기(氣)라고 말하는 생체 에너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겔 교수는 간과한 것 같다. 기는 마음의 작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 둘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이를 테면 기가 허한 사람은 마음 또한 매우 심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가 실한 사람은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강건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히 서양 사람들에게 기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인가보다.
정보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사물의 상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 또는 메시지에 해당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변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것은 곧 마음을 결정하는데 정보가 필수적이라는 의미이다. 이와 같이 정보와 마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정보는 그야말로 우주의 모든 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거대한 우주 자체부터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아원자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이 정보의 원천이다. 우리 자신 또한 유전 정보에 바탕을 둔 생명체다. 따라서 저명한 물리학자 존 휠러 (John A. Wheeler)가 “만물은 정보다”라고 주장한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우리 마음도 정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다음 시겔 교수가 마음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고 정의한 것은 탁견(卓見)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몸과 마찬가지로 마음도 명사, 즉 하나의 정지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이것은 몸과의 대칭성을 고려할 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마음은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명사가 아니라 동사인 것이다. 그래야만 끊임없이 변하는 마음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동사란 원래 움직이는 대상으로 묘사하는 용어가 아닌가? 따라서 “마음은 항상 움직인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반면 일편단심이란 말은 정상이 아닌 것이다.
마음은 또한 “관계적이며 구체적인 과정이다”라고 한 것도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시겔 교수의 정의를 번역하면서 "embodied"라는 말을 “구체적”이라고 번역한 것은 역자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몸에 체화된”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필자는 You Tube에 있는 시겔 교수의 동영상을 통해 이 부분을 확인했다). 마음이란 자신 이외의 다른 대상―사람을 포함한 일체의 생명체―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것이요 이것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우리 자신의 몸에 체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른바 얼굴에 자신의 마음이 드러난다고 말하는 것이 그 일례이다.
★ 마인드사이트 기술과 통합의 의의
이상 마음에 대해 시겔 교수의 정의를 바탕으로 마음의 본질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필자는 마음에 대한 그의 정의가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관한 유일한 객관적인 정의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 이외에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나 인지철학자 대니얼 대닛(Daniel Dennett)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나름 마음을 정의했지만 시겔 교수의 정의만큼 필자에게 어필하지 않았다. 1990년대 미국에서 “뇌의 10년”을 선포하고 뇌와 마음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했을 때 시겔 교수도 이와 관련된 연구팀을 만들었다. 그때 팀에 합류한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각자 마음을 달리 정의한다는 사실에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그렇지만 그가 내린 정의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자신 힘을 내 이 정의를 바탕으로 뇌와 마음 간의 관계를 연구했던 것이다.
마음에 대한 이런 정의에 바탕을 두고 시겔 교수가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마인드사이트(mindsight)” 기술을 연마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마인드 사이트란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스스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주의 집중 상태”라고 정의한다. 마인드사이트에 해당하는 적절한 우리말을 찾기 쉽지 않지만 굳이 번역하자면 “마음의 시야” 내지 “마음 바라보기”라 할 수 있다. 즉, 마치 렌즈를 이용해 사물을 더 자세히 살펴보듯이 자기 자신의 마음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더 상세히 살펴봄으로써 개인적인 웰빙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웰빙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가 이 책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는 “마음다함(mindfulness)”도 마인드사이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마음다함은 보통 마음챙김으로 번역하는 데 저자는 여기서 마음다함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시겔 교수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이 이 정도에 그친다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왜냐하면 마음 관련해 이런 정도의 주장은 굳이 정신과 의사의 설명을 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시겔 교수가 그 동안 뇌과학 분야에서 입증된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주관적인 마음을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한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즉,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현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론적인 바탕으로 제공하려 시도했다는 사실이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했던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에 더욱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 점은 2만 명이 넘는 환자와의 인터뷰했고 그들을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칼 융을 연상시킨다.
시겔 교수는 마인드사이트를 이용해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통합(integration)”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는 이런 통합을 여덟 가지로 분류한 후 우리의 웰빙, 나아가 더 큰 무엇과의 연결을 위해 하나하나의 통합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여덟 가지 통합이란 의식의 통합, (뇌의)수평적 통합, (뇌의)수직적 통합, 기억의 통합, 이야기 통합, 상태 통합, 대인적 통합 그리고 시간적 통합을 말한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은 다음 구절에 잘 요약되어 있다: “나는 지난 2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질병 없는 상태와 웰빙 상태의 기저에서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바로 통합이라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시스템 내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는 요소들 사이의 연결을 의미하는 통합은 건강으로 이어지는 직통 경로를 보여준다.”(111쪽)
저자는 이 모든 통합을 달성한다면 마음, 뇌 그리고 관계로 요약되는 “웰빙의 삼각형”을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이란 바로 이 세 가지의 통합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통합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마인드사이트 기술로서 우리가 뇌를 통합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상당 부분을 뇌의 구성과 기능에 할애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시각은 신경과학자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뇌를 구성하는 각 부분의 기능에 대해서는 신경과학자들과 같은 입장이지만 “마음 = 뇌”라는 생각은 단호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표현에 잘 요약되어 있다: “뇌의 부분들에 익숙해질수록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이 다양한 영역의 점화 패턴을 이용해서 마음 자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신경 점화의 물리적 특성이 우리가 정신 활동이라고 부르는 주관적인 체험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되풀이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뇌의 점화가 정신 활동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정신 활동이 뇌의 점화를 자극한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77쪽) 이와 같이 그는 마음과 뇌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면서 뇌를 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마음의 통합을 달성할 수 있으며 그 역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그의 궁극적인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깨달음이나 득도(得道)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소박하게 우리의 웰빙, 즉 행복을 말하고 있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이미 확립된 뇌의 기능에 근거해 우리의 뇌를 통합적으로 사용하도록 훈련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분리의식을 극복하고 자신이 더 크고 상호 연결된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는 조용한 관찰이 이루어지는 객관적이고 개방적인 장소가 있다. 이곳이 의식의 바퀴에서 모든 것을 수용하는 중심축이며, 정신적 바다의 고요한 심해다.”(151쪽)
이와 같이 평범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이 각종 종교에서 신비주의 체험을 한 사람들이 느꼈던 깨침 내지 아하 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단지 뇌과학과 심리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의식 전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핵심 개념인 통합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으로 “마음다함”이라는 명상 기법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음다함에 대한 그의 생각은 “마음을 다한다는 것, 마음다함의 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판단에 휩쓸리지 않고 의도적으로 현재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방식이라고 종종 정의된다........마음다함 의식의 기술을 배우는 것은 본질적으로 앞에서 통합이라고 정의했던 특성을 함양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137쪽)라는 표현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객관적인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마음의 세계를 훌륭하게 설명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참조 사항>
• 대니얼 시겔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대중 강연을 실시했으며 그 중 일부는 YouTube에 있는 그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다음 링크의 동영상을 추천한다:
• 18세기 스웨덴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신비주의자였던 에마누엘 스베덴보리(Emanuel Swedenborg)는 저서 『위대한 선물』에서 인간이 죽어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인 연옥에 가면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어 있으며 어떤 위선도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살아생전에 위선적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지옥에서 있다고 말했다. 필자가 그의 말을 인용한 이유는 그의 주장이 확실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위선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종교적 믿음 내지 영성을 강조하기 전에 보편적 가치로서 이성과 상식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바탕위에 확립된 종교적 믿음과 영성의 힘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가 경고한 데로 집단 광기로 흐르거나 아니면 집단 주관의 최면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구체적인 임상 경험을 통해 얻은 관찰 자료를 바탕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용어와 과학 용어를 적절히 이용해 인간의 마음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시도한 시겔 교수의 저서는 일독할 가치가 있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마음과 의식 간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는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궁극적인 관심사이기도 한 의식의 본질, 의식과 생명, 의식과 물질 나아가 의식과 마음의 관계 등 모든 문제의 바탕에 있으며 사실 상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이 우리의 마음 형성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는지 더 궁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좌뇌는 이성, 우뇌는 감성 그리고 통합적 관점에서의 뇌는 인간의 영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시겔 교수가 말하는 웰빙의 삼각형이 평면적이라면 필자는 이성, 감성 및 이 둘의 통합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영성의 삼각형은 변증법적, 나선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의식의 상승 내지 확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에 바탕을 둔 진정한 영성의 실현,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정신세계가 아닌가 자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정신 활동의 바탕에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필자의 이것을 의식장(意識場, consciousness field)라 부르고 싶다. 마음은 이 의식장에서 일정 법칙에 따라 생멸(生滅)하는 정신 작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기에 의식에 대해 철학적, 과학적, 종교적 나아가 경험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