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영학 분야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Rewriting the Rules of the American Economy』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6-09 14:49
조회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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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Joseph Stiglitz 외 루즈벨트 연구소

출판사: W. W. Norton & Company(2016)

  

 

 <Contents> 

Introduction

The Current Rules(현재 규칙들)

More market power, less competition(더 큰 시장 지배력, 약화되는 경쟁)

The growth of the financial sector(금융 부문의 성장)

The "shareholder revolution", the rise of CEO pay, and the squeezing of workers

   (“주주 혁명”, 전문경영자 보수의 상승과 근로자들 쥐어짜기)

Lower taxes for the wealthy(부유층에 대한 낮은 과세)

The end of full-employment monetary policy(완전고용 금융정책의 종언)

The stifling of worker voice(근로자 발언권의 약화)

The sinking floor of labor standard(근로 기준의 악화)

Racial discrimination(인종 차별)

Rewriting the Rules(규칙 새로 쓰기)

Taming the Top(상층부 길들이기)

Make markets competitive(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들기)

Fix the financial sector(금융부문의 개혁)

Incentivize the long-term business growth(장기적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Rebalance the tax and transfer system(조세와 보조금 체계의 재정비)

Growing the Midle(중산층 육성하기)

Make the full employment the goal(완전고용을 목표로 삼기)

Empower workers(근로자들의 권한 강화)

Expand access to labor markets and opportunities for advancement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과 발전의 기회 확대)

Expand economic security and opportunity(경제적 안정과 기회의 확대)

Conclusion

Appendix: Overview of Recent Inequality Trends

 

<북 리뷰: 미국 경제 개조를 위한 새로운 규칙 모색>

저자의 관심사와 책의 개요

저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현존하는 최고의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스티글리츠는 비대칭정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와 공동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클린턴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해 이론과 현실에 두루 해박한 전문가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필자는 미국 유학 시절 당시 프린스턴대에 근무하던 저자가 필자가 수학하던 펜실베니아대에서 한 학기 강의를 진행할 때 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저 조금 주목받는 중견 경제학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날 글로벌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불평등에 관한 저자의 저서들을 읽고 유튜브에서 다양한 강연 및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나아가 나이를 잊고 정열적으로 연구하는 자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43년 생이니 칠십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지적 활동과 사회 활동을 병행하는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책에서 저자는 최근 역작 The Price of Inequality(2013), The Great Divide(2015)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문제, 즉 불평등의 악화로 인해 미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 자체가 위태롭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구체적으로 미국 경제를 재구축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련의 규칙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실 말이 규칙 개정이지 이것은 미국 경제의 기본 틀을 새롭게 정비하는 실로 엄청난 작업이다. 특히 막강한 로비력을 과시하는 월가의 금융회사나 제약회사, 정유회사 등의 역공을 감안한다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책임 있는 지식인으로서 진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규칙들은 저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고 함께 작업했던 루스벨트 연구소(The Roosevelt Institute)의 연구원들과의 공동 연구와 토론의 산물이다. 저자는 이 점을 책의 서문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여러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검증한 후 대중에게 알리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일반인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러면 기득권 세력은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일상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이 탄생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한 사회의 보편적인 지적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주목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보고서로서 이 책은 비교적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1부에서 저자는 미국 경제를 지배하는 있는 현재 규칙들의 내용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시장경쟁이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금융자본의 위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점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나아가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패러다임으로 인한 단기주의(short-termism)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며 사실상 역진적인 조세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논박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제 전반에 걸쳐 기존의 규칙들이 야기하고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런 후 저자는 2부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규칙을 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규칙들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이미 새로운 규칙들의 방향이 자동적으로 도출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규칙들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관건인 셈이다. 예컨대 저자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지나치게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완전고용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한다. 이로 인해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양적완화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상위층이기 때문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이와 같이 어떤 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어떤 방법으로 실행하는 가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히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새로운 규칙들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간단하다. 시장을 더욱 경쟁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금융 부문을 견제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상위층에의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중산층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현재 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지금의 글로벌 환경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여러 강연에서 과거 40여 년 동안 생산성은 크게 상승한 반면 미국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다. 이것은 곧 생산성 상승으로 인한 경제성장의 과실을 대부분 자본이 가져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고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지적이다. 이와 같이 저자는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를 막고 장기적으로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중시해야 한다.

   

 

현재 규칙들로 인한 실상(實狀)과 문제점

미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 규칙들의 실상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 책의 도입부에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기 전에 현재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상위 1퍼센트의 어마어마한 소득 증가와 나머지 사람들의 소득 정체는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투자하는 것보다 시스템을 상대로 게임을 하는 데 더 많은 보상을 지불하는 병든 경제의 두 가지 징후에 해당한다.”(Skyrocketing incomes for 1 percent and stagnating wages for everyone else are nor independent phenomena, but rather two symptoms of an impaired economy that rewards gaming the system more than it does hard work and investment)

 

아메리칸 드림은 점점 신화가 되어가는 데 이것은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높은 수준의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안고 있는 경제에서는 기회의 평등 수준도 점차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The American dream increasingly appears to be a myth, and this should not come as a surprise: economies with high levels of income inequality and wealth inequality tend to have low levels of equality of opportunity.)

 

이러한 역기능의 근원은 장기 혁신과 성장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기업의 권한과 단기적 이득을 우선해 왔던 규칙들과 권력 역학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The root of this dysfunction lies deep in the rules and power dynamics that have prioritized corporate power and short-term gains at the expense of long-term innovation and growth.)

 

우리는 보다 많은 미국인들의 미래 전망을 개선하고 또한 동시에 경제적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 경제를 만드는 규칙들을 새로이 제정할 수 있다.”(We can rewrite the rules that shape our economy to improve prospects for more Americans while also enhancing economic performance.)

 

이와 같이 저자는 도입부에서 현재의 미국 경제 전반의 현황을 진단한 후 무슨 이유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보고서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점에서 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진단과 이에 기초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비판서들과는 차별화된다.

 

미국 경제의 현황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효율성과 평등 간의 관계에 대한 종전의 견해를 반박하는 데서 출발한다. 최근까지 학계와 정계 및 업계 전반을 지배해 온 논리는 1975년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The Big Tradeoff라는 저서에서 효율성과 평등 간의 상충관계를 지적한 이래 효율성(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등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즉 성장을 위해서는 불평등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은 잘못된 견해였다고 반박한다. 새로운 증거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다음 표현에 압축되어 있다: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아서 오쿤은 한때 효율성과 평등 간의 명백한 역의 관계를 거대한 상충관계라고 묘사했다.......그러나 새로운 증거에 의하면 경제적 성과에 피해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진작시키는 가운데 국가는 불평등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Arthur Okun, chairman of th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 under President Lyndon Johnson, once described the apparent inverse relationship between efficiency and equality as the "big tradeoff".........But new evidence shows that nations can successfully combat inequality without harming, and perhaps even while promoting, economic performance. 7)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자는 궁극적으로 중산층을 두텁게 육성하는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저자가 현재 규칙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내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규칙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두터운 중산층을 육성함으로써 성장과 불평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간명하게 말하고 있다: 새로운 견해는 분수 경제(trickle-up economy), 즉 중산층에 바탕을 둔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평등과 경제적 성과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인 것이다.”(The new view is that trickle-up economicsbuilding out the economy from the middleis more likely to bring success; in other words, equality and economic performance are complements, not substitutes. 8) 여기서 저자는 분수 경제라는 용어를 종종 거론되던 낙수 경제(trickle-down economy)”가 유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냉소적으로 말하려고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현재의 규칙들이 미국 경제 여러 분야에서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매우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80년 이후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경쟁은 점차 감소한 반면 M&A를 통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이 점점 소수의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서 저자는 구체적으로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적재산권이 혁신과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경쟁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했다든가, 신기술이 새로운 시장 지배력의 원천으로 등장한 이유라든가, 세계화가 시장지배력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실 등을 다루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경쟁이 어떻게 약화되었는지 논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 전반의 효율성과 평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는 주제들이다.

 

저자가 특히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금융 부문의 급성장에 관한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 이래 금융 부문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부문이다. 오랫동안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을 지냈으면서 금융계로부터 마에스트로라는 존칭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이 주장했듯이 자유 시장은 스스로 규제한다는 원칙은 금융시장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았다. 저자 말대로 금융시장은 스스로를 규제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경험했듯이 광기가 지배하는 비이성적 시장으로 전락했다. 나아가 금융시장의 비정상적인 성장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전반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저자의 입장은 다음 표현에 잘 요약되어 있다: 규제완화가 실행되었던 지난 35년은 평균적인 미국인과 미국 경제 전반의 경제적 성과에 심대한 결과를 초래했다. 은행이 영업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예컨대 지불장치를 운영하는 것부터 투자활동을 관리하는 데 이르기까지, 지대추구적인 수수료는 금융 부문을 비대하게 만들었던 반면, 한편으로는 위험천만한 은행 업무와 대부 행태는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내몰았다.”(The last 35 years of deregulation have profound consequences for average Americans and the country's overall economic performance. Rent-seeking fees on each of the areas in which banks operate, from running the payments mechanism to managing investment activity have bloated the financial sector, while a dangerous form of banking and lending ultimately drove the economy to collapse. 44)

 

이외에도 저자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른바 주주 혁명이 미국 경제를 어떻게 약화시켰는지 상세히 다루고 있다. 우리 또한 미국식 기업 경영에 익숙해 있어 주주가치 극대화는 마치 기업이 추구해야할 당연한 목표인 것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정작 이 아이디어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는 이로 인한 비효율과 부작용에 대한 반성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저자는 이런 주주 혁명이 초래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전문경영자의 보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진 것과 기업의 잠재력을 키우는 장기 투자보다는 주가에 유리한 정책을 선호하는 단기주의에 집착하도록 한 점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저자는 부유층에 유리하도록 조세제도가 개편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누진적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본이득세를 포함해 자본에 대한 과세를 완화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투자가 촉진되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물가안정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 나머지 완전고용의 달성이라는 정책 목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화로 인해 근로자들의 위상이 계속 악화되어 왔던 반면 기업은 상대적으로 권한이 더욱 강해짐으로써 이들 간 힘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어 온 것도 중요한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현재 미국 경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은 인종 차별과 관련된 것들을 제외하고는 미국 제도가 그대로 이식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부분 해당된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미국 경제의 현황에 대한 분석이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규칙에는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는가?

1부에서 저자가 상세히 지적한 현행 규칙과 이로 인해 야기된 문제점들에 공감한다면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기본 입장은 다음에 잘 요약되어 있다: 평균적인 미국인을 위해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는 낮은 수준의 투자, 저성장 그리고 상위층에 있는 사람들의 고삐 풀린 소득과 부의 축적을 초래하고 나머지는 오르기 힘든 가파른 언덕을 만들어 낸 규칙 및 제도와 씨름할 필요가 있다.”(To fix the economy for average Americans, we need to tackle the rules and institutions that have generated low investment, sluggish growth, and runaway incomes and wealth accumulation at the top and created a steeper hill for the rest to climb. 97)

 

이를 위해 저자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규칙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상위층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산층을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하나의 문제다. 과거 30여 년 동안 실행되어 온 잘못된 규칙과 제도로 인해 상위층에 지나치게 많은 부와 소득이 집중된 결과 미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가 크게 훼손되었다. 저자는 이를 시정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산층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상위층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금융 부문을 개혁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관행을 없애야 하며 금융 부문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림자 은행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이런 제안들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온 쟁점들이다. 그러나 금융 부문 개혁을 위해 추진되어 온 도드-프랭트 법(Dodd-Frank Act)이 금융계의 막강한 로비로 인해 여전히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역설적으로 이 부문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금융 부문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방준비은행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를 언급한 것은 현재 연방준비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1부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처방들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주의를 극복하고 장기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조세와 보조금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무엇보다도 중산층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다양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통화정책의 목표를 물가안정에서 완전고용으로 전환할 것을 촉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저자는 중산층 육성을 위해 무엇보다도 공공투자를 확대할 것을 강조하는 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공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에 집중되어 있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중산층을 육성하는 데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 또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제안이다.

 

이에 덧붙여 저자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과 근로자간의 협상력의 균형을 회복함으로써 불평등의 악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힘의 균형을 통한 사회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이것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힘의 불균형이 극에 달한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힘의 균형은 사회발전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규칙 개정들이 중산층을 육성한다는 목표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모든 것이 선택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규칙을 제정하고 실행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의 문제이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음의 표현에 저자의 생각이 잘 요약되어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로 구() 경제 모델이 부적절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루어진 새로운 연구와 사고는 평등과 경제적 성과는 서로 상반되는 힘이 아니라 사실상 보완적임을 시사한다. 더 이상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환경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시스템을 형성하는 규칙들을 개정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만들어 내는 정부, 기업 및 노동 부문 간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The financial crisis of 2008 and the Great Recession that followed exposed the inadequacy of the old economic models; the new research and thinking that has emerged as a result suggests that equality and economic performance are in fact complementary rather than opposing forces. No more false choices: changing course won't be easy in the current environment, but we can choose to fix the rules structuring our system. By doing so, we can restore the balance between government, business, and labor to create an economy that works for everyone. 168)

 

 

참조 사항

이 책은 미국 경제를 개혁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규칙들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필요한 새로운 규칙들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물론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에는 공통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질적인 요소도 많다. 따라서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한 처방을 그대로 한국 경제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불평등의 완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중산층 육성이라는 목표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제시한 처방 가운데 한국 경제에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특히 안타까웠던 점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서도 미래를 위해 경제의 기본 틀을 바꿔 보자는 논의가 활발한 반면, 미국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와 같이 종합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이와 같이 종합적이면서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불기피한 사안이다.

 

이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영어가 편치 않은 분들은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본문이 195쪽에 불과한 비교적 작은 책이고 영어 자체도 평이해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의 내용을 널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한 파일을 첨부하고자 한다. 영어에 문제가 없는 분들은 첨부파일을 참조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과 관련해 영국의 한 대학에서 공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이에 관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있기에 아래 수록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동영상을 감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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