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영학 분야

데이비드 오렐의 『경제학 혁명(Economyths)』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5-08 23:44
조회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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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데이비드 오렐(David Orrell) 

역자: 김원기

출판사: 행성:B웨이브(2011)

 

목차 

01 무정부적 경제

02 연결된 경제

03 불안정한 경제

04 극단적인 경제

05 감정의 경제

06 성차의 경제

07 불공정한 경제

08 부풀어 오른 경제

09 불행한 경제

10 좋은 경제

 

<북 리뷰: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대한 총체적 비판>

★ 저자 소개 및 책의 특징

저자 데이비드 오렐(David Orrell)은 응용수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시스템 생물학과 복잡계 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런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주류 경제이론인 신고전파(neoclassical) 경제이론을 근본 가정부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주류 경제학자가 제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기에 경제학 비전공자로부터 비판을 받는 수모를 당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신고전파 경제이론을 비판하는 최근 저서들은 대부분 경제학 비전공자들이 쓴 것이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대동소이한데, 한 마디로 주류 경제이론은 현재 글로벌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중차대한 경제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대해 비판하는 핵심은 신고전파 경제이론이 이미 철지난 물리학의 방법론을 이용해 기계적인 관점에서 경제 문제를 접근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수학 공식으로 환원해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데카르트-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해서는 이미 프리초프 카프라나 찰스 아이젠스타인 등 여러 명의 저술가들이 공통적으로 그 한계와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저자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기계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주류 경제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저자는 기존 패러다임의 전환을 논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런데 저자는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경제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문명의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는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찰스 아이젠스타인이 현실 경제의 대안으로 선물경제(gift economy)를 제안한 것처럼 저자는 신고전파 경제이론에 대한 대안으로 복잡계 이론이나 네트워크 이론 등에 기반을 둔 새로운 경제이론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새로운 경제이론의 구체적인 체계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한 개인이 담당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비판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신고전파 경제이론의 근본 문제들 

저자는 이 책을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주류 경제이론인 신고전파 경제이론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금융위기를 비롯해 극단적 불평등의 문제, 기후변화와 생태계 문제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의 경제 문제들은 잘못된 경제이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저자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신고전파 경제이론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가운데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허한 주장이 마치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인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을 우롱해왔다고 말한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부정하기 힘들다.

 

예컨대 시장에서 개인들은 항상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시장은 항상 균형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고, 시장은 모든 자원을 항상 효율적으로 배분 한다는 것 등이다. 이 모든 특성은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지지하는 것들이다. 이들은 이런 비현실적인 이론에 입각해 규제나 간섭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허구임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주류 경제이론과 이를 신봉하는 학자 및 권력자들에 의해 일반대중의 뇌리에 이런 환상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좋은 경제”는 도덕적 기반을 갖춘 새로운 경제이론을 모색하려는 뜻을 담고 있으므로 저자는 신고전파 경제이론의 문제점으로 9가지를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각각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매우 신랄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정확하기에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해, 주류 경제학이 “수익률의 정규분포 가정”에 입각해 “효율적 시장가설”과 이를 일반화한 “합리적 기대균형이론”을 금융시장을 설명하는 부동의 모델로 확립함으로써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변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주류 경제학자들은 어느 누구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현실 경제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제이론이 여전히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관점을 지지하는 경우에만 학자로서 또는 전문가로서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지극히 보수적인 풍토 때문이다. 이 점은 경제학 분야만은 아니지만 비현실적인 경제이론은 금융위기와 같이 글로벌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필자 또한 이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으며 신고전파 경제이론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경제이론을 고안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일 뿐만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학문 분야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몰아내는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치열한 지적 논쟁과 혼란의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적절한 시기가 오면 비로소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 때는 누구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강요가 아니라 대중 스스로 그런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이런 전환의 가능성에 희망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의 주류 경제이론 비판은 원칙적으로는 대부분 타당하지만, 그동안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가 이룩한 발전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예컨대 시장경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론을 발전시킴으로써 적어도 인류가 이만큼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바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주류 경제이론에 편향되어 있던 사람으로서의 변명이 아니라, 주류 경제이론의 모든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이론의 모순이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기존의 이론과는 전혀 다른 철학과 방법론에 기초한 새로운 이론이 등장할 수도 있다. 경제학이 이런 이론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참조 사항: 첨부파일과 관련 저서에 관하여> 

저자는 경제학자가 아님에도 주류인 신고전파 경제이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신고전파 경제이론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대부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저자의 비판이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니다. 특히 필자는 균형이론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금융시장의 경우에는 특성상 균형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보다 복잡계 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균형의 관점을 포기하고 불균형의 관점에서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도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2009)에서 강조한 바 있기에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또한 복잡계 이론을 전공하고 과학저술가로 활동 중인 마크 뷰캐넌(Mark Buchanan)도 『내일의 경제』(2014)에서 금융시장은 대표적인 복잡계로 파악하는 것이 미래 예측을 위한 더 나은 모델이며, 따라서 본질적으로 불균형한 상태에 있음을 강조한다. 주류 경제학에서도 이런 측면을 더 이상 간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실물시장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균형이론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패러다임이 전환되려면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의 입장을 상세히 이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각 장의 핵심 메시지와 필자의 코멘트를 포함하는 파일을 만들었다. 이 첨부파일에는 저자의 주장 가운데 설득력이 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가 코멘트를 달았으므로 비교해서 보면 저자가 제기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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