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분야

김용호의 『제3의 눈: 시선의 변화와 문명의 대전환』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9-16 17:18
조회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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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용호 

출판사: 돌베개(2011)

 

목차

1부 사라지다

  01 물체, 사라지다

  02 정신, 없어지다

  03 나, 소멸하다

2부 드러나다

  04 빔, 드러나다

  05 빔, 품어 펼치다

  06 의미, 떠오르다

3부 흔들리다

  07, 요동, 퍼지다

  08 토대, 진동하다

  09 문명, 흔들리다

4부 온전하다

  10 온전, 향하다

 

 

<북 리뷰: 제2의 눈에서 제3의 눈으로―의식 전환을 통한 문명의 전환>

★ 책의 특징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제3의 눈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본 문명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전개하고 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문명의 전환을 논한다는 것은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가운데 현재의 실상과 미래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작업이다. 필자도 이 문제에 대해 나름 꾸준히 생각해 왔지만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아 막연하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궁리해보는 정도였다. 예컨대 문명의 전환 문제는 결국 지금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의 보편적인 의식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인간의 의식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다양한 관점―양자역학, 진화론, 신경과학, 심리학, 영성 및 신비주의 등―에서 검토하고 생각을 정리해보려 하였다. 그렇지만 이것은 매우 어려운 주제이기에 방대한 문헌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허를 찔린 것 같은 당혹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필자가 이 사이트에 소개한 이만갑 교수의 『의식에 대한 사회학자의 도전』을 읽으면서 느꼈던 바와 같이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알게 되었다는 동지적인 느낌이 더 강했다. 게다가 국내 학자가, 자신의 전공 분야라는 한계를 넘어서, 이런 수준의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당분간 이 책의 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책에는 필자가 부분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일부 담겨 있지만, 전반적으로 저자는 과학과 영성을 포괄하는 높은 차원에서 문명의 전환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훌륭하게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혹시 저자가 이 글을 읽을 기회가 있다면 만나서 회포를 풀고 싶은 심정이다.

 

★ 모든 것(물체, 정신, 그리고 나)이 사라진 세상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문명의 전환이라는 주제를 “제3의 눈”이라는 방법으로 접근한다.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을 만들어 온 것은 입체시(立體視)라 할 수 있는 “제2의 눈”이었다면 과거 100년 동안 축적된 인류의 지식과 지혜는 이제 막 제3의 눈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제3의 눈을 갖게 되면서 우주 만물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즉 “있음”에서 “빔”으로의 인식 전환, 이것이 곧 문명의 전환의 근본 동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이미 『영원의 철학』에서 언급했듯이, 인류의 위대한 영적 스승들이 오래 전부터 강조해 온 것과 저자의 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단지 과거에는 일부 깨달은 사람들만이 이런 경지에 도달했으나, 지금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경지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이른바 임계치(critical level), 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들—생태계 파괴, 지구온난화, 경제적 불평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무엇인지 막연하게나마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 이전에 이런 시각에서 문명의 전환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저서로는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2006)을 들 수 있다. 카프라는 이 책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인 데카르트-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의학, 심리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포괄적이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 자신 물리학자이므로 새로운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배경 지식으로 물리학이 발견한 새로운 이론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런 면에서 카프라와 유사한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물리학자가 아닌 입장에서 물리학의 최신 이론을 적용해 자신의 논의를 전개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물리학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다른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응용할 때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카프라는 이전 저서인 『The Tao of Physics』(1975)에서 동양사상과 물리학 혁명(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핵심 내용이 서로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지만,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에서는 이 점을 크게 강조하지는 않았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서구의 과학과 동양사상의 조화를 통해 제3의 눈을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카프라의 책과 어느 정도 차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런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리학을 비롯해 생물학, 비선형동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비전공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내공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최근의 이론적 발전을 이해하려고 상당히 노력했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한 가지 특기할 사항은 저자는 우주만물에 대한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양자물리학적 해석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필자가 아는 한 봄은 양자물리학계의 주류에 속한 학자는 아니었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가 “봄의 해석”과 “코펜하겐 해석”이라 불리는 주류의 해석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또한 저자는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양자전기동역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man)이 고안한 유명한 “파인만 도표(Feyman's diagram)”를 인용하였는데, 이 부분이 과연 논의를 위해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이 부분은 특히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굳이 인용해야 했다면, 그 필요성을 충분히 납득시킨 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을 것이다. 예컨대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2010)에도 파인만 도표를 이용해 우주의 본질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과학과 영성의 분야를 두루 섭렵한 내용이 방대하기에 저자의 지적 성취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의욕이 과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알아야만 무엇인가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근본 문제를 어떤 일관된 시각을 가지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일부 사람들이 이런 시도를 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저자는 이들과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당분간 이 정도 수준의 논의를 전개한 책을 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가 그토록 강조한 “의미(meaning)"와 관련된 것이다. 저자는 데이비드 봄이 사용한 "의미"의 관점에서 이것을 모든 것이 펼쳐지는 원천인 것처럼 말하는 데, 그 진정한 뜻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정신과 물체를 아우르는 이면(裏面)에 있는 궁극적 실재로서의 의미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데이비드 봄이 말하는 접힌 질서, 즉 드러난 질서가 되기 전에 모든 것을 아무르는 빔의 질서로서의 의미를 말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우리가 진정한 앎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궁극의 실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을 재정립하는 것이라면 저자가 말하는 ”의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점 저자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가? 이 의미라는 것이 우리의 의식의 범위 안에서 우리가 부여하는 것이라면, 의식(정신)과 물질을 통합하는 배경 질서로 ”의미“를 제시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의식의 문제를 근본적인 문제로 생각해 온 필자로서는 이 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참조 사항: 첨부파일에 관하여>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의식 수준에 도달해야만 저자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빔”의 진정한 의미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제3의 눈”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겠는가?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인가? 아니면 교묘하게 위장한 “제2의 눈”에 지나지 않는가? 이런 의미를 더욱 천착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여기 첨부한 파일에는 저자가 주장한 핵심 메시지와 이에 대한 필자의 코멘트가 실려 있다. 이 책의 상세한 내용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