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트리벨라토: How out-of-body experiences transform yourself and society
유체이탈체험에 대하여
유체이탈체험(Out-of-Body Experience; OBE), 또는 신체이탈체험은 매우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를 드러내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이 “유체이탈 방식 화법”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유체이탈이 희화(戱畵)화된 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정신과 브루스 그레이슨(Bruce Greyson) 교수는 의식이 뇌와 독립적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그 근거로 다음 네 가지를 들었습니다.
1. Deathbed recovery of lost consciousness(죽음 직전 잃어버린 의식의 회복)
2. Complex consciousness with minimal brain(최소한의 뇌에 의한 복잡한 의식 활동)
3. Near-death experience (임사체험)
4. Memories of past lives (전생기억)
이 가운데 유체이탈체험이 빠져 있는데 아마도 그레이슨 교수는 임사체험은 곧 유체이탈체험으로 연결되기에 이 둘을 구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그는 정상적인 육체적 상태에서도 명상 등의 방법으로 유체이탈을 했던 사례들을 고려하지 않은 셈입니다.
우선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혼란을 주기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경우 우리 대부분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알게 된 지식이나 정보에 근거해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주변에서 다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자신만 독불장군처럼 이상한 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가 전부인지, 실재(reality)는 무엇인지 하는 등의 궁극적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는 호기심이 조금씩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관점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전부터 유체이탈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접했을 때는 무슨 기이한 이야기 정도로 치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18세기의 유명한 기독교 신비주의자 에마뉴엘 스베덴보리(Emanuel Swedenborg, 1688~1772)의 『위대한 선물』과 『천국과 지옥』을 읽고 나서 그가 20여 년 동안 유체이탈을 통해 천상계를 오갔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스베덴보리가 스웨덴에서 명망 있는 성직자 가문의 자손이고 뉴턴 이래 가장 유명한 과학자라는 사실에 비추어 그가 저서를 통해 혹세무민하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고 간단히 매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의 이야기가 너무나 상식을 초월하는 내용이기에 도무지 쉽게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하나의 가능성 정도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미국 메인대학 사회학과 키리아코스 마르키데스 교수가 쓴 『지중해의 성자, 다스칼로스 1,2,3』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다스칼로스가 명상을 통해 종종 유체이탈을 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스칼로스는 그리스어로 선생님이라는 보통명사고 그의 본명은 스틸라아노스 아테쉴리스(1912~1995)로서 키프로스 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던 기독교 신비주의자이자 신유가(神癒家)였다고 합니다. 즉 예수님과 같이 병든 사람들을 치유하는 기적적인 능력의 소유자였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로서 대중을 기만할 목적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라 생각하기 힘듭니다. 저자는 다스칼로스와 같이 생활하면서 그의 진짜 모습을 책에 표현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약간의 과장이나 잘못 알려진 부분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은 유체이탈에 관한 것입니다. 다스칼로스는 너무나 쉽게 원하면 유체이탈을 해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다녀왔다고 합니다. 일례로 책에서 저자는 다스칼로스와 승용차로 어딘가에 가는 도중 다스칼로스가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곧 깨어나 미국에 있는 저자의 집 내부를 정확하게 설명해 놀랐다고 말을 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그 정도의 양식을 가진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갑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유체이탈체험을 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적으로 믿을 수도 그렇다고 모두 무시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전해 듣는 것으로는 확신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 외에 호스피스 활동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키블러 로스의 『사후생』에도 유체이탈체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가운데는 어떤 맹인이 유체이탈을 해 자신이 누워있던 수술실의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해 의사와 간호사들을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직접 유체이탈체험을 했거나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그냥 무시하기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져볼만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임사체험 관련해 몇 사람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로버트 먼로(Robert Monroe, 1915~1995)는 젊은 시절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었고 나중에는 음향 패턴을 연구한 결과를 응용하는 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유체이탈체험을 하게 되었으며 이와 관련된 의식 현상을 본격적인 연구하기 위해 먼로 연구소(The Monroe Institute)를 설립해 이 분야에서는 꽤 명성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유체이탈 관련해 《Journeys Out of the Body》(1971), 《Far Journeys》(1985), 《Ultimate Journey》(1994)라는 제목으로 세 권의 책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로 연구소는 유체이탈체험을 비롯해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웹사이트 주소는 www.monroeinstitute.org 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방문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이번에도 우연히 윌리엄 불먼(William Buhlman)이 쓴 《유체이탈》(2001)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불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는데 알고 보니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사람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에서도 그의 강연 동영상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불먼도 이 책에서 자신이 처음 유체이탈체험을 하게 된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의 경우에도 너무 쉽게 유체이탈체험을 하게 되어 처음에는 일종의 자각몽(lucid dream)으로 생각하다가 그렇지 않음을 인식하고 그 후 훈련을 통해 자유자재로 유체이탈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그의 말을 모두 믿지 못하지만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 책도 시도해 보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여기서 소개하려는 <TED 동영상> 관련 내용을 말하려합니다. 이 동영상의 제목은 《How out-of-body experiences could transform yourself and society》이고 연사는 낸시 트리벨라토(Nanci Trivellato)입니다. 그녀는 브라질 사람으로 현재 국제의식연구소(International Academy of Consciousness)의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글을 통해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그녀는 1990년 이래 의식과 초심리학(psi)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아무튼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할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트리벨라토도 어린 시절 우연히 유체이탈체험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인간의 의식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금까지 연구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연구소의 웹사이트 주소는 www.iacworld.org 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방문해보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도 유체이탈체험은 의식이 뇌와는 독립적인 현상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뇌가 없이도 지금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뇌는 의식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정보 가운데 뇌가 허용하는 주파수와 맞는 경우에만 인식한다는 점에서 필터 내지 TV수상기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기여한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신경과학자나 신경과의사 대부분은 이런 의미의 유체이탈체험을 믿지 않습니다. 필자가 소개한 케빈 넬슨의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저자는 다음 같이 주장합니다. ”신경학자들은 신체 이탈 경험이 뇌가 감각을 종합하여 자아의 신체 도식(body schema)을 짜는 과정에서 일어난 교란에 기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신체이탈경험이 일어나려면 우리의 시각뿐 아니라 우리가 지구 중력장 안에서 취한 자세에 대한 감각도 교란되어야 한다. 이 감각은 중이에 있는 전정기관과 관련이 있다.“(175쪽) 이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전정감각을 담당하는 피질 구역이 신체이탈감각을 일으키는 구역 근처에 있는 것은 신경학적 우연이 아니다. 신경학자들은 전정기관의 이상이 신체이탈경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았고 이제는 그 이유를 더 잘 이해한다.“(179쪽) 즉 신체이탈경험은 모두 뇌의 착각이라는 것입니다. 의식이 뇌와 독립적이라는 증거로서 신체 이탈 경험을 거론할 수 없다는 것이죠. 어느 쪽이 진리를 말하고 있는지 판단을 유보한 채 동영상을 감상하기 바랍니다. 한글 자막은 없으나 영어 자막은 가능하니 참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