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관련

요수아 벤지오의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의 부상>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9-10-14 18:15
조회
355

20163월 지금은 구글에 인수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알파고와 우리나라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5번기 대국은 인공지능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이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의 무한한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에 1997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겼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 특히 이 대국을 지켜본 26,000만 명의 중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바둑에서 경우의 수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계산해 최적의 전략을 실행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불가능을 실현한 것이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이었다. 이후 딥러닝은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딥러닝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일종으로 외부의 지시 없이 스스로 학습함으로써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1950년대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이후 두 가지 방법이 경합했다. 하나는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방법으로서 딥러닝의 핵심 요소다. 그런데 인공지능 연구 초기 전문가 시스템이 대세였고 인공신경망 방법은 외면 받았다. 당시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MIT의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교수는 인공신경망 방법은 전망이 없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인간의 뇌를 모방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인물이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교수였다. 

 

힌튼 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 들어와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빅데이터가 출현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2012년 힌튼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미지 인식 국제경연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알고리즘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딥러닝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이 부상한 것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현재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핵심 기술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인공지능 전문가 카이후 리가 AI, Super-Powers에서 지적했듯이 최근 이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범용인공지능(AGI)으로 발전하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아래 첨부한 동영상의 연사 요수아 벤지오(Yoshua Bengio)는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서 앞서 언급한 제프리 힌튼, 그리고 얀 르쿤(Yann Lecun)과 함께 딥러닝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다. 이 세 사람이 2018년 튜링상을 공동 수상한 것은 이들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벤지오 교수는 이 동영상에서 딥러닝의 기본 아이디어를 매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이 향후 인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전망한다. 그는 우리에게 친숙한 알파고의 성능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처음 알파고는 수많은 기보들을 바탕으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인류 최강의 프로기사를 능가하는 실력을 쌓았다. 이것은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에 해당된다. 이후 등장한 알파고 제로는 이런 빅데이터나 인간의 지시 없이 스스로 바둑의 규칙을 학습해가면서 순식간에 알파고를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알고리즘으로 진화했다. 이는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에 해당되는데, 이 기술이 시사하는 바는 실로 엄청나다. 우리는 이미 이런 기술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이 알고리즘을 딥러닝, 즉 심층 학습이라 하는가? 벤지오 교수는 이에 대해 아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동영상을 보면 왜 딥러닝이라는 명칭이 사용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1957년 프랭크 로젠블랏(Frank Rosenblatt)이 개발한 퍼셉트론(perceptron)은 신경망을 응용한 최초의 알고리즘이었다. 그런데 퍼셉트론은 성능이 매우 제한적이었기에 전문가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신경세포에 해당되는 초기 노드(node)에 입력된 데이터를 최종 노드에서 해석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했기 때문이었다. 딥러닝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종 해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multi-layer)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패턴을 인식하도록 했다. 인간의 신피질이 6개 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다.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이며 인공지능 전문가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저서 마음의 탄생에서 인간의 뇌가 여러 층의 신경세포들을 이용해 이미지를 단계적으로 파악한 후, 최종적으로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편 벤지오 교수는 이 동영상에서 이 과정을 그래픽을 통해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이 둘을 참조하면 딥러닝의 핵심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벤지오 교수는 아래 첨부한 동영상의 마지막 대목에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비지도학습에 기반을 둔 딥러닝의 놀라운 성능과 응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 알고리즘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 또한 이런 취지에서 이 동영상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이는 소수 전문가들에 맡겨두고 지켜보기만 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번영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과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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