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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의 <최고의 아이디어가 주목 받는 기업 만들기>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20-01-14 10:21
조회
358

이번에 추천하는 동영상의 연사 레이 달리오(Ray Dalio)1975년 투자회사 <Bridgewater Associates>를 창업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키운 금융전문가다. 이 회사는 2위부터 4위까지 세개의 헤지펀드가 운용하는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인 약 1,500억 달러를 운용하면서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달리오는 그야말로 무에서 출발해 오늘날 모두가 선망하는 투자회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한 것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달리오는 20199월 기준 약 187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했는데, 2011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 맹세(The Giving Pledge)’에 동참해 생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필자가 달리오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사업가로서의 면모보다는 금융전문가로서 시장경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 때문이다. 필자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그가 해설을 맡은 동영상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에서 비롯되었다. 이 동영상에 관해서는 이미 이 사이트에서 소개한 바 있다.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이 달리오는 금융시장 나아가 시장경제 전체를 기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이 점에서는 필자와 견해를 달리한다. 필자는 금융시장을 복잡계(complex system)로 이해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금융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조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그간 여러 번 되풀이 되었던 금융위기는 모두 금융시장의 이런 특성을 간과하고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달리오 같이 금융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금융인의 견해를 무시할 수 없기에 필자는 지속적으로 그의 행보를 주목해왔다.

 

그 동안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달리오는 <다보스 포럼>의 단골 게스트이며, 또한 미국의 유명 미디어와 빈번한 인터뷰 및 대담을 통해 금융시장의 현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달리오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Principles(한국에서는 원칙으로 출판되었음)와 부채 순환(debt cycle)에 근거해 향후 도래할 경기침체를 예측한 Big Debt Crisis와 같은 저서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필자가 보기에 그는 실적과 이론 양면에서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이후 가장 주목 받는 금융인이다. 필자는 특히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www.economicprinciples.org에 수록되어 있는 그의 글 Why and How Capitalism needs to be Reformed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금융계 인사로는 드물게 현재와 같이 방치한다면 미국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 동영상에서 달리오는 금융시장에 입문하게 된 일화를 소개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실패와 이로 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성공하는 기업을 키워나가는 전략을 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과거 자신의 오만으로 인해 주식시장을 잘못 예측했으며 이로 인해 큰 대가를 치렀다고 고백한다. 그렇지만 이로부터 큰 교훈을 얻어 자신의 기업에 적용함으로써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얻은 교훈은 과감한 진실(radical truth)과 과감한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에 기초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과감하다는 것은 과격할 정도로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단순히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달리오는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과의 일상적인 업무 미팅에서 항상 이 두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미팅에 참여한 직원들 모두 Dot Collecto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직원들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하게 된다. 이때 신입사원도 CEO인 달리오를 포함해 모두를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모두 철저하게 진실을 말하고 철저하게 투명할 것을 요청 받는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직원의 3분의 1 가량은 입사 후 3년 내에 이직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축적한 정보를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결과 <Bridgewater Associates>는 과거 26년 중 23년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개인은 종종 오만으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들을 모아 집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전제조건이 바로 과감한 진실과 투명성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이 지켜진다면 집단적인 결정이 항상 우월하다는 것을 지난 20여 년 동안 달리오는 실적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이다. 한국의 기업, 나아가 정부에서도 이런 의사결정의 원칙이 수립된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이나 재벌총수가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가지고 내리는 결정에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 바란다. 이것은 단순히 의사결정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문화를 구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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