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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주요 쟁점에 대하여" 강의파일(3)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6-07 00:13
조회
479

여기 첨부한 것은 "경제학의 주요 쟁점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특강의 세 번째 강의파일로서 "균형(equilibrium)" 개념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주류 경제이론인 신고전학파 경제학(neoclassical economics)에서 "균형"은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시장경제에 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즉 불균형(disequilibrium)이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시장경제를 지지할 이론적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한 마디로 "시장균형의 존재"는 시장경제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레옹 왈라스(Leon Walras)가 시장의 일반균형(general equilibrium)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하고 일반균형의 존재를 논한 이래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기초 중의 기초 개념이 되었으며, 1950년대 걸출한 경제학자인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와 제랄드 드브뢰(Gerald Debreu)가 시장경제의 일반균형의 존재를  수리적으로 증명한 것은 이 분야에서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후 시장경제의 작동 및 성과와 관련된 구많은 연구에서 더 이상 일반균형의 존재 여부를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경제 모형을 시간과 불확실성을 포함하는 더욱 더 일반화된 모형으로의 확장이 가능했졌습니다. 여기서 일반균형이란 시장경제 모형에 포함된 개별시장들 모두가 동시에 균형에 도달한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주류 경제학의 균형이론에 대한 비판은 특히 현실의 금융시장의 분석을 통해 많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저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주류경제이론과 재무이론에서 금과옥조 같이 여기고 있는 "합리적 기대균형"이나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해 과격한 어조로 비판하였습니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말하면 금융시장은 보편적으로 불균형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균형 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균형이론의 관점에서 금융시장을 이해하고 정책을 실시하려 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악화되어왔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금융전문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와 같이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것은 기존 이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최근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복잡계 이론(complex system theory)에서도 금융시장은 전형적인 복잡계로서 불균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존의 균형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복잡계 물리학을 전공한 저술가인 마크 뷰케넌(Mark Buchanan)의 저서 『내일의 경제』는 이런 관점에서 금융시장을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프렉털(fractal)이론의 창시자인 브누아 만델브로가 이미 『프랙털이론과 금융시장』에서 상세하게 논한 바 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듯이 오늘날 세계화와 정보화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금융시장은 균형의 관점보다는 불균형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균형 패러다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경제학의 모든 분야에서 균형 패러다임을 폐기하고 불균형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분히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균형 개념 자체는 시스템의 안정적인 존속을 위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글로벌 경제가 매우 불안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1950~1970년대 이른바 "대안정기"라 불리던 시절에는 비교적 안정적이었기에 문에 그 당시의 경제 현실에서는 균형 개념을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분야는 다르지만 생태계라는가 태양계 등과 같은 시스템에서 균형 개념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만약 이들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계속 지속된다면, 즉 불균형 상태가 지배적이라면 생태계의 파괴, 태양계의 붕괴는 불기피할 것이고 우리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같이 균형 자체는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 첨부한 파일에는 균형 개념과 관련해 약간의 내용을 담으려 했습니다. 필자는 시장경제를 분석하는 데는 균형과 불균형 개념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상적인 재화시장은 균형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금융시장은 불균형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관점을 모두 포괄하는 경제이론를 수립하기 쉽지않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첨부파일을 참조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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