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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디아만디스의 <메가트렌드를 이해하라>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20-07-05 18:19
조회
345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기술적 유토피아(technological utopia)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적 디스토피아(technological dystopia)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에 의하면 우리는 모든 것이 풍요롭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 반면 후자에 의하면 인공지능을 비롯한 파괴적 기술로 인해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겨우 연명해야 하는 쓸모없는 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가운데 무엇이 실현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진행 중인 기술혁신의 특성과 속도를 감안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되돌아보면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일부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동영상의 연사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는 대단한 아이디어와 정열, 그리고 추진력을 가진 혁신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과 더불어 기술적 유토피아의 대표적인 전도사라고 할 수 있다. 디아만디스는 그리스계 미국인으로 MIT에서 분자유전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니 과학자로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재학 시절부터 벤처 사업을 추진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였으니, 훗날 엑스 프라이즈 재단(X Prize Foundation)을 비롯해 10여 개의 하이테크 기업을 설립한 정열은 그때부터 싹텄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여기서 특별히 강조할 것은 2009년 레이 커즈와일과 공동으로 캘리포니아에 싱귤레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를 설립한 것이다. 이 대학은 특이점 (singularity)으로 상징되는 기술적 유토피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10주간 코스를 통해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한편, 정예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조직으로서 구글과 나사(NASA) 등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

 

이 동영상은 20198월에 개최되었던 싱귤레리티 대학의 연례 행사인 글로벌 서미트(Global Summit)에서 디아만디스가 풍요(abundance)를 주제로 현재 진행 중인 메가 트렌드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분이 넘는 비교적 긴 동영상이지만 현재 첨단기술 분야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디아만디스가 여기서 전하는 메시지는 그의 저서 어반던스(Abundance), 볼드(Bold), 그리고 최근 출판된 The future is faster than you think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추가 정보가 필요하면 이 책들을 참조하면 될 것이다. 디아만디스가 강조하는 이 시대의 특징인 풍요는 레이 커즈와일이 강조한 수확가속법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기하급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으로 인해 과거 결핍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풍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물인터넷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 네트워크 장비, 인공지능, 로봇공학, 3D 프린팅, 합성생물학,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모든 기술들이 하나로 수렴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투자 자본을 비롯한 모든 자원이 풍요로운 여건에서 정열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획기적인 프로젝트(moonshot project)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여건 덕분에 2019년 기준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갖는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콘(unicorn)360개나 탄생했다고 한다.

 

디아만디스가 말하는 풍요가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가 지적한 것처럼 재생에너지를 거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더욱 발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정보통신이나 디지털기기 분야에서는 이미 풍요를 경험하고 있다. 예컨대 5G가 상용화됨으로써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통신을 하고 용량이 큰 데이터도 순식간에 다운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기하급수적인 기술들이 수렴해 이제는 장수(longevity)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디아만디스는 커즈와일과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원하며, 이는 기하급수적인 기술을 통해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그것도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과 같이 머지 않은 미래에 기술적 유토피아가 실현될 수도 있고, 아니면 선택된 소수만이 혜택을 누리는 기술적 디스토피아가 어두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어떤 미래가 실현될지 여부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메가트렌드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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