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관련

조너선 색스의 <두려움 없이 미래를 맞이하는 방법>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9-11-24 11:45
조회
450

이 동영상의 연사 조너선 색스(Jonathan Sacks)는 영국 태생의 유대인으로서 영연방 연합 히브리 회중(United Hebrew Congregation)의 최고 랍비(Chief Rabbi)를 역임한 철학자, 신학자, 작가이면서 영국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작 작위를 받은 명망 있는 인물이다. 필자는 색스경에 대해서는 우연히 여기 소개하는 TED 동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25권의 저서를 출판했으며 영국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의 사회적 공헌은 작위를 받은 것뿐만 종교와 과학의 화해를 모색하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템플턴상(Templeton Prize)2016년에 수상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사상과 행동을 겸비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색스경은 현재 사실상 여러 계층으로 분리된 사회,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 극단주의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두려움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물론 각 사회마다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요인은 다를 것이다. 그가 활동하며 살아가고 있는 영국 사회나 서구의 다른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와 다를 수 있으며, 유대인 랍비이자 철학자로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 우리에게 낯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동영상을 보면 이 모두가 기우(杞憂)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마치 고대의 현자가 부활한 것처럼, 신탁의 계시를 들려주는 예언자와 같은 분위기로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처방을 제시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I)”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우리(we)”를 강조하는 문화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인간은 원래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르다는 것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되는 대상으로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대목은 이민자가 많이 늘어난 영국이나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로부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현재와 같이 극단적으로 양분된 이유는 전통적으로 강조되었던 우리개념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가 차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확하게 색스경의 지적과도 일치한다.

 

이에 덧붙여 색스경은 우리 모두 스토리와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스토리를 갖고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정체성이 강화되고, 그러면 다른 존재들을 두려움 없이 반갑게 맞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유월절(Passover)을 비롯한 오랜 이야기들을 계승하고 있는 유대인 사회의 강점을 예로 든다. 이는 우리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소수의 유대인들이 그렇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바로 그들의 이야기가 갖는 힘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강한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도 바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색스경이 유대인의 우월성을 자랑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개념을 받아들이는 데는 이런 덕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런 취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감명 깊은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려는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그의 말을 영문으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A nation is strong when it cares for the weak(약자를 돌볼 때 국가는 강해진다).

It becomes rich when it cares for the poor(가난한 자를 돌볼 때 국가는 부유해진다).

It becomes invulnerable when it cares about the vulnerable(취약한 자를 돌볼 때 국가는 안전해진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마음속에서 자기(self)”의 자리에 우리(us)”를 놓는다면, 즉 자조(self-help)를 타조(other-help), 자존감(self-esteem)을 타존감(other-esteem)으로 대체한다면 우리는 불안을 떨쳐내고 함께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대신 우리를 사용하는 데 익숙한 언어문화를 가지고 있다. 서구는 반대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전통의 의미를 상실한 반면, 서구에서는 이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역설적이다. 우리도 다시 우리”, 함께라는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 색스경의 놀라운 강연은 우리에게 그 당위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그의 훌륭한 영어와 함께 이 강연을 감상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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