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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9-08-23 02:14
조회
311

현재 정보기술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정보기술은 원래 통신 분야에서 태동해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정보의 생성·가공·전송 및 저장과 활용을 가능케 하는 총체적인 정보통신기술로 발전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활성화 그리고 현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정보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따라가기조차 힘들 뿐만 아니라 그 끝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제 우리는 도대체 정보기술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하는 질문을 제기할 시점에 와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궁구(窮究)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로봇공학, 합성생물학, 나노기술,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은 모두 정보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정보기술은 이런 기술들의 기술, 즉 메타기술(meta technology)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정보기술에 대해 논의하려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일반대중이 정보기술의 기반인 정보이론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 1916~2001)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과 그가 제안한 정보의 단위 비트(bit)에 함축된 대단한 의미에 관한 것이다. 섀넌이 미국 <벨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던 1948년에 발표한 The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획기적인 논문이었다. 응용수학자이자 전기공학자였으며, 암호전문가이기도 했던 섀넌은 저글링을 하고 외발 자전가를 즐기던 괴짜이면서도 천재의 반열에 들 정도의 인물이었다. 혹자는 섀넌이 상대성이론을 제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보다 인간의 삶 전반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정보기술이 그의 이론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인정한다면 이는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섀넌에 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섀넌의 천재성은 정보의 단위인 비트를 간결하게 정의한 후 이를 이용해 어떤 데이터든 주어진 채널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이론 모형을 개발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섀넌에 의하면 1비트는 동일한 확률을 가진 두 개의 대안 중 무엇이 실현될지 알아차리는데 필요한 정보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이어서 8비트를 1바이트(byte)로 정의함으로써 모든 종류의 정보의 양을 단일한 단위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삼라만상이 01이라는 이진수의 배열을 이용해 압축, 저장, 가공 및 전송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제 메가(106), 기가(109), 테라(1012), 페타(1015), 엑사(1018), 제타(1021), 요타(1024)바이트로 정보량을 측정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IT 및 통신 관련 컨설팅 기업인 <인터내셔날 데이터 코퍼레이션(IDC)>2025년경 인류는 연간 163제타 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연간 16제타 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이다. 그런데 지금은 제타 바이트의 시대에 살고 있으나,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조만간 요타 바이트의 시대에 진입할 것이다. 요타 바이트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는 관찰 가능한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가 1080개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과 비교하면 감이 올 것이다. 필자는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새삼 섀넌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누구 덕분에 지금과 같이 편리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는지 알고 지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섀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는 인간이 원래 그토록 정보에 목말라하는 존재였는가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자명해진다. 인간은 원래 정보에 목말라하는 존재인 것이다. 원시 시대에 사냥을 할 때든, 부족국가 시대에 부족 간 전쟁을 할 때든, 아니면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각종 금융자산을 매매할 때든 정보는 항상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나아가 인간은 자신의 적이나 동료, 나아가 연인이나 배우자의 속마음이나 숨겨진 계획 또는 드러나지 않은 의도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지대한 관심을 가진 존재임이 틀림없다. 이것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정보를 추출, 가공, 처리 및 전송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이 분야는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 있었던 것뿐이다.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분야가 바로 통신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과학저술가 중 한 사람인 제임스 글릭(James Gleick)은 저서 인포메이션에서 이 점을 흥미롭게 다루었다. 이른바 말하는 북에서 시작한 그의 설명은 통신의 역사를 통해 정보가 삶의 전면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정보에 대한 이런 인간의 욕구는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향상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빅데이터 시대로 분출되었다. 나아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질적으로 우월한 정보를 추출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개발에 사활을 거는 기업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질적으로 우수한 빅데이터를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훈련시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이제 정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우리 주변의 각종 사물은 물론이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조각조각 정보의 파편들로 분해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무심코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이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는 이메일과 여기저기 올린 댓글들을 모두 취합해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분명 나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결국 개인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방대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조직기업이든 국가든에 종속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시점에서 정보가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해 독점적으로 사용될 때 문명은 퇴조했으며 사회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세 암흑기는 이런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공산주의나 전체주의와 같은 일당 독재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보를 독점한 조직이 그런 역할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 및 정보 독점이 또 다른 암흑기를 초래하는 것을 막으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걸으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로 몰두한 채 마냥 즐거워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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