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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외부효과의 파괴력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7-13 21:10
조회
440

시장 실패(market failure)란 이런 저런 이유로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시장 실패가 특수한 경우인 것처럼 텍스트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다루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는데,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시장경제를 기본 경제 시스템으로 채택한 경우 시장 실패는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정당화되지만, 대부분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로 이어진다.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라는 이중의 실패로 점철된 현실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시장 실패를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한 데, 그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외부효과(externality)다. 간단히 말해 이것은 “시장을 통하지 않고 거래와 무관한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시장을 통하지 않고’는 ‘가격(대가)을 지불하지 않고’로 대체할 수 있다. 외부효과는 다시 긍정적 외부효과와 부정적 외부효과로 나누는 데, 전자는 외부경제(external economy), 후자는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라고도 부른다. 긍정적 외부효과는 거래와 관련 없는 제3자에서 긍정적인 효과, 즉 혜택을 주는 경우이며, 부정적 외부효과는 그 반대로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오늘날과 같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경제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부정적 외부효과가 압도적이다.

 

주지하다시피 부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이산화탄소의 배출 행위를 들 수 있다. 배출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가운데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개인, 기업 및 기타 조직은 모두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주체가 서로에게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이런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개설된 것으로 보면 된다. 이외에도 부정적 외부효과는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공장에서 배출하는 유독 가스, 축사에서 배출하는 가축 분뇨, 아파트의 소음과 악취 등은 모두 부정적 외부효과의 사례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부정적 외부효과는 환경세와 같은 조세정책이나 수량 규제, 아니면 코즈 정리(Coase theorem)로 알려진 민간인들 간의 자발적인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물론 어떤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부정적 외부효과로 인해 제3자가 입는 피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피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일 뿐만 아니라 관련 당사자들이 너무 많아 협상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한 마디로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부정적 외부효과를 개선한다는 것이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면 물질적인 측면이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부정적 외부효과의 문제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질문을 달리해보자.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정적 외부효과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런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만약 존재한다면 심각한가, 아닌가? 심각하다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있는가? 이에 대해 필자는 한국 사회의 경우 정신적 측면에서 본 부정적 외부효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이런 상태로 방치한다면 향후 한국 사회의 선진화에 적지 않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통해 검토해 보자.

 

우선 가장 흔한 사례로 한국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대화하는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어떤 식당에서든 사람들이 큰 소리로 얘기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온 후 큰 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자기 일행의 얘기를 알아듣기 어려우니 전보다 큰 소리로 얘기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결과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큰 소리로 얘기하게 되고, 모두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하는 일상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또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래 많은 사람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대방과 얘기하는 데 익숙해졌다. 붐비는 지하철 안이든, 공원에서 산책하는 경우든, 거리에서든, 심지어 엘리베이터와 같은 협소한 공간에서든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바로 부정적 외부효과에 해당한다.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사회규범이 확립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고, 양식 있는 사람들은 이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주변 사람들을 무시한 채 큰 소리로 개인적인 일상사를 얘기하는 행위 및 이와 유사한 모든 행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가장 큰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하는 것은 정치인을 비롯해 공적 영역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언행이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을 비롯해 공적으로 많은 권한을 위임 받은 사람들은 말과 행동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 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 질 수 있으며, 이들의 가벼운 행동으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오만하거나 무지한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부정적 외부효과를 미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은 논리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벌총수나 그 일가의 언행이 대표적인 경우다. 얼마 전 발생한,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알려진 악명 높은 사례는 이들의 언행이 얼마나 큰 부정적 외부효과를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것은 어쩌다가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를 능가하는 사례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밖에 사회 여러 분야, 특히 종교계나 대중매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종교적으로 근본주의적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나아가 종교는 없지만 양식 있는 사람들에게도 부정적 외부효과를 미친다. 단언컨대 어떤 분야든 근본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들은 유난히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것도 정신적으로 성숙하고자 하는 욕심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재물, 그리고 사후의 안락 및 자손들의 물질적 풍요를 바라는 세속적인 욕심이라 할 수 있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물질적 가치를 염원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전도된 가치관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 외부효과를 미친다. 또한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범죄에 연루된 일부 성직자들이 종교적 특권을 악용해 어떤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은 양식 있는 사람들의 공분(公憤)을 자아낼 정도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는 일이다.

 

TV와 같이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결정이 일반인들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항상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청률만 신경을 쓴 나머지 방송국마다 서로 경쟁적으로 연예인들 중심의 오락 프로를 만들어 방송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 수준을 낮추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어느 사회나 오락 프로가 필요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지금과 같이 경쟁적으로 저급한 내용의 프로그램들을 양산하고 있는 풍토는 정말 개탄스럽다. 공공재인 공중파를 남용해 발생하는 이런 유형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인한 피해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부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공유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들 수 있다. 이것은 1968년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라는 생태학자가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을 지적한 용어로서 그 후 부정적 외부효과를 묘사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인식되었다. 공동 목초지의 파괴, 공해(公海)의 수자원 고갈, 열대우림의 파괴, 그리고 지구온난화는 모두 공유의 비극에 해당한다.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소유권이 불분명한 가운데 자원의 남용으로 인해 서로에게 부정적 외부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관리 모델(governance model)’을 도입함으로써 공유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공유의 비극은 정신적인 관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정신적인 관점에서 대표적인 공유의 비극으로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런 갈등과 관련해서는 무엇이 옳은지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 마치 소유권이 불분명한 것과 유사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지나친 시기심과 독선 및 편견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바람직한 논쟁이라면 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갈등을 둘러싼 논쟁에 휘말린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더욱 황폐해지며,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불쾌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만약 개개인이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미치고 있음을 깨달아 이를 시정하려 노력 한다면 그만큼 한국 사회는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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