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관련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21-05-04 23:53
조회
731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정립해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중력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과학,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주옥같은 명언을 많이 남겼다. 그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명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는 그것을 만들어낸 수준의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사회를 들여다보면 중차대한 문제들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려운데 그 원인은 아인슈타인이 지적한 것처럼 문제를 만들어낸 수준의 사고가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자신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으며, 자신만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착각과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묘책이 있다면 마땅히 채택되어야 한다. 그런 묘책을 찾아내는 참신한 방법이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1957년 미국과 냉전 중이던 소비에트연방이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한 데 충격을 받은 미국 정부는 미항공우주국(NASA)를 창설하고 인간을 달에 보내는 <아폴로 계획>을 추진해 1969년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 이것이 문샷 프로젝트의 효시다. 당시의 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지만 새로운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획기적인 계획이었다. 이후 문샷 프로젝트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어렵고도 큰 과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현재 국가로는 영국, 미국 및 일본이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으로는 구글과 테슬라를 비롯해 실리콘 벨리의 혁신적인 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시장경제는 시장과 정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악은 독과점적 시장과 독선적 정부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다. 한국의 경우 현재 상당수의 시장이 독과점 상태에 있지만 공정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점차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는 정책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위임 받기에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여론을 수렴 한다던가 당정 협의를 거치는 등 형식적인 모양은 갖추어왔으나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으며 4대강 개발, 자원외교, 창조경제 등 여러 정책 실패의 대가를 감내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샷 프로젝트의 핵심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해온 것처럼 상금을 내걸고 문제 해결을 위한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오늘날 시장경제에 고유한 복잡계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는 당면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그밖에 교육 문제, 양극화 문제, 불평등 문제, 자살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출산율 저하 문제, 기본소득제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정부가 민주주의 정신을 함양하고 국민의 정체성 회복을 원한다면 독선적인 정책 수립을 지양하고 일정한 상금을 내걸고 <부동산 투기 근절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장기 대책>, <대학입학제도 혁신적 개선 방안>, <이익공유제의 장단기 효과에 대한 심층 분석>과 같은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1등에게 10억 원의 상금을 내걸고 경연대회를 추진하면 강호의 많은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것이다. 이는 국민의 정책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의 취약점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체성 회복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진정한 민주정부라면 이것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정책 추진 방식임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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