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그레이슨의 《After》
저자: Bruce Greyson
출판사: ST.MARTIN’S ESSENTIALS(2021)
Contents
Introduction: A Journey into Unknown Territory
A Science of the Unexplained 2. Outside of Time
3. The Life Review 4. Getting the Whole Story
5. How Do We What’s Real? 6. Out of Their Bodies
7. Or Out of Their Minds? 8. Are Near-Death Experiences Real?
9. The Biology of Dying 10. The Brain at Death
11. The Mind is not the Brain 12. Does Consciousness Continue?
13. Heaven or Hell? 14. What about God?
15. This Changes Everything 16. What Does Iy All Means?
17. A New Life 18. Hard Landings
19. A New View of Reality 20. Life before Death
■ 저자 소개 및 책의 핵심 내용
이 책 『After』의 저자 브루스 그레이슨(Bruce Greyson, 1946~)은 오랫동안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의대 정신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s; NDEs)에 관한 과학적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으며, 지금도 정신의학·신경행동학과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근사체험이란 심정지로 인해 임상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던 사람들 중 심폐소생술 덕분에 극적으로 회생한 일부, 또는 약물 과다 복용, 출산, 그리고 자동차 사고와 같은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유체이탈(Out-of-Body Experiences; OBEs), 터널 통과 후 빛을 향해 나아감,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게 하는 존재와의 만남, 죽은 친지들과의 재회, 아름다운 음악, 황홀한 광경, 짧은 인생 리뷰 등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갖고 죽음 직전에 되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류 신경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 임상적으로 사망했기에 뇌파가 잡히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기에 이런 체험은 모두 죽어가는 뇌에서는 일어나는 환각으로 매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만 전 인터뷰에서 저자는 그동안 1,000건이 넘는 사례들을 연구했으며 근사체험자들의 평균 나이는 31세라고 밝혔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례들을 연구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근사체험이 훨씬 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레이슨 교수는 자신이 받았던 엄격한 과학 교육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연한 계기에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환자의 몸을 벗어난 의식이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유체이탈 현상을 직접 경험한 후 끝내 이에 대한 궁금증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이것이 결국 50년에 걸친 근사체험 연구로 이어졌다. 자신이 막 정신과 인턴으로서 의사 커리어를 시작했던 시절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먹고 있던 중 응급 연락을 받고 급하게 병원으로 되돌아가느라 넥타이에 스파게티 소스가 묻는 것도 몰랐다. 병원에 도착해 홀리(Holly)라는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을 확인한 후 병실을 나와 대기실에 있던 친구 수전에게 경위를 물었다. 다음 날 의식이 돌아온 홀리의 병실에 들어갔을 때 홀리가 자신이 친구 수전과 얘기하던 광경, 그리고 자신의 줄무니 넥타이에 묻었던 스파게티 얼룩을 지적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자신이 교육을 받았던 신경과학 지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2020년 국제근사학회(IANDS)에서 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는데 이 일화를 언급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만큼 그의 연구 여정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이 일화를 언급하면서 울먹이며 이 사건을 회상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지난 50년에 걸친 근사체험 연구를 수행하면서 느꼈을 복합적인 감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관심 있는 사람은 유튜브에서 <https://youtu.be/acN2MQQYGWg>에 접속하면 이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나아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근사체험 연구에 매진하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화학자였던 아버지로부터 매사를 엄격한 과학적 태도로 대하라는 가정교육을 받았으며 의대에서 통상적인 물질주의에 바탕을 둔 의학 교육을 받았던 저자로서는 과학적 연구가 전무했던 당시 상황에서 근사체험 연구에 자신의 커리어를 바치기로 한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했고 50년이 흐른 지금 이 책을 통해 50년에 걸친 연구 여정에서 느꼈던 개인적 심정을 담담한 필체로 묘사하고 있다. 차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근사체험에 대한 이론적 연구나 사례를 다룬 책이 아니라 오랜 연구 기간 동안에 저자가 느꼈던 바를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이다. 물론 중간 중간에 자신이 인터뷰했던 근사체험자들의 증언이나 진술이 수록되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저자가 연구 여정에서 느꼈던 바를 보완해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책의 내용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데는 몇 이유가 있다.
첫째, 저자의 진솔함과 용기다. 근사체험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이 분야에 매진하기로 결심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저자가 버지니아대 의대 정신과에 인턴으로 있을 당시 철학과 교수였다가 근사체험 사례를 접한 후 이에 대한 연구를 위해 버지니아대 의대에 편입했던 레이먼드 무디(Raymond Moody, Jr.)와 잠시 교류했다. 무디는 근사체험이라는 용어를 고안했으며, 당시 『Life After Life』라는 책을 출판해 일약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근사체험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절실하다는 것을 통감했기에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이 분야 연구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1981년 몇몇 연구자들과 함께 <국제근사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Near-Death Studies; IANDS)>를 설립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둘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다른 특징은 저자의 진솔함이다. 책을 읽으면서 모두가 외면하던 분야를 연구하면서 연구자로서 가질 수 있었던 독선이나 분노 같은 감정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사체험자들을 인터뷰한 후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세를 견지하고자 최선을 다하던 저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는 저자가 개인적인 명성에 이끌려 불모지를 연구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지적 영역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엘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강조했던 ‘순수한 호기심’에 이끌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셋째, 저자는 지난 연구 과정을 회상하면서 이를 에세이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각 장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가운데 앞장에서 다른 주제와 연계해 다음 장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는 저자가 나름 신중하게 자신의 연구 여정을 정리해 한 권의 책에 담으려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근사체험 연구에 대해 어떤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연구가 미진하다는 것을 인정한다기보다는 워낙 중대한 문제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학자적인 태도로 여겨진다. 그래서 저자는 많은 근사체험 사례들에 공통적인 요소들을 다루면서도 그 의미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직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어떤 주제와 관련해서는 그토록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근사체험은 죽음 이후 무엇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의식과 관련된 자신의 일부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인정한다.
넷째,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간명하게 “After”라고 지은 이유를 세 가지 제시하고 있다. 우선 죽음 이후(after death)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근사체험자들이 근사체험 이후(after NEDs)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직접 근사체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근사체험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후(after learning about NDEs)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고 말하면서 50년간 근사체험을 연구했지만 자신이 직접 근사체험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자신에게도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 부분 극복함으로써 삶 자체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저자가 처음 근사체험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이래 수많은 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얻은 교훈을 마지막 20장에서 일곱 가지로 정리한 것이다. 50년 연구를 통해 얻은 핵심적인 교훈으로서 근사체험에 회의적인 사람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일곱 가지 교훈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근사체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체험이다(NDEs are common experiences that can happen to anyone):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죽음 직전까지 갖던 사람들 중 10~20%, 또는 인구의 약 5% 정도가 근사체험을 했다는데 동의한다. 이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근사체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정신 이상자로 내몰리는 것이 싫어서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임상적으로 사망한 상태, 즉 심정지가 왔고 뇌파가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유체이탈, 터널 통과, 강렬한 빛을 향해 나아감, 짧고 강렬한 인생 리뷰, 아름다운 음악, 환상적인 장소, 무조건적 사랑을 느끼게 하는 존재(빛 또는 신 등)와의 만남, 죽은 부모 및 친지와의 조우 등과 같은 체험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이는 결코 환상이나 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들은 근사체험의 기억은 현실에서의 기억보다 훨씬 더 강렬했기에 현실의 기억과는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더욱 선명해진다고 말한다.
2) 근사체험은 예외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정상적인 체험이다(NDEs are normal experiences that happen to people in exceptional circumstances):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근사체험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까 걱정해서인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경과학자 마리오 뷰리가드(Mario Beauregard)에 의하면 근사체험의 기억은 공상이나 상상 또는 꿈에 대한 기억과는 다르다는 것을 뇌의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근사체험자에게 당시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한 후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TRI)를 이용해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공상이나 상상을 하는 경우 활성화되는 부위와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가 인용한 신경과학자 마리오 뷰리가드는 탈물질주의 선언을 주도할 정도로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해 주류 신경과학자들과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에 그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다른 신경과학자가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즉 재현성이 있으므로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고자 한다면 동일한 실험을 통해 반박해야 할 것이다.
3) 근사체험은 보통 심원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이어진다(NDEs usually lead to a number of profound and long-lasting aftereffects): 근사체험은 대부분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관대하고 영적으로 성숙한 삶을 사는 전환점을 제공하지만 예외적으로 간혹 이 사건 이후 삶이 혼란스러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근사체험자들 가운데 가족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변화를 가족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근사체험자 중 상당수가 이혼하는 것이 한 가지 사례다. 예컨대 『나는 천국을 보았다』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도 이혼을 한 후 음향 명상에 관심이 큰 카렌 뉴웰(Karen Newell)이라는 여성과 재혼했다. 아무튼 근사체험이 항상 삶과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은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과학적 자세를 반영한다는 생각이 든다.
4) 근사체험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NDEs reduce fear of death): 이것이 근사체험이 인류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근사체험을 통해 더 이상 막연하게 죽음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근사체험자는 다시 육신으로 돌아온 것을 원망하기도 한다. 평소에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호언장담하다가도 막상 죽음을 앞두고는 두려워하는 게 인간이다. 죽음 자체가 동반할지 모르는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육신을 가지고 경험했던 세상과 영원히 결별할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어떤 지식과 경험으로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형태로 종교가 등장한 이래 고등 종교로 발전해왔지만 어떤 종교든 죽음의 두려움을 해소해주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현실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두려움을 방증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우주적 종교》라는 에세이에서 언급했듯이 처음 두려움의 종교로 출발해 도덕적 종교로 진화해 왔으나 여전히 죽음은 종교의 존재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향후 근사체험에 대한 주류 과학계의 부정적 시각이 해소된다면 이는 인류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5) 근사체험자들은 현재의 순간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간다(NDEs lead experiencers to live more fully in the present moment): 이것 또한 근사체험이 제공하는 큰 장점이다. 사람들은 보통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한 가운데 살아가느라 현재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다. 그런데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을 경험했던 탓에 누구보다도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영적 지도자들은 현재를 살아갈 것을 강조하는데 근사체험자들은 자연스럽게 현재에 충만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고 한다. 이 또한 근사체험이 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켜주는데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6) 근사체험은 마음(의식)과 뇌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것은 과학과 철학의 오랜 난제인 심신문제(mind-body problem)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현재 주류 패러다임인 과학적 물질주의에 의하면 우주에는 오직 물질과 에너지만 존재하며 인간의 마음(의식)을 포함한 다른 모든 현상들은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에서 파생되는 부수적인 현상일 뿐이다. 이것은 곧 뇌가 마음(의식)을 생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사체험은 이런 주장에 대한 강력한 반증을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의식과 관련된 뇌 부위(신피질 포함)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현실보다 더 생생한 기억을 한 후 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은 뇌가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주류 신경과학계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가 말한 반증가능성(falsifiability)에 의하면 기존 주장을 반박하는 하나의 사례만으로도 기존 주장은 수정되어야 한다. 백조는 모두 희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단 한 마리 검은 백조만으로 충분했다. 실제로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었으며, 그래서 백조는 반드시 희다는 주장은 반박되었다.
저자는 휴대폰의 비유를 통해 뇌와 마음(의식)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이는 과거 라디오나 TV수상기에 비유했던 것과 대동소이하다. 우리는 휴대폰을 이용해 다른 사람과 통화하거나 영상을 보지만 휴대폰이 음성을 만들어 들려주거나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는 해당되는 부위를 이용해 우리가 주변 상황을 의식하도록 도움을 주지만 의식 자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뇌는 의식(또는 마음)의 생산자가 아니라 의식의 필터나 수신기 또는 라디오가 특정 주파수를 감지하듯이 감축 밸브(reducing valve)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감축 밸브 개념은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지각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에서 강조한 것이다. 이와 같이 뇌를 필터나 수신기로 해석하는 것은 저자가 처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근사체험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해 보다 실증적인 차원에서 이 개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약물을 통해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를 체험했고 이를 통해 의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렸던 헉슬리와는 달리 보다 과학적 방식으로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것은 현재 철학 및 과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서 아직은 기존 이론을 완벽하게 반박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근사체험에 관한 연구가 이 문제의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7) 근사체험은 사후 의식의 연속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NDEs raise questions about the continuation of consciousness after death): 극한의 상황에서 뇌가 기능을 멈춘 상태에서 마음이 작동한다면 뇌사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마음(의식)이 존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해 아직 어떤 과학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사실 사후 의식(또는 마음)이 존속하는가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근사체험 가운데 죽은 줄 몰랐던 사람을 만났던 사례가 있다는 것은 사후에도 의식이 연속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훗날 더 나은 설명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설명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는 물리적 육체 이상의 존재로서 일부는 육체가 작동을 멈춘 다음에도 지속되며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무엇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보통 영적 지도자나 신비체험을 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로 저자는 티벳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 성하(聖下)의 초빙으로 인도 다람살라에서 <의식은 뇌와 독립적인가?>라는 주제로 티베트 승려들을 대상으로 근사체험 연구 결과에 입각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삶을 강조한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서구 과학도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입장을 지양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과학자로서 자신의 연구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필자는 저자의 이런 입장을 근사체험을 연구해서 얻은 결과도 단지 죽음 이후에도 자신의 일부인 뭔가가 존속하니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을 갖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품고 있는 자연과 더욱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우리가 겪는 고통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과 관련된 오랜 연구를 해온 학자로서의 깊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 근사체험 연구는 과학적인가?
근사체험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사례는 플라톤이 『국가론』에 언급했던 에르(Er)라는 이름의 병사의 근사체험이다. 그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근사체험을 했을 것이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의학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죽음을 피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임상적으로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기적적인 사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심폐소생술이 발달하면서 심장발작으로 사실상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소생한 사람들 가운데 근사체험을 했던 사람들의 고백이 점증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에는 진취적인 사고를 가진 의사들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세계적인 의학 저널인 《란셋(Lancet)》에 최초로 근사체험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네덜란드의 심장 전문의 핌 반 롬멜(Pim van Lommel)이 대표적이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이 근사체험은 철학자이자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 박사가 처음 소개한 용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저자는 자신의 멘토였던 버지니아대 의대 이언 스티븐슨(Ian Stevenson)교수와 함께 무디 박사보다 먼저 근사체험에 해당되는 사례들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스티븐슨 교수는 체스터 칼슨이라는 독지가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버지니아대 의대에 인지연구소(Division of Perceptual Studies)를 설립해 버지니아대를 환생(reincarnation) 문제와 근사체험 연구의 중심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굳이 이 점은 언급하는 이유는 저자는 일찍이 근사체험 사례들을 분석하는 연구에 매진했으며, 그밖에 종양 전문의 제프리 롱(Jeffrey Long),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명상가인 피터 펜윅(Peter Fenwick), 그리고 심장 전문의 샘 파르니아(Sam Parnia)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근사체험 사례들을 수집해 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해왔다.
여기서 근사체험은 과연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저자가 이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근사체험 사례들을 연구해왔다는 점을 알리는데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이 책 곳곳에서 저자가 과학적 연구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목표를 가지고 차례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의학 분야에서 과학적 연구라면 이중맹검법(double blind method)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연구를 말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단호하게 말했듯이 통제된 연구나 직접 관측이 불가능한 분야가 엄연히 존재하며, 이런 경우에는 다른 과학적 방법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질학이나 진화론 등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는 통제된 실험이나 관측이 어렵다. 저자는 근사체험도 그런 분야에 속한다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 체험한 것들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체험자들의 기억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이로부터 일관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충분히 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저자의 입장에 동의한다.
이런 저자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저자가 개발한 “근사체험 등급(NDE Scale)”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80개 지표를 선정해 각 지표에서 근사체험의 강도를 측정하다가 훗날 16개 지표로 압축해 각 지표의 등급을 측정했다. 예를 들면 체험자들은 각 지표에 대해 0, 1, 2 중 하나를 선택해 총 0점에서 32점까지 나올 수 있도록 했다. 2점에 가까울수록 근사체험의 강도가 높은 것으로 측정된다. 이런 등급을 적용하면 지역, 인종, 성별, 직업, 종교 등 여러 측면에서의 차이를 무시하고 근사체험자들이 겪은 체험의 강도를 비교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밖에도 저자는 근사체험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한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과학적 연구에 집착한 데는 유년시절 화학자였던 부친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저자의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모두가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미개척 분야를 지금과 같은 정도로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만든 공은 전적으로 저자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근사체험은 무엇이 다른가?
근사체험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상적이 아니다. 보통 우리는 일상적 의식 상태(ordinary states of consciousness)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알아차림(awareness)이라는 의식의 특성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분석한 후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한다. 반면 비일상적 의식 상태(non-ordinary states of consciousness)는 LSD, Ketamine 또는 DNT같은 약물을 복용한 의식 상태나 깊은 명상, 무아지경에 빠진 경우 또는 꿈꾸는 경우의 의식 상태를 말하는데 변성의식 상태(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라고도 한다. 이런 면에서 근사체험은 비일상적 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체험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 전반을 통해 다양한 근사체험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해 얻은 결괄르 바탕으로 근사체험이 일상적인 체험과 여러 면에서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간단히 말하면 근사체험은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주류 신경과학에서 주장하는 것과 상반된 특징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들을 포함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한 특징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근사체험자는 종종 시간이 영원한 것 같이 느낀다. 또한 꿈에서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가 순서와는 상관없이 공존하기도 한다. 또는 근사체험은 시간 밖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한마디로 시간에 관한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시간의 비국소성(non-locality)을 의미하는데, 시간이 무한하게 지속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신중한 저자는 이런 표현을 자제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많은 근사체험자들이 임상적으로 사망한 동안에 얻는 기억은 현실의 기억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보고한다. 저자는 많은 사례를 통해서 이 점을 확인했는데 특히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묻는 경우 이들의 기억은 더욱 선명했다고 한다. 기억의 이런 특성은 기억은 뇌에 저장된다고 하는 주류 뇌과학자들의 견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뇌파 측정과 같은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근사체험의 기억은 상상이나 환각에 입각한 기억과는 다른 반면 실제 기억과 매우 유사했다고 한다. 이는 근사체험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 다수의 근사체험자들은 유체이탈을 경험하는데 이로 인해 근사체험을 부인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혼수상태에서 유체이탈을 통해 수술실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과 주변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행동에 대한 정확한 진술을 한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자신이 유체이탈을 주장한 환자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를 만나서 유체이탈을 통해 관찰했다는 의사의 특유한 동작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계 의사였는데 수련의 과정에서 습득한 특이한 동작을 했는데 혼수상태의 환자가 이를 관찰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는 것이다. 그밖에 저자는 유체이탈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유체이탈이 일어나는 경우에만 관찰 가능한 위치에 무작위로 특정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하는 여러 실험이 모두 실패로 끝난 것이 유체이탈을 부정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의식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지적이다. 의식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집중하므로 바로 주변에 관심 밖의 대상이 있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유명한 <고릴라 동영상>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 근사체험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체험이다. 저자는 이런 정신적 체험과 근사체험은 통계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사람과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간에 근사체험을 하게 될 가능성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근사체험이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논의를 통해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사례 연구에 의하면 기존의 이론으로는 근사체험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물론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지만 저자가 담담하게 자신의 생애에 걸친 연구를 회상하면서 이런 결론을 제시하는 데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저자는 인간의 뇌와 의식(마음)에 대한 자신의 이론 모형을 바탕으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학적 연구 방법은 크게 연역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으로 구분할 때 저자는 많은 사례 연구를 통해 귀납적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뇌와 의식의 관계라는 오늘날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쟁점에 대해 특별히 기여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연역적 추론을 바탕으로 성립한 어떤 이론이라도 궁극적으로는 실증 자료에 의해 귀납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기여한 바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예컨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1915년에 발표되었지만 영국의 천문학자 아더 애딩턴(Arthur Eddington)이 1919년 개기일식의 관찰을 통해 경험적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애딩턴의 실증 연구가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오랫동안 미완의 이론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저자의 연구를 애딩턴의 업적에 비유한다면 필자의 착각일까.
실제로 저자는 주류 신경과학이론으로는 근사체험을 통해 드러난 뇌와 의식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곳곳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근사체험이 주류 과학계에 던지는 가장 큰 도전이라면서도 저자는 이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저자는 “마음(의식)과 뇌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뇌가 마음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해석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상당히 절제된 표현이다. 이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과장해서 해석하기 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이와 관련된 이론 모형을 제시하는 학자에게 역할을 맡기는 겸손한 자세로 여겨진다. 곳곳에서 저자의 학문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라는 생각이 든다.
■뇌와 의식의 관계: 국소적 vs. 비국소적
근사체험은 초심리학(parapsychology)에서 다루는 “사이(psi)”라 불리는 다양한 초자연현상들, 예컨대 텔레파시, 예지력, 원격투시, 예감, 그리고 환생이라고 불리는 현상과 더불어 대표적인 비일상적 의식 상태에 해당한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의식(마음)은 뇌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하는 주류 신경과학이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주류 신경과학계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모두 부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주류 신경과학자들은 이런 현상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할 의사가 전혀 없는 가운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매도하는 데 있다. 이는 결코 열린 마음을 가진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심지어 어떤 신경과학자는 “비록 이런 현상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자신은 부정할 것이다”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오랜 세월 신념을 가지고 근사체험을 연구했다는 데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후반부(11장 이하)는 주로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할애되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한마디로 “마음(의식)은 뇌가 아니다”로 압축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저자는 의식과 마음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한데 이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필자는 마음과 의식은 다른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하기 때문에 이 점에서는 저자와는 다르다. 사람들이 전공 분야에 따라 마음과 의식의 관계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에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이 문제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므로 단지 저자의 관점에서 뇌와 의식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문제에 관한 저자의 태도는 매우 신중하다. 실제로 저자는 각종 인터뷰나 강연을 통해 의식이 뇌와 독립적인 근거로 첫째 오랫동안 의식을 잃었던 사람이 임종 직전에 의식을 회복하는 것, 둘째 최소한의 뇌조직만 남은 사람의 복잡한 의식 활동, 셋째 근사체험자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의식 활동, 넷째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을 들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의식이 뇌에 국한되지 않아야만 설명 가능한 근사체험과 기억이 뇌에 저장되지 않아야만 설명 가능한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 사례가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기억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함께 의식 작용을 위한 필수 요소이므로 기억(특히 장기기억)이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면 이는 의식이 뇌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지지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될 것이다. 의식과 기억은 같이 묶어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근사체험과 전생 기억이라는 두 가지 이례적인 현상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의식이 뇌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즉 비국소적(non-local)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주류 신경과학계에서 의식이 국소적(local), 즉 뇌의 산물이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인류사에서 가장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파괴력을 가진 가설이다. 수많은 근사체험 사례 분석을 통해 얻은 저자의 통찰에 의하면 뇌는 필터 내지는 감축밸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저자 이전에도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작가이자 철학자인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주장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저자는 귀납적으로 많은 사례들을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근사체험자들은 뇌의 대부분 조직이 기능을 상실해 뇌파를 측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근사체험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뇌의 기능이 감소할수록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헉슬리는 이런 상황을 『지각의 문』에서 실감나게 묘사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동물적인 측면 때문에 뇌가 감축 밸브로 작용하면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체험했듯이 약물에 의해 뇌 기능을 축소시키면 전혀 다른 세상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의하면 근사체험은 뇌 기능이 사실상 거의 소실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뇌에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궁극적인 실재(ultimate reality)”에 근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는 평소에 시각적으로는 가시광선만을 감지하고, 청각적으로는 일정 음역(音域) 안의 소리만 감지하는 등 인간의 감각기관들은 모두 감축 밸브로 작용하고 있기에 이 논리는 뇌에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뇌 기능이 거의 소실된 근사체험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을 통해 의식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의식의 비국소성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뇌가 감축 밸브로 기능함에 따라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의식의 지극히 일부만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근사체험자가 만났던 사람 가운데 사망한 사실을 몰랐던 사람과 만났던 기억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의식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이것은 의식이 시간적으로 영원히 존속한다는 것, 즉 시간적 비국소성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비국소성이란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무한(infinity)” 개념에 해당된다.
여기서 의식의 비국성과 관련해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아는 한 이 문제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 대표적인 저서로는 세계적 의학 저널 <란셋>에 근사체험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던 핌 반 롬멜의 『Consciousness Beyond Life』와 『나는 천국을 보았다』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신경외과의사 이븐 알렉산더의 『Living in a Mindful Universe』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비국소적 마음(non-local mind)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의사이자 영성가인 래리 도시(Larry Dossey)의 저서 『원 마인드(One Mind)』와 논문 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의식의 비국소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필자는 이들의 연구를 모두 소개할 능력은 없기에 이 세 사람의 견해를 바탕으로 의식의 비국소성에 대한 이론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가늠하고자 한다. 이런 내용을 다루는 이유는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귀납적 해석과 보완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례 분석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이 발견한 특이한 현상들을 바탕으로 연역적 관점에서 의식의 비국소성을 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귀납적 방법에 기초한 저자의 주장과 상호보완적이다.
의식의 비국소성에 대한 이들의 견해를 살펴보기 전에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견해에 가장 비판적인 사람 중 한 명이 미국의 저명한 회의론자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 박사는 최근 저서 『천국의 발명(Heavens on Earth)』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런 비유(뇌를 TV 수상기에 비유)는 통하지 않는다. 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방송 신호를 만들어 송출하면 텔레비전에서 그 신호를 포착한다. 만약 뇌가 텔레비전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면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방송 시설에 해당하는 의식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의식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주체는 누구인가? 바꿔 말하면 뇌가 의식의 원천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 원천이라는 말인가? 사실 의식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주체는 존재하지도 않고, 뇌도 텔레비전과 전혀 닮지 않았다.”근사체험, 유체이탈, 환생 및 다양한 초감각지각 현상들이 의식의 비국소성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셔머가 제기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뇌가 의식의 필터라면 도대체 의식의 원천은 무엇이고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뇌가 수신하게 되는지 전체 과정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핌 반 롬멜, 이븐 알렉산더, 그리고 래리 도시는 근사체험에 바탕을 둔 이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이들의 주장을 다루기 전에 먼저 이들 주장의 배경이 되고 있는 양자물리학의 초석을 놓은 양자물리학자들이 의식과 관련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이 양자물리학의 특이한 속성을 이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막스 플랑크(19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나는 의식을 근본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나는 물질은 의식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간주한다. 우리는 의식 너머로 갈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의식을 상정(想定)한다.”
• 에르빈 슈뢰딩거(193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의식은 물질적 관점에서 설명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의식은 전적으로 근본적이기 때문이다. 의식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
그밖에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순간 중력에 의해 태양 주변에서 빛이 휘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원리를 입증해준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아더 에딩턴(Arthur Eddington)경은 “물리적 세계는 의식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완전히 추상적이면서 실제성을 잃게 된다.”고 했으며, 영국의 천체물리학자로서 왕립학회 회장을 역임한 제임스 진스(James Jeans)경은“우주는 거대한 기계라기보다는 점점 거대한 생각처럼 보인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모두 의식이 시공간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비국소성을 지지하는 발언이다.
필자가 언급한 세 사람 가운데 먼저 비국소적 마음이라는 용어를 제안한 래리 도시의 견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일찍이 1987년 이 용어를 처음 제안했으며, 자신이 편집인으로 있는 저널 《Explore》 2015년 4월호에 이라는 논문을 통해 비국소적 마음(의식)은 양자역학의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에 기초한 비국소성 이상의 개념이라면서 많은 사례들을 통해 확인되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저서 『원마인드(One Mind)』를 통해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그는 근사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이(psi)현상, 예컨대 텔레파시, 예지몽, 예지력, 원격투시 등과 같은 현상들이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통과했다면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영성지도자인 린 맥타가트(Lynne McTaggart)도 저서 『필드』에서 그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렇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한 주류 과학계의 조롱에 가까운 반응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냉소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양자역학은 기이하다. 의식도 기이하다. 그러니 양자역학과 의식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양자얽힘에 근거한 비국소성은 곧 모두의 의식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의 비국소성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이 얼마나 기이한가?”필자는 주류 과학계의 이런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비록 비국소적 마음, 즉 한마음의 관점에서 의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양자역학을 동원해 의식을 비국소성을 주장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싶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음 이븐 알렉산더는 하버드 의대 등에서 신경외과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사람으로서 2008년 박테리아로 인한 급성 뇌막염으로 일주일 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회생했는데, 이 기간 중 일어난 근사체험을 바탕으로 두 권의 책을 출판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여기 소개한 저서 『Living in a Mindful Universe』에서 그는 근사체험이 우주에 충만한 의식의 본질을 알려주는 놀라운 사건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단순한 물질우주가 아니라 우주의식(cosmic consciousness)으로 충만한 우주라는 것이다. 그 또한 양자역학의 특성인 양자얽힘 현상을 이용해 의식의 편재성을 설명하려 시도했는데,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통찰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튼 의식이 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면 의식의 어려운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 또한 획기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획기적인 주장을 하려면 이에 걸 맞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점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따라서 놀라운 근사체험을 했던 당사자로서 그의 통찰이 맞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핌 반 롬멜은 이들 가운데 이론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장을 펼쳤다. 롬멜도 양자역학의 여러 현상들, 이를테면 양자중첩, 양자얽힘, 입자파동의 이중성, 상보성, 그리고 특히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를 기반으로 의식의 비국소성을 논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대동소이하다. 그렇지만 필자가 이해한 범위 내에서 볼 때 의식의 비국소성에 대한 그의 설명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비전공자로서 양자역학과 의식이라는 두 상이한 주제를 접목해 이 정도로 논지를 전개한 롬멜의 노력에 경탄할 뿐이다. 그의 책은 학문의 벽에 안주하기 보다는 학문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인 연구를 통해서만 “의식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이 보여준다. 그런데 롬멜은 자신이 문제의 답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도를 통해 의식의 본질에 대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고대한다고 말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이상 간단히 언급한 외에도 의식의 비국소성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고무적인 일이다. 만약 이들의 연구가 성과를 이뤄 의식의 비국소성이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날이 온다면 인류사에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이다. 인류는 더 이상 서로를 미워하고 다툴 이유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왜냐하면 의식의 비국소성 여부는 태초에 의식이 출현한 과정, 즉 의식의 기원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핌 반 롬멜이 양자역학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의식의 비국소성을 주장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생명과 의식의 기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아무튼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사람들이 이론을 제시했으나 아직 어떤 이론도 보편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이 저서 『전체와 접힌 질서』에서 주장한 접힌 질서(implicate order), 시스템과학자 에르빈 라슬로(Ervin Lazslo)가 『Science and the Akashic Field』를 비롯한 일련의 저서에서 제시한 아카샤(Akasha) 내지 정보장(information field), 생물학자 루퍼트 셸드레이크(Rupert Sheldrake)가 『Morphic Resonance』를 비롯한 일련의 저서에서 주장한 형태형성장(morphogenetic field), 그리고 천체물리학자 버나드 헤이시(Bernard Haisch)의 저서 『신이론』과 린 맥타가트의 저서 『필드』에서 제시한 영점장(zero-point field)이 의식의 원천인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욱이 이런 원천과 개별 생명체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관해서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의식의 비국소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한 그림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것의 이론’의 모체가 될 수 있다.
■ 근사체험과 관련된 의문
전 세계적으로 근사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인지 이들에 대한 연구도 매우 활발한 편이다. 국제근사학회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심폐소생술과 같은 의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사망했을 사람들이 소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이른바 커밍아웃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근사체험이라는 이례적인 체험을 한 사람들이 수천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근사체험을 죽어가는 뇌에서 산소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각 현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류 신경과학자들은 이런 점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이 문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근사체험 관련 각종 자료들을 검토하고 유튜브에 업로드된 여러 동영상을 보면서 몇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되었는데 그중 몇 가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근사체험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의문은 사망 직전까지 갔거나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대체로 10~20%)만 이런 체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저자를 비롯해 어떤 연구자도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누구는 죽음 직전에 놀라운 경험을 한 기억을 갖고 회생하는 반면 누구는 아무 것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단지 우연의 지배를 받는가, 아니면 어떤 법칙이 있는지 의문이다.
• 근사체험자들이 터널을 통과해 도달했다는 장소(realm)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것은 보통 말하는 장소, 예컨대 디즈니랜드와는 다를 것이다. 그러면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이나 지옥이 여기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근사체험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도달한 곳이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충만하고 평화로우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면서 마치 천국에 있는 것과 같았다고 기억한다. 반면 일부 근사체험자들은 지옥과 같은 장소에 있었으며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고 기억한다. 필자는 천국과 지옥의 비유는 근사체험의 진실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분히 평소 가지고 있는 종교적 사고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사체험 중에도 일상적인 의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이례적인 현상으로서 근사체험의 진실성에 의문을 갖게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단정적인 답변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으면서 다분히 중립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를테면 저자는 근사체험자들이 천국이나 지옥 또는 영적 세상으로 묘사한 것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친숙한 우리 세상의 다른 측면(예컨대 정치세계나 스포츠 세계라는 표현과 같은 맥락에서)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자의 이런 표현이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다는 근사체험의 특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분명치 않다. 이 문제는 근사체험의 진실성과 관련해 더 깊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 근사체험자들 가운데 90퍼센트 정도는 어떤 신성한 “강렬한 빛”과 조우한 기억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 빛의 실체에 대해서는 어떤 일관된 설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근사체험자가 살아온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이 빛의 존재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기독교 전통에서 자란 체험자는 신이나 예수 그리스도를 언급하며 그 밖에 다른 지역 체험자들은 크리슈나, 붓다를 언급하기도 하고 혹자는 근원(Source) 또는 신성한 존재(Divine Being)로 묘사한다. 그런데 명칭을 달라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이 존재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과 한없는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다수가 유사한 증언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은 사랑이니라.”라는 표현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관심사다.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대한 과학적으로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 신성한 빛은 에고의 한계에 갇힌 조각난 의식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의식(universal consciousness)으로서 신비체험을 한 사람들에게 우주의식(cosmic consciousness)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막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의식 상태를 경험한 사람들은 뭐라 묘사할 수 없는 엄청난 희열(bliss)을 느낀다고 했기 때문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저서 『영원의 철학』에서 동서양 여러 종교의 심층을 접한 사람들의 신비체험을 상세하게 비교해서 묘사했다. 이들이 느꼈던 신비체험이 바로 근사체험자들이 느꼈던 무조건적인 사랑과 연관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이다.
저자는 자신의 평생 연구를 바탕으로 근사체험의 여러 측면의 진실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학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책을 읽어볼 만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학자로서 저자의 진지하면서도 솔직한 태도다. 근사체험은 황당한 비과학적인 주장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르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저자는 그 정도로 강한 표현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 문제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평생 이룩한 연구 성과에 대한 자찬(自讚)보다는 다시 한 번 의문점들을 점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것들 외에 근사체험의 여러 측면들 가운데 과학적으로 더 검증되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양자물리학이 고전물리학을 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실험과 관측을 통해 양자역학의 정확성과 정합성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근사체험이론이 주류 과학계의 주목을 받으려면 해결되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모두 해결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년 연구로부터 얻은 통찰이 인류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주기를 고대한다.
■ 근사체험의 인류사적 의의
근사체험이 매우 이례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경우만 해도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경험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수많은 근사체험들에 공통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관점에서 볼 때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신경과학계에서는 근사체험을 단지 죽어가는 뇌에서 산소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 방어 메커니즘 정도로 비하해서 평가하는 것은 진정한 과학적 태도라 보기 어렵다. 예컨대 미국에서 사이비과학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잡지인 의 발행인이자 널리 알려진 스켑틱인 마이클 셔머와 젊은 시절 유체이탈 체험을 했으나 나중에 태도를 바꾼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Susan Blackmore)는 근사체험을 냉소적으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 근사체험에 대한 주류 과학계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시대 대표적인 신경과학자 중 한 명으로서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를 거쳐 현재 <알렌 뇌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020년 6월 1일자에 <What Near-Death Experiences Reveal about the Brain>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가 이 글에서 근사체험을 통상적인 느낌이나 지각과 같이 부인할 수 없는 진짜라면서 근사체험의 실제성을 수용한다고 말한 것은 괄목한 만한 변화다. 그러면서 그는 근사체험의 기억은 실제 기억보다 더 진짜 같다는 저자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였다. 그는 결국 주류 신경과학자로서 자연주의 내지 물질주의의 관점에서, 즉 뇌의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근사체험을 해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우주항공국(NASA)에서 우주인을 훈련할 때 사용하는 원심분리기에서 중력의 4배 정도의 힘을 받으며 회전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기절한 후 곧 회복되는데 이 잠깐 사이에 근사체험과 유사한 체험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뇌에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근사체험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이런 지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근사체험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판에 밖은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가 코흐 박사의 이 글을 봤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에서 코흐 박사가 제기한 의문점들을 모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코흐박사는 최근 의식의 본질과 관련해 비주류 주장에 속하는 범심론(panpsychism)을 지지하는 등 비교적 열린 자세를 가진 학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근사체험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주류 신경과학계는 여전히 근사체험을 진지하게 연구할 의향이 없다는 메시지로 봐도 무방하다.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Thomas Kuhn)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분명히 말했듯이 패러다임 전환은 종교의 개종만큼 어려운 것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비전문가임에도 근사체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이에 대한 탐구가 철학과 과학계에서 오랜 세월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심신문제(Mind-Body Problem)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나아가 심신문제의 핵심은 마음-뇌 관계에 있는데, 이것은 다시 의식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그리고 이것은 1996년 정신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가 말한 “의식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로 압축된다. 이것은 신경세포들 간에 발생하는 전기·화학적 작용으로부터 어떻게 주관적 체험, 즉 퀄리아(qualia)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이보다 앞서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Thomas Nagel)이 1974년 듀크 대학교에서 발행하는 저널 《Philosophical Review》에 게재한 이라는 논문에서 “.....과 같다는 느낌”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주관적 체험, 퀄리아에 해당된다. 아직까지도 주류 신경과학계에서는 이 퀄리아의 정체에 대해 어떤 설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근사체험을 비롯해 환생, 즉 과거를 기억하는 아이들에 관한 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만약 뇌가 의식을 생성하는 원천이 아니라 필터 내지 감축 밸브로 작용한다면 의식의 어려운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 뇌의 전기·화학적 반응이 주관적 체험을 만들어 내는 원천이 아니고 인간이 주변 상황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전달 기능에 그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의 기능이 사실상 소멸되었을 때 현실보다 더 분명하게 의식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근사체험은 뇌가 필터나 감축밸브로 작용한다는 증거를 제공하므로 의식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뇌의 상태와 의식의 상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뇌에서의 전기화학적 반응이 반드시 생각이나 느낌(퀄리아)을 초래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생각이 뇌에서 전기화학적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자는 뇌와 의식 관계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가 아니므로 이렇게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런 저자의 입장은 거듭 근사체험이 “의식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근사체험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저자도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근사체험이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근사체험자들이 마치 지옥을 여행하고 온 듯한 기억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정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간혹 보고되었다. 나아가 긍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 가운데 주변 사람들과 정상적인 교류가 어려워져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자주 확인되었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근사체험자들 가운데 65퍼센트가 근사체험 이전에 비해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아 이혼하게 된다고 한다. 이 통계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근사체험의 부정적 측면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추적 관찰 결과를 통해 근사체험이 전반적으로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다른 기억과는 달리 근사체험의 기억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좀처럼 약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사체험을 통해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삶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근사체험이 주변 가장 값진 교훈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전에 비해 주변 사람들을 더 배려하고,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종교 유무를 떠나 더욱 영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 대목은 정말 음미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넘쳐나는 증거가 있기에 내가 확신하고 있는 한 가지는 근사체험이 사람들의 태도, 믿음, 그리고 가치에 미친 영향이다. 만약 당신이 이 책에서 한 가지만 취하고자 한다면 근사체험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은 변화시키는 힘을 인식하길 바란다(But there is one thing about which I am certain, about which the evidence is overwhelming-and that is the effect of NDEs on people’s attitudes, beliefs, and values. If you can take only one thing from this book, I would want you to appreciate the transformative power of these experiences to change people’s life.)”
죽음은 모든 것의 완전한 소멸이라는 과학적 물질주의의 주장을 분명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반박할 수 있다면 이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인류 전체를 위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이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양극화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패러다임 전환이 없으면 정말 해결하기 어렵다. 다행히 최근 과학계 내부에서 기존의 과학적 물질주의 패러다임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교적 작은 움직임이지만 머지않아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모든 것을 바꿔 놓을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서 근사체험 연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4년 2월 7일부터 9일까지 미국 애리조나 주 투산에 일군의 과학자들이 모여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의 목적은 과학적 물질주의가 과학에 미친 영향을 비판하고 과학, 영성 및 사회를 위한 탈물질주의(post-materialism)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는 데 대해 토론하는 것이었다. 이 회의는 애리조나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마리오 뷰리가드, 심리학자 개리 슈워츠(Garry Schwartz), 그리고 생물학자 루퍼트 셸드레이크, 심리학자 리사 밀러(Lisa Miller) 및 의사 래리 도시 등 여덟 사람이 주관했다. 이 회의를 마친 후 참가한 300여 명의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의사 등 일군의 과학자들은 18개 항에 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그 중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 현대의 과학적 세계관은 물질주의와 환원주의라는 고전물리학의 가정에 근거하고 있는데 19세기 이래 과학적 물질주의라는 신념체계로 굳어졌다. 그 결과 마음은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활동일 뿐이며, 우리의 생각은 뇌, 몸, 행동, 그리고 물리적 세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이런 과학적 방법론이 자연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기술 발전을 가져와 자연을 더 잘 통제하면서 인간에게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다.
• 1920년대에 확립된 양자역학은 과학적 물질주의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을 이용한 기술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관찰자로서 인간의 마음(의식)과 관찰 대상의 상호작용을 줄곧 무시해왔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찰자 효과(또는 측정 문제)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관찰자의 마음(의식)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 과학적 물질주의는 초심리학에서 연구해온 다양한 초자연현상(psi phenomena), 예컨대 텔레파시, 염력. 예지, 원격투시와 같은 현상을 무시해왔으나 이와 관련된 방대한 실증연구결과는 더 이상 무시될 대상이 아니다. 또한 근사체험을 통해 밝혀진 의식과 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뇌가 의식을 생산한다는 과학적 물질주의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다. 이는 마음(의식)은 뇌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결론으로 인도한다. 이에 덧붙여 과학적 물질주의는 뇌가 어떻게 마음(의식)을 생산하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이런 관점에서 탈물질주의 패러다임은 1) 마음은 물질과 더불어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로서 다른 것(뇌)으로 환원되는 대상이 아니다. 2) 마음과 물질세계는 깊이 연결되어 있다. 3) 마음은 물질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비국소적으로 작용한다. 즉 마음은 시간적으로는 특정 시각에, 공간적으로는 특정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것은 마음은 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마음은 한계가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개개인의 단일한 마음을 모두 포괄하는 한마음(One Mind)으로 귀결된다. 4) 수많은 근사체험 사례들은 뇌는 정신활동을 중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마음은 뇌를 통해서 작용하는 것이지, 뇌에 의해 생산되지 않는다. 이것은 육체적 죽음 이후에 존재하는 삶, 즉 사후생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5) 과학자들은 영성과 영적 체험을 탐구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것이 인간 존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물질주의 과학에서 탈물질주의 과학으로의 이동은 인류 문명의 진화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보다 더 결정적일 수 있다.
이 선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근사체험은 단순히 일부 사람들에게 발생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 과학계의 오랜 난제인 “의식의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만약 더욱 정교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 근사체험이 객관적인 현상으로 확인된다면 우선 의료산업, 보험산업 등 죽음과 관련된 여러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나아가 연쇄적으로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작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인간의 무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한 인간은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할 수 없다. 이는 분리된 존재로서 우리는 끊임없는 투쟁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사체험이 보편적으로 인정된다면 상황은 역전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서 더욱 취약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인간이 다시 원래의 존엄성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유일한 희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근사체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