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영학 분야

이영환의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작성자
강구영
작성일
2017-07-26 11:54
조회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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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 더 나은 시장경제를 위하여

1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하여

1장 시장경제의 발전 과정에 대한 소론

2장 시장경제의 대극성 이해하기

2 시장경제이론의 주요 쟁점들에 대하여

3장 시장경제와 선택 문제

4장 시장경제와 가격체계 문제

5장 시장경제와 효율성·공평성 문제

6장 시장경제와 인센티브 문제

7장 시장경제와 성장·분배 문제 및 위험·정보 문제

3 더 나은 시장경제를 위하여

8장 패러다임의 전환과 시장경제의 전망

9장 더 나은 시장경제를 위한 제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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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무런 수학 공식이 없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경제학 서적이면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수학적, 통계적 설명 자체가 경제학을 정말로 본질로부터 떨어지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현실은 수학적인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경제적인 문제만 분리하여 접근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도하는 것이다.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자가 마치 경제적인 문제가 다른 문제들과 떨어져서 존재할 수 있고,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극단적인 무지의 소치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이것을 주장하는 경제학자 스스로가 그러함을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영환 교수는 경제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였다. 인용한 문헌의 종류와 수가 너무도 다양하여 과연 어느 누가 그만한 열정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장경제의 문제에 접근할 생각조차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학제적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동의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면에서 진지하게 학제적 접근을 시도한 이 교수의 노력이야말로 칭찬이 아깝지 않다.

 

이 교수가 지적했듯이 시장경제에 대한 접근은 우리의 의식 수준과 세계관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가 인간이면서도 우리가 가장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지극히 모순적인 상황을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이다. 경쟁과 협력, 대극과 상보라는 상반되는 개념을 통하여 인간 본성을 규정하고, 진화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찌 보면 경제학자로서는 보기 드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과연 이것으로 인간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은 남는다.

 

시장경제라는 말 자체가 시장 + 경제를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 시장과 경제를 정의한다면 시장경제는 인간의 활동 자체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시장경제를 위한 제안은 더 나은 인간 세상을 위한 제안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교수가 여러 번 지적했듯이 인간은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데 물질적인 달콤함에 우리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근본적인 경향성이 왜 형성되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채택하지 않는 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이 첨예화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위기 상황이 도래한 것은 어쩌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이러저러한 방법을 제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기술의 혁신이나 제도적인 변화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단기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듯이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깊은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 이 교수의 제안에 대한 소박한 의견을 첨언해보려 한다.

 

1.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 교수는 생태계를 아우르는 생물권 의식을 바탕으로 분리의식보다는 합일의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언급한다. 갑작스러운 도약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점진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극의 조화를 추구하자고 한다. 곧 실물부분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이 오히려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 것이 대극의 반전이었으므로, 이를 극복하여 다시 실물부분을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되돌리는 대극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 슬프게도, 이를 위해서는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세력이 이것만이 모두 공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소위 엘리트 그룹이 그러한 인식을 할 것인지 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걸 몰라서 이제껏 그렇게 해온 것일까? 어떻게 해야 금융 엘리트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금융 엘리트가 아닌 일반인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2. 경제적 풍요의 진정한 의미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는 것이 곧 자신과 자기 나라를 돕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역시 분리의식이 아니라 합일의식을 바탕으로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알고 행동한다면 결국 모두 손해를 볼 뿐이라고 설파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왜 인간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인간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일까? 이 교수가 말하듯이 이것이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왜 인간은 이렇게 사적인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깊은 고뇌가 선행되지 않는 한,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3. 모든 사람에게 어필하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가 가지는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자유경쟁시장에 대한 잘못된 스토리를 믿도록 세뇌되어 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교수는 이것을 자유경쟁시장을 부정하기보다는 자유경쟁시장의 진정한 기능을 회복하는 충고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자유경쟁시장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이를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하였고, 오늘날 우리는 바로 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단순히 자유경쟁시장의 진정한 기능을 회복하는 충고로만 받아들여서,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서, 과연 스토리를 바꾸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을까? 사람들은 스토리가 아니라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도 있지 않을까?

 

4. 돈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가지는 막강한 힘이야말로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맞물려 그 위력이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이 교수는 해결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견해조차 살짝 비치고 있다. 화폐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금융자본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누가 그렇게 할 것이며, 또 지금의 상황에서 과실을 따먹는 엘리트 그룹이 과연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어쩌면 전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아예 돈이 없는 사회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나 시장경제 같은 개념 자체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5. 균형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해하는 전통을 수정해야 한다.

주류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닫힌 균형 시스템으로 간주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적 유희에 빠져있다. 주류 경제학은 학문이라기보다는 경제학자를 위한 경제학자들의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안정적인 시장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균형이론을 일거에 폐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는 한, 과연 경제학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이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타협적인 접근으로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6.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센티브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센티브를 통해서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이란 그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가? 외적인 보상이 있어야만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인간을 규정한다면 인간 의식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

 

7. 공유경제와 선물경제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주류 경제학은, 이 교수도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오직 도구의 합리성과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다시 한 번 주류 경제학의 근본적인 결함을 보여주는 측면이다. 사람들은 협력, 배려, 공감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 어쩌면 이것이 더 근본적인 인간의 속성일 수도 있다. 다만 자본주의가 인간의 가치를 너무도 왜곡시켜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본주의적인 가치만 추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공유경제와 선물경제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이것을 여전히 자본주의적인 시장경제의 치명적인 결함을 보완하는 정도로만 취급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어쩌다 보니 이 교수의 제안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이 되어버렸지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이 교수의 참신한 시도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떻게 보면 비경제학적인 접근이라고도 보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경제학자인 이 교수에게는 커다란 모험이었을 것이다.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냉혹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없었다면, 이런 책을 출판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용기를 내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경제학자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인류는 어쩌면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아야 할 수도 있다. 물질이 아니라 영성이 기반이 되는 인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질주의적인 우주관에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우주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생각과 감정은 기본적으로 에너지임을 감안할 때, 그리고 생각이나 감정은 물질적인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전혀 새로운 기술,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사람이 자신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정년을 앞 둔 이 교수가 앞으로 인간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자신을 말석에 있는 경제학자로 볼 것이 아니라, 이 교수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어려운 과제를 떠맡을 학자가 없다는 생각으로 인류에게 새 희망을 제시해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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