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분야

요차이 벤클러의 『펭귄과 리바이어던(The Penguin and the Leviathan)』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4-24 12:33
조회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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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 

역자: 이현주

출판사; 반비(2013)

 


목차 

1장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2장 본성 대 양육, 협력의 진화론

3장 협력의 심리학적, 사회학적 근거들

4장 공감과 연대감은 강력하다

5장 의사소통이 핵심이다

6장 공평성의 다양한 기준

7장 도덕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

8장 보상과 처벌의 한계

9장 협동을 기반으로 성공한 모델들

10장 펭귄을 기르는 법

 

 

<북 리뷰: 이기심을 넘어 협력의 시대로> 

★ 저자 소개 및 책의 개요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는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로서 “네트워크 시대에 있어 협력의 문제”에 관한 대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한 마디로 인간의 본성에 내재해 있는 ‘협력하려는 마음’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한 이 책은 이기심에 기반을 둔 주류경제이론과는 달리 ‘이기심 대 협력’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대체로 이기적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이기적’이란 말의 의미를 파고들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되지만 여기서는 행위와 선택의 주체로서 개인을 말한다. 이런 인간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을 대표하는 단어가 바로 이 책의 제목으로 선정한 펭귄과 리바이어던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펭귄은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할 줄 아는 협력적인 자세를 상징하는 단어인 반면, 리바이어던은 오로지 법에 의한 규제와 처벌의 위협을 통해 이기적인 인간을 통제하는 방식을 대표하는 단어다. 달리 말하면 ‘정부’를 상징한다. 저자는 지금까지는 리바이어던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기초한 금전적 보상을 이용해 협력을 유도해 온 방식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금전적 보상이나 처벌에만 반응을 보일 만큼 그렇게 간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지지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분야에서 축적된 협력에 관한 자료를 다양하게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에 기초해 진정한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는 그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다. 인간이 비록 이기적인 면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하게 설계된 시스템이 주어진다면 자발적으로 협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금전적인 면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인간은 이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 리바이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

저자도 간결하게 지적했듯이 근대 서구의 역사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전제 하에서 “리바이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 사이의 순환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가 『자본주의 4.0』에서 상세히 다루었듯이 ‘정부 주도 경제체제’와 ‘시장 중심 경제체제’ 간의 경합의 역사를 말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시스템의 관점에서 리비아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의 경합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스템의 목적이 수익을 늘리고 법률과 행정을 개선하는 것이든, 과학을 발전시키는 것이든, 아니면 단순히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든, 학자들은 시스템의 디자인을 개선하려고 오래도록 애써왔다. 1900년부터 1960년대까지는 ‘리바이어던’이 선호되었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규모가 컸고 위계질서에 따라 면밀하게 통제되었다.”(16쪽)

   

그런데 이후부터는 보이지 않는 손이 상징하는 시장으로 중심이 이동했는데 이에 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상아탑과 워싱턴 정계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에도 전면 재등장했다.......그러면서 완벽하게 조율되는 시장에 더 많이 의지하고, 더 많은 규제 완화를 추구하여 인간의 이기심과 공공복지를 결부 지으려 했다. 심지어 인간의 타고난 이기심이 기업이나 시장은 물론 사회생활과 사랑, 가족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18쪽) 이 대목에서 주류경제학에 대한 저자의 냉소적인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제 시스템을 운용하는 메커니즘으로 리바이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이 순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20세기의 마지막 10년에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가정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바로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더욱 급진적으로는, 자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위키피디아부터 데일리 코스(Daily Kos)나 뉴스바인(Newsvine) 같은 협력적인 시민 언론 사이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 등장한 동료 생산(peer production)이 불과 5년, 10년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협력 문화를 탄생시켰다.”(19쪽)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협력이 이기심을 능가하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저자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저자는 심리학, 조직사회학, 정치학, 실험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진 수백 건의 연구 결과는 인간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협력적이고 이타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인터넷은 이런 잠재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데 기술적으로 기여한 것일 뿐이다. 나아가 저자는 협력 시스템이 금전적 인센티브 시스템보다 종종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협력이 인간의 고유한 가치라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며 이는 곧 리바이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협력의 진화에 대한 생물학적 평가

2008년 금융위기는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반성할 기회를 제공했다. 무엇보다도 오로지 이기심에 기초해 세워진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기심과는 대극에 있는 협력의 측면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이기심과 협력은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그 반대다. 독립과 자율성, 자본주의, 개인주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자동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무정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협력과 이익은 공존할 수 있다. 이 이중성을 받아들이는 것, 그 바탕 위에 사회를 재구성하는 것, 그리고 개인적, 사회적 목표를 위해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가능한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34쪽) 이것이 이 책 전반에 깔려있는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특히 그동안 협력에 관한 다양한 연구 성과에 주목한다. 과거 한때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 현상에 잘못 적용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사회진화론에 입각해 가장 적응을 잘 한 종만이 생존한다는 적자생존이 우세했던 시절을 비판적으로 회고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성으로 본성보다는 양육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 생물학은 인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활용한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기반은 협력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이기적 유전자』로 인해 야기된 오해를 지적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기적인 인간을 의미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도킨스가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유전자 레벨에서였지 인간의 레벨에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전자 레벨에서는 이기적인 것이 인간의 레벨에서는 얼마든지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이기적’ 행동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행동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기적’ 행동은 다양한 형태의 협력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먼저 친족들 간에서는 혈연 선택(kin selection)으로 나타나며, 유전적으로 관계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가 제안한 대로 ‘직접적인 상호 호혜’로 나타난다. 이것은 ‘호혜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라고 불리기도 한다. 나아가 이런 협력이 직접 교류가 없었던 사람들 간으로 확대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간접적 상호 호혜’라고 불린다. 이 모든 현상은 협력이 결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생물학적 증거라 할 수 있다.

 

   

★ 협력의 심리학적·사회학적 근거

협력에 대한 저자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은 그동안 이루어진 심리학 및 사회학의 연구 결과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단지 물질적 보상에만 반응하지 않는다는 많은 연구 결과를 제시해왔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해 가장 오래된 연구는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가 제시한 “욕구단계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제시한 욕구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는 협력을 포함한 높은 차원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욕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성향이 자동적으로 협력으로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보상은 물질적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에는 저자의 생각이 함축되어 있다.

 

또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틀 효과(framing effect)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이나 관계, 맥락 등을 고려해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곧 협력의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인용한다: “심리학자 리 로스(Lee Eoss)와 동료들은 피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하게 했다. 유일한 차이는 게임의 명칭(달리 말하면, 틀)이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협력 의향은 극적으로 달랐다. 공동체 게임을 한다고 들은 사람들은 70퍼센트 정도가 협력한 반면, 월가 게임을 한다고 들은 사람들은 33퍼센트 정도만 협력했다.”(72쪽) 맥락에 따라 협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증거다.

 

저자는 또한 공감과 연대감이라는 측면이 협력을 유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강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인간은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나아가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신경세포 가운데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거울뉴런의 기능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모방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에게는 공감하고자하는 본능이 내재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네트워크 전문가답게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 및 연대감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공감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집단에 대한 애착인 연대감과 공감의 다른 점은, 공감은 우리가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계없이(그들이 실존 인물인지 여부도 관계없이) 단순히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는 것이다.........분명 공감은 협력을 비롯한 모든 사회적 행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적인 유대가 협력에 미치는 영향은 뇌 스캔을 하거나 느낌을 질문하는 것뿐 아니라 실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87쪽)

 

이와 같이 공감의 보편적인 성질을 강조하면서도 연대감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더 강력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공감이 다른 사람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그들을 위해 자기 이익을 희생하게 만든다면, 연대감, 즉 집단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을 위해 자기 이익을 희생하게 한다. 우리 사회에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91쪽) 예컨대 많은 희생을 무릅쓰면서 탄생한 민족국가의 사례가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구분이다.

 

  

★ 협력 증진을 위한 의사소통과 공평성의 의의

저자는 실제 상황에서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의 핵심은 공유된 가치관을 확인하거나 공동체가 추구하는 규범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가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면 구성원들 간의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하기 어렵다.

 

공평성 또한 협력을 증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이른바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 게임에서 실험자는 두 명의 피실험자 중 한 명에게 일정한 금액의 돈을 준 다음 다른 실험자와 나눠 갖도록 한다. 전자를 배분자(allocator), 후자를 수령자(receiver)라 한다. 수령자는 배분자가 주는 금액에 따라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다. 만약 수령자가 거절한다면 두 사람 모두 돈을 갖지 못한다. 이기심에 기초한 경제이론에 따르면 수령자는 배분자가 얼마를 제시하도라도 이를 수락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체 금액의 일정 비율이 넘지 않는 경우에는 그의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둘 다 돈을 갖지 못하는 결과를 택했다. 공평하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의외로 공평성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사실은 협력을 증진하는 시스템을 고안하는 경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기업이 직원을 대상으로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제시하는 경우 공평성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거의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실제 임금 지불방식이 회사에서 널리 공유된 규범(균등한 지급이든 인센티브 지급이든)에 들어맞는 경우에는 일을 잘했다. 회사의 공인된 방침(혹은 규범)에 들어맞지 않거나 널리 합의된 공평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임금체계, 이를테면 족벌주의나 다른 불공평한 이익이 관련된 체계는 성공하지 못했다.”(136쪽) 공평성은 협력 증진을 위해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 보상과 처벌의 한계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는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처벌을 통해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여기에는 협력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실제 많은 실증연구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히려 금전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구축(驅逐)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판돈이 클수록 이기심에 의해 행동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가정 하에서 활동해왔다. 이는 잘못된 생각으로 드러났다.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협력의 상대적인 비용이었다. 이기적인 행동이나 배신으로 얻는 상대적인 이익이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교해 적어졌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협력했다.”(165쪽) 이 점은 인센티브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미 다른 책에서 다루었던 유명한 사례들-영국과 미국의 혈액관리 시스템 비교, 스위스 핵폐기물 처리장 사례 등-을 인용하면서 금전적 보상으로 인해 야기되는 구축 효과를 강조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있었으며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했던 온라인 백과사전인 엔카르타(Encarta)의 실패와 자발적 협력에 근거해 성공한 위키피디아의 경우다. 자발적 협력이 금전적 보상을 압도한 유명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무궁한 협력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오프소스 소프트웨어의 다양한 사례는 기존의 보상과 처벌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 협력 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제안

저자는 기존의 보상과 처벌이라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협력을 유도하는 데 실패한 다양한 사례가 있음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보상과 처벌이 자발적이고 내재적인 동기를 구축하는 한 우리는 결코 기대했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이런 구축효과를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저자는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구성원들 간의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성공한 사례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도요타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대표적인 사례로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도요타나 사우스웨스트항공사 같은 기업들이 크게 번성했다는 사실은 어떤 기업이든 엄격한 위계구조나 최고 경영자의 천문학적인 연봉이 아니라, 실적 자체가 본질적으로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이고 협력적이고 포괄적인 일터를 조성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다.”(200쪽)

 

이와 같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우에만 다양한 목표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인간은 맹목적으로 이기적인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협력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일곱 가지 제안을 한다: 1)의사소통 2) 틀 적합성과 진정성 3) 공감 능력과 연대감 4) 공평성, 도덕성, 사회적 규범으로 도덕적 시스템 구축 5) 보상과 처벌 6) 평판, 투명성, 상호 호혜 7) 다양성을 위한 설계.

 

이상 일곱 가지 제안은 구체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협력 시스템을 설계하는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원칙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원칙을 적절히 안배함으로써 협력이 이기심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철학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금까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가정 하에서 시스템을 구축해왔던 전통을 지양하고 인간은 본래 협력적이라는 전제 하에서 도덕적으로도 용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역설한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상론으로 들리겠지만 지극히 타당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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