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분야

이븐 알렉산더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Proof of Heaven)』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2-22 16:20
조회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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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 

역자: 고미라

출판사: 김영사(2013)

 

 

목차 

1. 통증    2. 거대한 물고기처럼 팔딱거리다    3. 뇌가 파괴되다니

4. 아들 이븐    5. 지렁이의 시야로 보는 세계    6. 생명을 이어주는 닻

7. 회전하는 관문 속으로 들어가다    8. 이스라엘 여행

9. 중심 근원을 만나다    10. 정말로 중요한 것들    11. 나락의 끝

12. 거대한 사랑을 보다   13.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수요일

14. 아주 특별한 임사체험    15. 뇌가 그것을 방해한다.

16. 깊은 우물 속으로 밧줄을 던지는 일    17. N of 1

18. 망각하기, 기억하기    19.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20. 천국의 문은 닫히고    21. 무지개가 뜨다    22. 여섯 사람의 얼굴

23. 마지막 밤, 첫 번째 아침    24. 7일만의 귀환

25. 아직은 현실로 돌아가지 않은    26. 기적을 알리다    27. 마침내 집으로

28. 초강력 현실    29. 수백 만 사람들이 고백하는 공통 경험

30. 죽은 자들로부터 돌아오다

31. 믿는 사람들, 결코 믿지 않는 사람들, 중간의 사람들

32. 비로소 신을 알게 되다    33. 의식이라는 수수께끼

34. 마지막 딜레마    35. 한 장의 사진

 

 

<북 리뷰: 임사체험과 의식의 문제> 

★ 뇌 기능과 ‘의식의 문제’

이 책이 출간된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그럼에도 다시 이 책의 내용을 점검하려는 이유는 이 책에서 제기한 인간 의식과 뇌 기능 간의 문제는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생생하게 경험한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NDE)이라는 비일상적인 현상을 통해 우리에게 뇌의 본질 그리고 궁극적 실재와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준다. 지금까지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이 적지 않지만 이 책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에 시간이 지났음에도 다시 검토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만약 인간의 뇌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정신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인류 역사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획기적인 발견이 될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영혼 불멸을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그런 믿음을 견지하고 있을 것이다. 아테네의 소크라테스도 영혼 불멸을 믿었기에 부당한 사형 집행에도 흔들리지 않고 독배를 마실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많은 순교자들이 영혼의 불멸과 내세를 믿었기에 주저 없이 죽음을 택할 수 있었다. 또는 다음 세상에서는 다른 생명으로의 환생을 믿었기에 현 생애에서 어떤 고난도 감내할 수 있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영혼의 실체에 대해서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부 사람들은 영혼 불멸 자체에 대해서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거의 믿음에 어느 정도 과학적, 객관적 틀을 제공한 최초의 인물이 르네 데카르트이다. 육체와 정신, 주체와 객체의 분리라는 그의 이원론적인 사고는 오늘날 과학과 종교 양쪽 모두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데 기여한 바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분리되어 있는데, 인간의 뇌에 있는 송과선(pineal gland)을 통해 육체와 영혼이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대 신경과학에 의해 그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구체적으로 정신 작용과 뇌를 연결시키려 시도한 것은 선구적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 작용과 뇌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유물론적 입장을 취하든 유심론적 입장을 취하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이다. 만일 누군가가, 종교인이든 명상가든 아니면 심령술사든, 이 명백한 사실을 부인한다면 그는 정신 이상자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뇌와 정신 작용이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가이다. 그런데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인 반응이 어떻게 지극히 주관적인 의식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여전히 거의 아는 바가 없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주변의 사물들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하기에 ‘의식’(consciousness)이 얼마나 신비한 현상인지 간과하고 있다. 이 경우 일상의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 자체를 지칭한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의식의 문제”는 과학과 종교 및 영성을 망라한 모든 분야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다가 1995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에 의해 “어려운 문제(hard problem)”로 명명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의식의 문제는 과학과 종교 내지 영성을 함께 묶을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물리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및 신경과학자들을 망라한 과학자들은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수행하고, 종교인과 영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진지한 기도와 묵상, 그리고 깊은 명상 수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사려 깊게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의식의 문제를 이해하는 여정에서 상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모든 노력이 축적되면 궁극적으로 인간 의식에 관한 신비가 풀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진리를 독점할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이런 공동 연구와 노력을 위해서는 이 문제가 결코 어느 한 분야 단독으로 해결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뇌와 의식 간의 관계에 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우리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의식이 뇌와 독립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주류 신경과학자들은 의식이란 단지 뇌의 창발적 성질(emergent property)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즉, 뇌가 죽으면 의식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만 있다면 과학적 사고에 혁명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모든 과학적 사고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의식은 뇌의 작용의 결과라는 데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임사체험의 의미

의식이 뇌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볼 때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정신과 교수인 브루스 그레이슨(Bruce Greyson)이 달라이 라마와 티벳 승려들을 초빙한 모임에서 행한 강연 https://youtu.be/en-3Bz1RMig 내용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정신과는 1960년대 이안 스티븐슨(Ian Stevenson) 교수가 한 독지가의 기부를 받아 수천 명의 환생 사례를 연구한 이래 인간의 의식 세계와 관련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레이슨 교수가 이런 강연을 하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 뇌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례를 들고 있다:

1) 죽음 직전 잃어버린 의식의 회복

2) 최소한의 뇌 기능으로 복잡한 의식 활동 가능

3) 임사체험

4) 전생의 기억

 

그레이슨 교수는 이 강연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인간의 의식은 본질적으로 뇌와 독립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과학적 명제는 반증 가능해야 한다는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주장을 신봉한다면 그가 제시하는 반증 사례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인간의 의식이 뇌와 독립적이라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례를 단 하나라도 제시할 수 있다면 의식은 오로지 뇌의 창발적 산물이라는 기존의 주장은 수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진정한 과학자가 아니다.

 

임사체험은 오래 전부터 인간의 의식이 전적으로 뇌의 산물이 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다양한 사례들이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이 분야의 선구자인 레이먼드 무디(Raymond Moody) 교수는 임사체험이라는 용어를 창안했으며 많은 임사체험 사례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또한 『사후생』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도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경험한 여러 임사체험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선구적인 노력이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교 의대를 포함해 미국의 저명한 여러 의과대학과 연구소에서 신경외과의사로서, 그리고 뇌 연구자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았던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의 저서 『나는 천국을 보았다』(원제는 “Proof of Heaven”)는 우리들에게 다시 영혼의 문제, 의식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2012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였으며 미국 내에서 “사후생(life after death)” 문제와 관련해 많은 찬반 토론을 야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국 대중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셔머(Michael Shermer), 샘 해리스(Sam Harris) 그리고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와 같이 철저하게 유물론적 입장을 취하는 논객들은 이븐 알렉산더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환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던 반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이븐 알렉산더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2008년 11월 10일 아침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곧 심한 통증과 경련으로 구급차에 실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이송되었다. 그 후 그는 곧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다양한 검사 결과 그의 병은 박테리아성 뇌막염으로 판명이 났다. 그 후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일주일 간 극심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였다. 담당 의사를 포함해 여러 의사들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그의 뇌 상태를 점검한 결과 “인간의 뇌”라 할 수 있는 뇌의 신피질이 박테리아로 인해 거의 기능이 상실되었으며 그 자신의 생명도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하였다. 그런데 주치의가 가족들에게 장례 준비를 하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코마(혼수)상태에 있을 때 실제보다 더 실제와 같이 생생하게 의식했던 세계-편의상 천국이라고 부른 것 같다-에 대한 기억을 회복하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가족들이 보여준 사랑을 전해들은 후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병해 병원 중환자실에 코마 상태로 입원한 후 퇴원해 다시 모든 기억을 회복할 때까지의 과정이 설득력 있고 감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내용의 진위와는 무관하게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그렇지만 이런 감동에 빠지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주된 이유는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과연 인간의 뇌와 독립적인 의식 작용이 가능한가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이것은 고대 이래 내려온 오랜 문제에 대한 재검토라 할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은 보통 임사체험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수많은 임사체험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임사체험이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의 진술의 진정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자신도 인정했듯이 수많은 사람들의 뇌를 수술했던 신경외과의사로서 그는 철저하게 환원주의적 유물론을 신봉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신경외과의사로서 기존의 패러다임에 따라 연구하고 수술했으므로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신경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많은 뇌 질환 환자들을 고쳐왔기 때문이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던 저자가 기존의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넘어서는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언한 것이다. 이것은 신경외과의사로서 그가 쌓아온 평판을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이 경험한 진실을 우리 모두가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별것도 아닌 명성을 얻기 위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실정임에도, 저자의 경우 많은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이런 증언을 책으로 남겼다는 데 믿음이 간다. 그렇다고 필자가 이 책의 내용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체험하지 않으면 결코 저자가 말한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믿음과 확신은 온존하게 개인의 몫이다.

 

또 한 가지 다른 임사체험들과 비교해 그의 체험을 차별화하는 것은 그가 주장했듯이 그는 한 걸음 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갔었다는 점이다. 그는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로서 나중에 자신의 혼수상태에 관한 모든 의료 기록을 엄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생명을 유지하는데 관여하는 원시적인 뇌(뇌간과 변연계)를 제외하고 사고와 판단을 통해 주변을 의식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인 신피질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그가 혼수상태에서 경험한 것들은 자신이 이전에 일상생활에서 경험했던 어떤 것들보다 더 실제적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것은 “초강력 실제(ultra-real)”라고 표현하였다.

 

저자는 자신이 7일간 뇌의 신피질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혼수상태에서 체험한 것을 평범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문자로 표현하자니 관문(關門)을 지나 중심 근원(the Core)에 다가갔으며 나비들이 자신을 인도하는 가운데 무한한 사랑과 황홀감을 느꼈으며 무엇을 알고자 하면 바로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체험한 세계를 천국으로, 중심 근원을 신으로 묘사하였는데, 이것은 그 자신이 열렬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기독교적인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중동에서 태어났다면 중심 근원을 알라로, 인도에서 태어났다면 브라만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저자의 체험을 묘사한 내용 가운데는 상당히 초현실적인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것들이 아니다. 예를 들면 그는 신경외과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임사체험 후 인간의 뇌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왜냐하면 뇌에 기반하는 우리의 물질적인 삶에서는, 마치 아침마다 눈부신 빛이 우리의 시야를 가려서 별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듯이, 우리의 뇌가 이 광활한 우주적 배경을 베일로 덮어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우리는 뇌의 필터가 허용하는 것만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뇌는, 특히 언어/논리를 관장하는 좌뇌는 합리성에 대한 감각과 개인 또는 자아라는 인식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더 높은 차원을 알고 경험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102쪽)

 

그리고 자신이 체험한 것에 대해서는 “혼수상태였을 때 나의 뇌는 잘못된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나는 살아 있었고, 깨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사랑, 의식, 실제성으로 특징지어진 세계에서 진실로 깨어 있었다........나의 경험은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실제 현실이었고 벽난로에서 타는 장작보다 더 실제 현실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수 십 년에 거쳐 획득했던 의학의 과학적 세계관 속에는 이 실제성이 들어설 가능성이 없었다”(175쪽)고 평가하였다.

 

신경외과의사이자 뇌 전문가로서 그의 입장은 다음 구절에 잘 요약되어 있다. “극미한 차원의 영역에서 물리적 우주는 모든 사물들이 다른 사물들과 아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사실 세계에는 그 어떤 ‘사물들’도 실제로 있지 않고 다만 에너지 진동과 상호작용들만이 존재한다.......의식을 배제한 채로 우주의 핵심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식은 물리적 과정의 하찮은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의식은 매우 실제적일 뿐만 아니라 여타의 물리적 세상보다도 더 실제적이며, 필시 모든 것의 근원이다.”(200쪽)

 

저자의 주장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신경외과의사이자 뇌 전문가인 저자의 주장을 착각이나 환상에 입각한 주장이라고 간단히 매도하기도 어렵다. 그가 보통 사람들을 기만할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쓸 정도로 교활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존의 패러다임에 구속되어 있는 우리는, 저자와 같은 체험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식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노력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영원의 철학』을 쓴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나 『신의 지문』으로 유명해진 그레이엄 헨콕(Graham Hancock)이 약물의 도움을 받아 변성의식 상태를 경험해 보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초개아심리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스타니슬라프 그로프(Stanislav Grof)는 LSD라는 강력한 약물을 이용해 비일상적 의식 상태를 연구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 즉 인간의 뇌는 모든 의식의 원천인가 하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참조 사항>

You Tube의 검색창에 저자 이름 Eben Alexander를 입력하면 그가 그동안 했던 인터뷰나 강연 등 다양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영어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그의 동영상을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특히 다음 링크의 동영상을 권장한다: https://youtu.be/NpjX9aHcjAo

또한 저자는 과학과 영성이 상보적이라고 믿게 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The convergence of science and spirituality"를 추구하는 인터넷 사이트 www.eternea.org를 운영하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 사이트를 방문하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의 후속작으로 『The Map of Heaven』(2014)을 출간했는데 사후생과 의식이 뇌와 독립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더스 헉슬리처럼 철학자, 과학자 및 종교적 지도자들의 말을 인용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사후세계에 대해 더 상세하게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와 같이 의사인 미국의 제프리 롱(Jeffrey Long)은 1,300여 명의 임사체험자들의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 가운데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통과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임사체험의 진실성에 대해 논증하였으며, 그 내용은 『죽음, 그 후』(2010)에 정리되어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