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분야

김건열 외의 『의사들, 죽음을 말하다』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3-19 11:46
조회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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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건열·정현채·유은실 

출판사: 북성재(2014)

   

 

목차

들어가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I. 의료 현장의 죽음에 대하여

   1. 죽음에 직면한 환자에 대한 의료 논쟁

   2. 연명치료와 자연사

   3. 안락사와 존엄사 그리고 자연사

   4. 죽어가는 환자의 알 권리

   5. 의료 현장에서 보는 죽음의 여러 모습

   6. 죽음의 고통을 줄이는 완화 치료

II. 죽음의 순간에 대하여

   1. 존엄한 죽음

   2. 근사체험

   3. 삶의 종말체험

III. 사후 세계에 대하여

   1. 사후 세계에 대한 인식

   2. 의식의 체외이탈

   3. 사후 세계의 체험

   4. 에너지와 윤회

   5. 죽음 이후의 삶

IV. 죽음을 알게 됨에 대하여

   1. 우리 사회의 죽음에 대한 관점

   2. 죽음에 관한 법

   3. 죽음을 안다는 것의 의미

   4. 죽음을 알게 된 사람들의 삶의 변화

   5. 의사들을 위한 죽음 교육

   6. 이웃나라와 우리나라의 죽음 준비교육

에필로그: 나는 이렇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북 리뷰: 인간에게 죽음이란 무슨 의미인가?> 

★ 저자 소개 및 책의 특징

엄밀히 말하면 이 글은 책을 리뷰하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무거운 주제인 죽음을 다룬 책에 대해 감히 무슨 리뷰를 하겠는가? 단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바를 소개함으로써 우리 모두 죽음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왜냐하면 죽음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삶의 내용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자가 제자 계로가 “감히 죽음에 대해 묻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는 고사는 잘못된 것이다. 삶과 죽음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유사해 결코 분리해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세 분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로 한 분은 원로 의학자로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존엄사 관련된 저서를 출간했고 두 분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의사이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현채 교수는 수백 회에 걸친 죽음학 강연을 통해 대중에게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려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세 분은 의사로서 인간의 죽음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수없이 목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고 이런 점에서 추상적 또는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죽음을 다루는 것과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세 사람이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대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즈음은 이런 식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책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책의 주제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의사로서 저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들을 다루고 있다. 크게 나누면 죽음에 이르는 과정, 죽음 자체,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와 죽음에 대한 앎에 관한 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에게 궁극적인 한계로 알려진 죽음을 새롭게 인식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의사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다수와 다른 입장을 밝히는 데는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

 

 

 ★ 죽음이란 무엇이고 인간에게 무슨 의미를 갖는가?

보통 죽음은 생물학적으로 볼 때 생명이 다하는 것이다. 즉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며 심장이 멎고 뇌의 작동이 멈춘 상태에 해당한다. 이런 의미의 죽음은 모든 동물에 적용된다. 일단 죽음이 찾아오면 몸은 즉시 부패하기 시작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되어 몸을 구성했던 원소들로 환원되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 너무 뻔한 얘기를 해봤자 식상할 테니 이런 얘기는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자의식이 있는 인간에게 죽음은 그렇게 단순한 물리현상이 아니다. 물론 유물론적 환원주의(materialistic reductionism)를 지지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음이란 모든 것이 소멸하고 사라지는 현상으로 간주한다. 더 이상 어떤 의미도 가치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비정해보이지만 이것이 진실이요 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 종교나 기타 다른 주장들은 모두 이런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인간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한가?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은 의사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

 

예컨대 저자들은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임사체험이라고도 함)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들을 다루면서 하나하나의 사례가 나름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고 사후세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근사체험을 부정하는 의사들에게 “당신들도 죽음을 맞이하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로스 박사는, 인간이 죽은 뒤에 생존하는 것은 ‘영의 몸’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영체(psychic body)라고도 표현합니다. 영혼은 보통 ‘에너지 체’로 묘사할 수 있는 데, 그냥 에너지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무한한 정보가 들어 있는 ‘에너지 체’, 즉 ‘무한한 용량의 에너지 체’라고 했습니다.(98쪽) 로스 박사와 같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무시하기에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 아닐까.

 

얼마 전 필자가 소개한 이븐 알렉산더 박사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도 신경외과 의사로서 자신의 근사체험을 소개한 책이었다. 그 자신도 이런 체험을 공개하면서 대부분의 동료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밝혔고 그 뒤 완전히 새로운 죽음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종교와 영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행한 많은 강연이나 인터뷰 동영상은 모두 YouTube에서 볼 수 있으며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근사체험은 죽음이 모든 것이 끝이 아니다, 즉 죽음은 막다른 골목이나 벽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가는 문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죽기 전에 경험한다고 알려진 종말체험도 근사체험과 마찬가지고 죽음 이후에 무언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저자들이 근사체험을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이 아니라 실제 발생하는 현상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웠다. 의사이기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죽음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이런 현상이 결코 예외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개아심리학의 창시자인 스타니슬라프 그로프가 저서 『코스믹 게임』에서 주류 뇌과학자들이 자신이 연구해온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에 대해 냉소적으로 평가하는데 대해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비유하면서 언젠가 자신이 주장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근사체험도 뇌의 작용과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비일상적 의식 상태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패러다임 전환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고 새로운 지식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기존의 이론이나 학설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되고 갑작스럽게 패러다임이 전환된다. 머지않아 이런 전환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사후세계는 과연 존재하는가?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면 당연히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때 가장 궁금한 것은 사후 세계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리라. 우선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지지받게 된다면 사람들의 행동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문제는 사후세계의 특성과 별개가 아니기에 같이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은 틀림없다.

 

인간은 유사 이래 수많은 전쟁을 벌여왔고, 다른 사람들 살해하기도 하고, 서로 시기하고 모함하며 혼자서만 잘살고자 동료를 배신하고 공금을 횡령하는 등 실로 많은 악행을 저질러왔다. 그런데 이런 대부분의 악행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니 살아있는 동안 남들 위에 군림하면서 멋지게 살아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면 죽음의 본질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후 세계의 존재 및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현재의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종교가 일정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식이 아닌 믿음에 바탕을 둔 종교로 인해 사후세계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왜곡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무지(無知)’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지’야말로 모든 불행과 악행의 근원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사후세계가 과학적인 관점에서 확실히 존재한다는 식의 단호한 표현은 삼가고 있다. 그렇지만 칼 구스타프 융이나 성철 스님의 말씀 그리고 양자역학에 입각한 해석 등에 의거해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저자 중 한 사람은 최근(2014년) 내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죽음관 설문조사 결과 50%가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대답했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죽음관에 익숙할 것이고 모든 것이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교육을 받았을 전공의들이 이렇게 높은 비율로 사후세계를 믿는다는 사실은 놀랍다.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그 다음 문제는 이 세계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본다. 18세기의 기독교 신비주의자인 에마누엘 스베덴보리가 체외이탈(Out of Body Experience, 유체이탈이라고도 함)을 통해 27년 간 영계, 즉 사후세계를 방문하고 와서 『천국과 지옥』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사후세계에 대해 알려주었지만 진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놀라운 내용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저자들의 생각은 앞서 말한 스베덴보리와 20세기 대표적인 기독교 신비주의자인 다스칼로스가 영적 체험을 통해 보여준 사후세계, 그리고 최면요법을 통해 전생퇴행 여행을 주도해 온 미국이 마이클 뉴턴이 말하는 영혼의 세계에 대한 묘사의 차원에서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들의 생각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이 문제는 다루기 힘들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아무튼 이들의 생각은 다음 구절에 잘 표현되어 있는데 한 번 음미할 가치가 있다: “앞서 말씀드린 신비가 스베덴보리와 다스칼로스는 200여 년 이상의 시간이 떨어져 있었고 지역적으로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았음에도 이들이 한 이야기들은 큰 틀에서 다 일치합니다........큰 틀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물질계와 차원이 다른 비물질계, 즉 사후세계는 분명 존재하는 장엄하고도 장대한 세계라는 것입니다. 일부 제도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심판관이 있어서 지상의 삶을 마친 영혼을 일일이 심판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죽어서 육신을 벗어나면 진동하는 에너지체로 존재하게 되는데, 진동하는 주파수에 따라서 비슷한 곳으로 가게 된다는 거죠.”(160쪽)

 

개인적으로 우리모두 이런 표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천국과 지옥은 누가 보내는 곳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만든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예컨대 평생 남을 헐뜯고 증오와 질투로 살아온 영혼들은 비슷한 주파수를 가진 영혼들과 함께 하면서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지옥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평생 도박과 술로 살아온 사람은 평온하고 조용한 세계에 해당하는 천국은 너무 지루해서 살 수 없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인 지옥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 죽음에 대한 앎의 중요성

지금까지 다룬 것 외에도 이 책은 죽음과 관련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내용을 대부분 다루고 있다. 죽음의 본질, 사후세계의 존재 문제 및 사후세계의 특성에 관한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논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비교종교학자인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에 의하면 우리의 죽음 문화가 지금과 같이 된 것은 유교의 영향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조선 왕조 600년 동안 내세관이 없는 유교가 지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아마 고려 왕조가 계속되어서 불교가 유지되었다면 장례문화를 비롯해 죽음과 관련된 생각과 행동 등이 상당히 달랐을 거고요.”(187쪽)

 

이 말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죽음을 일부러 외면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사후세계란 존재하지 않으며 영생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 비추어 볼 때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후손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영원히 기억될 뿐만 아니라 자랑스러울 것이라 믿고 있다. 이런 내세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한 탐욕과 오만 그리고 부정부패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처럼 내세관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죽음과 관련해서 정확한 지식을 쌓는 것이 급선무다. 무지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이런 차원에서 필자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갚진 혜택은 죽음과 관련해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는 좋은 책들을 소개받았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주제의 전개 과정에 따라 관련된 적절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필자가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프리 롱의 『죽음, 그 후』

저자인 제프리 롱(Jeffrey Long) 박사는 종양학 전문의로서 우연한 기회에 임사체험(NDE, Near Death Experience)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임사체험연구재단을 설립해 1,3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임사체험에 관한 자료를 얻게 되었다. 그는 이 자료를 과학적 방법으로 면밀히 분석한 후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이른바 진성 임사체험 사례들을 별도로 분류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죽음 이후에도 삶이 존재한다는 사후생에 관한 이론을 처음 체계적으로 제시해 미국에서 일대 반향을 일으켰다. 임사체험에 관한 그의 방대하고 과학적인 연구는 그가 주장한 내용이 결코 비현실적이거나 황당한 내용이 아님을 증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 후에도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그의 연구와 이 분야의 최신 연구를 종합하면 사후생의 본질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키리아코스 C. 마르키데스의 『지중해의 성자 다스칼로스(1~3)』

미국 메인대학교의 사회학 교수인 저자는 자신의 고향인 키프로스를 방문했을 때 하급 공무원이면서 기독교 신비주의자인 다스탈로스(본명은 스틸리아노스 아테쉴리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그들 만났게 되었다. 그 후 그가 주재하는 모임에 참여했으며 그와 동행해 신유가로서 그의 치유 능력을 확인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3권의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다스칼로스가 아무 대가 없이 난치병 환자를 치유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으며, 다스칼로스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유체이탈을 해 다양한 경험을 했음을 확인했다. 그는 학자적인 양심을 바탕으로 이런 체험 내용을 3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18세기 스웨덴의 기독교 신비주의자 에마누엘 스베덴보리(Emanuel Swedenborg, 1688-1772)이래 최고의 기독교 신비주의자의 생애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 마이클 뉴턴의 『영혼들의 여행』

저자 마이클 뉴턴(Michael Newton) 박사는 전생퇴행 최면요법을 통해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시술을 하는 과정에서 영혼이 머무르는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출간하였다. 그는 영혼이 다시 태어나기 전 까지 머무르는 세계를 LBL(Life between Lives)이라고 부른다.

 

• 크리스토퍼 M. 베이치의 『윤회의 본질』

저자 크리스토퍼 베이치(Christopher Bache)는 미국 영스타운 주립대학교에서 30여 년 동안 종교∙철학 교수를 지낸 사람으로서 윤회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동양의 힌두교, 불교 전통에서 당연히 여기는 윤회를 단순히 종교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 연구와 논증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는 우선 환생에 관한 부정할 수 없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이들의 환생이 사실임이 밝혀진다면 이것은 명백히 윤회의 증거에 해당한다. 만약 윤회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한 번만 사는 것이 아니라,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영계의 논리에 의해 여러 생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는 윤회의 바탕에는 카르마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도 윤회와 카르마를 부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대교나 이슬람의 신비주의 전통에서도 윤회와 카르마의 법칙을 인정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의 주장 가운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윤회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최준식의 『죽음의 미래』

저자는 이화여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 죽음학회를 창립해 현재 회장으로 있다. 한국 종교학자 중 최초로 죽음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는데, 이 책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 이후의 삶, 즉 사후생에 대한 기존의 여러 사람들의 주장을 요약해서 소개한 후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죽음에 대해 연구하는 종교학자, 정신과의사, 심리학자 및 영성 연구자들은 한결 같이 육체적인 죽음이 모든 것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의 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록 주류 과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여전히 냉소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과학의 패러다임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죽음에 대한 견해 또한 향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의 『코스믹 게임』

저자 스타니슬라프 그로프(Stanislav Grof)는 매릴랜드 대학교 정신과 연구소장, 존스홉킨스 대학교 정신과 교수 등을 역임한 사람으로 초개아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일상적인 의식의 영역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의식 상태에 대한 체험을 통해 우주의 근본이 물질이 아니라 의식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통제된 실험과 같은 과학적인 방법에 기초해 초월적인 의식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우리는 임사체험이나 신비주의적 체험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의식 상태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의식이 단순히 뇌의 산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일체지향적 체험이라고 부른다. 이런 체험을 통해 우리는 과학과 영성이 상호 보완적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레이먼드 무디의 『다시 산다는 것』,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체험의 다양성』, 칼 베커의 『죽음의 체험』, 피터 펜윅의 『죽음이 기술』, 죽음학회에서 펴낸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 등 여러 권의 좋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영성지도자인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가 인도 베단타 철학을 바탕으로 쓴 『죽음 이후의 삶』과 영국의 젊은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Stephen Cave)가 유사 이래 불멸에 관한 인간의 생각을 정리한 『불멸에 관하여』도 읽어볼 만하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생각한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