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분야

레이 커즈와일의 『마음의 탄생(How to Create a Mind)』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10-24 15:47
조회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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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역자: 윤영삼

출판사: 크레센도(2013)

 

 

목차

들어가는 글

1. 생각의 역사

2, 어쩌다 마주친 그녀

3. 패턴인식 마음이론

4. 생각하는 기계 분해하기

5.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6. 사랑의 세레나데

7. 소프트웨어 뇌 만들기

8. 하드웨어 뇌 만들기

9. 마음을 지닌 기계의 탄생

10. 특이점이 온다

11. 반론

에필로그

 

 

<북 리뷰: 인간을 능가하는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의 탄생 가능성에 대하여> 

★ 저자에 대하여

레이 커즈와일(1948~)은 토머스 에디슨 이래 최고의 발명가로 꼽히고 있는 미국인이다. 또한 그는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로 현재 구글에 영입되어 인공지능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내놓은 발명품이나 저서, 그리고 기술적 유토피아에 대한 그의 낙관적인 예측 등을 감안할 때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하루 100여개의 알약을 복용하면서 영생을 추구하고 있는 괴짜이기도 하다. 자신이 예측한 바가 실현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다면 나노기술과 유전공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커즈와일이 구글에 영입된 계기는 바로 이 책 때문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레리 페이지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하자 커즈와일은 페이지에 공동으로 인공지능사업을 위한 기업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페이지는 역으로 커즈와일에게 구글에 합류해 인공지능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커즈와일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커즈와일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기에 더 이상 자세한 소개는 필요 없다고 본다. 그의 가정적 배경, 성장과정 그리고 학력이나 발명품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된다. 또한 유튜브에서 그에 관한 여러 인터뷰 동영상과 그가 행한 강연 동영상을 볼 수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필자가 커즈와일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2007)를 통해서였다. 본문만 대략 7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통해 그는 미래에 도래할 기술적 유토피아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특히 미래에는 유전공학, 나노기술 및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공학을 중심으로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이루어짐으로써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련의 저저를 통해 미래에는 모든 기술이 정보기술로 수렴할 것이며, 정보기술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무어의 법칙이 증명하듯이) 앞으로도 계속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것을 수확가속법칙(law of the accelerating returns)이라고 부른다. 

 

그러면서 그는 이 법칙으로 인해 2029년에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2045년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과함으로써 과거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시대, 즉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를 대비해 인재를 양성하는 “싱귤래리티 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이런 과감한 미래 예측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기에 뭐라 단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의 향후 전망에 대한 그의 예측에는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문제는 단지 기술적 유토피아의 범주를 넘어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이 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 신피질의 특징: 패턴 인식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생각보다 인간의 뇌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그를 단지 뛰어난 발명가이면서 인공지능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전문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 이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과거 자신이 문서판독기, 광학문자인식기, 음성인식기, 그리고 시각장애인용 음성변환기(문서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등을 발명하는 과정에서 뇌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 전반에서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저자의 관심은 오로지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모든 논의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저자가 인간의 뇌에 대하여 일정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특기할 점은 흔히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신피질(neocortex)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다. 한 마디로 저자는 신피질을 패턴인식기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인간의 뇌는 일련의 사실이나 행동을 수천 단계로 이루어진 하나의 긴 리스트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층으로 기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주장인데 이와 관련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피질의 주요 기능은 계층적으로 구성된 정보의 패턴을 다루는 것이다. 또한 신피질 자체가 계층적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따라서 신피질이 없는 동물은 계층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63쪽) 이것이 신피질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저자의 기본 생각이다. 

 

그리고는 신피질의 기본 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한다: “얇은 신피질은 기본적으로 여섯 개의 층(layer)으로 이루어져있다. 가장 바깥쪽을 1층이라 하고 가장 안쪽을 6층이라 한다. 2층과 3층에 있는 뉴런(신경세포)에서 솟아난 축삭(axon)은 신피질의 다른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5층과 6층에 있는 뉴런에서 솟아난 축삭은 주로 신피질 아래 있는 시상과 뇌간과 척수로 이어진다. 6층의 뉴런들은 특히 시상에 있는 뉴런들로부터 정보를 전달받는다.”(64쪽) 이런 세부적인 내용을 인용한 이유는 첫째로는 정보를 계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조가 불가피하는 점, 둘째로는 신피질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상이나 뇌간 등 다른 부분과 연계해서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저자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과정에 두 번째 사항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저자는 신피질의 구조가 매우 균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피질 전체에 똑같은 구조와 메커니즘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경과학자 버논 마운트캐슬(Vernon Mountcatsle)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피질은 뉴런의 기둥뭉치, 간단히 뉴런기둥 또는 피질기둥이 신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의 신피질에는 약 50만개의 피질기둥이 있다........하나의 피질기둥에는 대략 600개의 패턴인식기가 담겨있고, 패턴인식기에는 각각 100여 개의 뉴런이 담겨있다. 신피질 전체를 따졌을 때 패턴인식기는 총 3억 개, 뉴런은 총 300억 개가 존재한다.”(69쪽) 이와 같이 신피질 전체가 패턴인식기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신피질의 기본 기능은 패턴을 인식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의 신피질은 논리적 변환을 수행하기 위해 최적화된 구조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거대한 패턴인식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이 신피질의 기능에 대한 저자의 기본 해석이다.

 

저자는 신피질의 패턴인식기로서의 기능과 관련해 “리던던시(redundancy)”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리던던시는 문자 그대로 “중복”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는 경우 한 가지 패턴만을 기억하고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번의 비슷비슷한 패턴과 관련된 정보가 입력되고 저장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패턴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며 진화론적으로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임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러한 리던던시까지 고려해 인간의 신피질에 저장할 수 있는 패턴은 약 3억 개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해 인간의 신피질에 약 3억 개 정도의 패턴인식기가 존재하는 것이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런 저자의 주장이 모두 근거가 있는지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만약 저자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저자는 우리가 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 다른 이유로 뇌의 자동연상(autoassociation)기능과 불변이성(invariance)를 강조한다. 자동연상이란 패턴의 일부만으로 패턴 전체를 연상해내는 능력을 가리키며, 불변이성이란 패턴에 변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것을 일관되게 인식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모두 수긍이 가능 기능들이다. 또한 저자는 인간은 학습능력을 패턴인식기들과 연결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그만큼 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인간의 학습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 뇌가 만들어지는 생물학적 발생과정과 동시에 학습은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인간의 학습능력과 관련해서는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도 학습이 진화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강조한다. 인간에게는 유전적 인자 못지않게 학습도 중요하다. 저자는 인간의 신피질이 바로 이런 학습능력을 위해 진화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도 학습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초적인 모양을 인지하기 위해 씨름하는 갓난아기나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씨름하는 우리나, 복잡성의 레벨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학습된다. 신피질을 모방한 기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한 번에 하나의 레벨씩, 추상성을 계속 높여준다면, 기계도 마침내 인간과 같은 학습능력을 갖출 날이 올 것이다.(104쪽) 이것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와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 마음을 지닌 기계는 가능한가? 

인간의 신피질의 기본 기능이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그동안 뇌과학 분야에서 이룩한 연구 업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저자는 나름대로 시각 정보나 음성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과 관련해 축적한 자신의 연구결과와 주류 뇌과학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결과를 적절하게 결합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연구결과와 자신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에 차있다.

 

예컨대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Donald Hebb)은 최초로 학습의 신경학적 기초를 설명하고자 시도했던 사람으로서 헵 이론에서는 학습의 기본단위를 뉴런(신경세포)이라고 가정한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의 패턴인식 마음이론에 의하면 학습의 기본단위는 뉴런 한 개가 아니라 뉴런 100개가 모인 뉴런 집합, 즉 패턴인식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학습은 패턴인식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패턴인식기 ”밖“, 즉 패턴인식기와 패턴인식기를 연결하는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즉, 패턴인식기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강도에 따라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필자도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망, 이른바 신경연결망(neural network)의 구조에 따라 학습이 결정된다는 것이 현재 주류 이론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헵의 학습이론보다는 저자의 학습이론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의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는 타입은 아니다. 

    

이외에도 저자는 자신의 관심사인 인공지능과 관련해 그동안 뇌과학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 가운데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뇌의 가소성(plasticity)을 언급한 이유도 신피질이 패턴인식을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임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피질과 시상 또는 번연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인공지능을 통해 구현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의 정서경험은 올드브레인(변연계 등)과 뉴브레인(신피질) 양쪽에서 모두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생각은 뉴브레인에서 발생하지만, 감정은 올드브레인과 뉴브레인에서 모두 발생한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려면 올드브레인과 뉴브레인을 모두 모방해야 한다.“(164쪽)

 

이와 같이 저자는 인간의 뇌의 작동 메커니즘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이유로 저자가 예상한 대로 인공지능 기술발전에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올드브레인을 모방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감정이 있는 인공지능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뉴브레인을 닮은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매우 낙관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거의 확신에 차있는데 다음 구절에 잘 드러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인간의 신피질에 버금가는 기능과 유연성을 가진 인공신피질을 만들어낼 것이다.......전자회로는 생물학적 회로보다 수백 만 배 더 빠르게 작동한다. 초창기에는 이러한 속도를 인간의 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컴퓨터의 병렬처리능력을 보완하는 데 쏟아 부었지만, 결국 디지털신피질은 생물학적 신피질보다 빨라질 것이며 그 속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다.“(188쪽) 이것이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믿음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디지털신피질이 생물학적 신피질을 능가하는 날이 올지라도 이것만으로 튜링테스트(Turing Test)를 통과했다고 말할 수 없다. 튜링테스트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테스트로 인공지능 분야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앨런 튜링(Alan Turing)이 1950년에 제안한 것이다.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하면서 ”기계(컴퓨터)로부터의 반응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면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의미에서 튜링테스트는 분명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일차적인 기준으로 간주할 수 있다. 커즈와일은 2029년이면 인공지능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의식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이에 대비해 의식 문제에 대해 나름 상당한 연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음 = 의식“이라는 전제 하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곧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간단한 등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므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의식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 자신이 의식 문제에 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와 관련해 상당히 깊이 생각하고 연구한 점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커즈와일은 의식 문제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면서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되어 제기된 여러 주장들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정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식 문제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가 중구난방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에서는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와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의식이란 복잡한 물리적 체계 속에서 부분들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예기치 못한 속성이다........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복잡한 인간의 뇌를 성공적으로 모방한 컴퓨터라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의식을 만들어낼 것이다.“(297쪽) 이것은 의식을 뇌의 창발적 속성으로 보는 주류 과학계의 주장을 넘어서는 매우 파격적인 주장이다. 

    

만약 저자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의식을 둘러싼 오랜 논쟁과 방대한 문헌은 모두 한 가지 사실로 귀결될 것이다. 의식은 뇌의 창발적 속성으로서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부수적인 현상일 뿐이다. 더 이상 의식과 관련해 신비로운 것은 남아있을 수 없다. 신비체험을 비롯해 비일상적 의식 상태, 영적 각성, 임사체험, 유체이탈체험 등 의식과 관련된 모든 기이한 현상은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지능 이상을 구현한 기계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저자는 의식 문제와 관련된 기존의 논의 가운데 중요한 쟁점들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저자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이란 그다지 신비로운 현상이 아니라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이 주장했듯이 소화나 광합성 등과 같이 하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불과하다. 저자의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컴퓨터와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같다는, 수학자이자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의 사고가 깔려있다. 특이점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도 노이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저자는 그로부터 상당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저자의 생각은 다음에 잘 요약되어 있다: ”내가 예측하기로는, 머지않은 미래에 기계들은 의식을 사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퀄리아(qualia)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생물학적 인간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할 것이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그들은 미묘하면서도 친근한 정서적 선호도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우리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할 것이다.“(307쪽) 그러면서 저자는 이런 수준에 도달하면 기계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믿음을 내비친다. 이것은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상당한 도덕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런 표현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듯이 저자는 의식을 신비로운 정신 현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를 유명하게 만든 의식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에 해당하는 철저하게 주관적인 체험인 퀄리아조차도 기계가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주장이다. 한 마디로 의식 문제에 관한 수천 년의 논의를 종결지을 수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저자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저자가 이 문제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이 문제 자체가 여러 학문 분야와 여러 종교 및 영적 활동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미래에 인간의 지능만이 아니라 의식을 가진 기계, 즉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다: ”그런 비생물학적 존재를 언제 만나게 될지, 심지어 그런 존재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사람마다 견해가 갈린다. 나는 일관되게, 그런 존재를 2029년에 처음 만날 수 있을 것이고, 2030년대가 되면 일상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언제 만나게 되느냐 하는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그들을 의식 있는 존재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308쪽) 이 말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기계는 인간과 구별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의식을 가진 존재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자신의 모든 명성을 걸고 과감한 예측을 하고 있기에 이 점에서는 인간적으로 호감이 간다. 

 

저자가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는 나름 근거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의 뇌, 즉 신피질은 패턴인식기라는 확신이 바탕에 깔려있다. 인간의 자신이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분류하고 저장함으로써 최선의 다해 미래에 대비한다. 이런 과정은 곧 정보를 입수하고, 분류하고, 평가하고 저장하는 것으로 세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과정에서 의식적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자유의지나 정체성과 같이 인간에게 고유한 정신적 문제라는 것이 사실은 뇌에서 만들어내는 물리적 현상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패턴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모두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이 점은 신경세포(뉴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세포와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그러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뉴런은 평생 보존된다. 하지만 뉴런을 구성하는 세포기관과 구성분자는 한 달이 되기 전에 완전히 교체된다. 뉴런의 미세소관의 반감기는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수상돌기 속 액틴 섬유는 겨우 40초 정도 지속된다. 시냅스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단백질은 한 시간마다 교체된다. 시냅스의 NMDA 수용체는 5일 정도로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 결국 당신의 매달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된다.“(355쪽) 

 

이런 저자의 주장이 맞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항상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을 저자는 우리의 뇌가 패턴을 인식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찾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강을 바라보며 지속성과 안정성을 떠올린다. 그러한 관점에 따르면 어제 본 강과 오늘 본 강은 똑같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내 몸과 뇌를 구성하는 물질은 내가 아니다. 물의 입자들이 강을 통해 흘러가는 것처럼 이러한 입자들도 내 몸을 통해 흘러갈 뿐이다. 나는 천천히 변하지만 안정성과 지속성을 가진 하나의 패턴에 불과하다. 물론 이 패턴을 구성하는 물질은 빠르게 변한다.“(356쪽) 이 대목은 깊이 음미할 가치가 있다. 여기서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철학의 영역에서도 인간을 닮은 기계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저자의 확신에 찬 믿음을 엿볼 수 있다. 

 

★ 인공지능의 미래와 인간 존재의 문제: 특이점은 올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일관되기 주장하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것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이점이란 원래 수학과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저자는 이를 빌려와 기술적 특이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특이점이란 기존의 해석이나 기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기술발전이 인간의 인지능력을 넘어서는 순간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특이점은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운 대상이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2045년을 특이점이 도래하는 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수확가속법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컴퓨테이션(computation)은 수확가속법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유사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또한 향후 모든 기술은 정보기술로 변환될 것이며 그 순간 수확가속법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추세를 고려하면 이런 저자의 생각을 무시하기 어렵다. 

    

물론 저자의 이런 과감한 예측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과학자들이 저자의 예측을 허무맹랑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나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 근거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언급한다. 15년을 계획한 이 프로젝트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수집한 게놈 정보는 전체의 1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이후 분석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덕에 이 프로젝트는 조기에 종료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정보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는 좋은 사례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인공지능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특이점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향후 인공지능분야에서의 기술발전이 저자가 예상한 대로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저자가 ”인간은 점점 기계를 닮아가고 기계는 인간을 닮아달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향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분야가 점점 확대될 것은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함으로써 뇌의 용량을 무한대로 늘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함으로써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점진적인 교체와 증강 시나리오의 길을 갈 것이며 마침내 생각을 대부분 클라우드에 아웃소싱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정체성에 관한 믿음의 도약은, 정체성은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정보의 패턴의 지속성을 통해 보존될 것이다.“(358쪽) 미래에 인간은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됨으로써 저자가 주장한 대로 기계와 인간의 구별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애도 인간은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정보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기술적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무한히 늘어날 뿐만 아니라 삶의 질 또한 엄청나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비록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소수의 부자들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전혀 다른 의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낸 마지막 발명―신피질―은 결국 인류가 이뤄내야 할 마지막 발명―울트라지능기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생물학적 진화도 계속되겠지만 기술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보다 100만 배 더 빠르게 진행된다. 수확가속법칙에 따르면, 21세기말까지 우리는 물리학의 법칙이 허용하는 한계 안에서 최대의 컴퓨테이션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물질과 에너지를 ‘컴퓨트로늄(computronium)’이라고 한다.”(406쪽)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예측이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예상하는 기술발전의 법칙을 우주 전체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이 인류가 우주에 존재하게 된 이유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주를 지배하는 우아한 천상의 역학이 지능을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어떤 시나리오로 나아가든, 우주를 깨우고 그 다음 우주의 비생물학적 형태에 인간의 지능을 주입함으로써 우주의 운명을 지능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나아갈 길이다.”(407쪽) 이 대목에서는 저자의 우주적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진정 저자가 인공지능분야의 기술발전에 부여하는 의미라면 저자를 단순히 과대망상증 환자로 취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뭔가 나름 철학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이 책은 진지한 자세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참조 사항> 

저자가 그동안 행한 여러 강연과 인터뷰 동영상을 TED와 YouTube에서 볼 수 있다. 이 책과 함께 그의 동영상을 감상하면 인공지능의 미래를 포함해 향후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필자가 본 동영상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두 편을 수록하니 참조하기 바란다. 첫 번째 동영상은 최근 레이 커즈와일이 중국 베이징에서 행한 강연 내용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동영상은 요즘 미국에서 인기 있는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Neil deGrasse Tyson)과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이 책에서 다룬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필요하면 영어자막을 이용할 수 있는데 구글 자동번역기로 생성한 자막이라 오류가 조금 있지만 그런대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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