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분야

카이후 리의 《AI Super-Powers》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9-03-18 10:24
조회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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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Kai-Fu Lee 

출판사: Houghton Miffin Hartcourt(2018)

 

Contents

1. China’s Sputnik Moment

2. Copycats in the Coliseum

3. China’s Alternative Internet Universe

4. A Tale of Two Countries

5. The Fourwaves of AI

6. Utopia, Dystopia, and the Real AI Crisis

7. The Wisdom of Cancer

8. A Blueprint for Human Coexistence with AI

9. Our Global AI Story

 

 

저자 소개 및 책의 장점

저자 카이후 리는 대만 출신 중국인으로서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현재 그는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Sinovation Ventures> 투자회사를 설립해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카이후 리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을 대표하고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의 무게를 더해준다. 중국판 트위터에 해당하는 웨이보(Weibo)에서 그의 팔로워 숫자가 5천 만 명을 넘는다는 것은 중국 사회에서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은 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는데, 조만간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 바라는 마음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일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할수록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글로벌 경제에서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력해 인공지능 분야에 매년 수조 원씩 투자하는 반면, 한국은 고작 몇 천억 원 수준이므로 중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카이후 리는 11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기계학습과 패턴인식을 전공해 1988년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당시 미개척지였던 이 분야에 과감하게 도전했으며, 애플에서 일할 당시인 1992년 세계 최초로 스피치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해 애플의 매킨토시에 내장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그는 연구 결과가 TV 쇼에서 소개된 것을 계기로 일약 이 분야의 스타로 부상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에 스카우트 되어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리서치센터를 이끌었다. 이후 2005년 구글에 영입되어 구글 차이나 대표를 지냈으나,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2009년 사임하고 현재 자신이 설립한 벤처캐피탈 기업인 <Sinovation Ventures>의 대표를 맡고 있다. 카이후 리는 이 책 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출판했으니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벤처케피탈리스트이면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작가로서의 소양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1961년생이니 아직 한 참 일할 나이인 저자가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인공지능과 관련된 여러 쟁점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특히 현재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깊고 폭넓게 이해하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의 인터넷 문화의 특징과 더불어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순식간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강자로 떠오르게 된 문화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모바일 혁명 및 인공지능의 부상

20163월 한국의 프로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간 세기의 바둑 대결은 일반인들에게 인공지능의 가공할 위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기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다음 해 2017년 알파고와 중국 바둑의 1인자 커제와의 대국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지켜본 중국인의 수가 무려 28,000만 명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 대국을 계기로 중국인들이 인공지능의 열기에 빠져들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스푸트닉(Sputnik) 쇼크에 비유한다. 1957년 당시 소련이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사건은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미 항공우주국, 즉 나사(NASA)를 설립해 우주개발 경쟁에서 소련을 추월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에 비견할 수 있는 변화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2017년 커제와의 대국이었다. 따라서 중국에서 인공지능 붐이 일어난 것은 불과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을 망라해 인공지능 분야에 대규모 투자 러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이 분야로 몰려들었다. 저자의 묘사를 읽다 보니, 필자에게는 중국의 장기인 인해전술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와 같이 중국에서 인공지능 분야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자 주장대로 이제는 미국과 양강체제를 구축하게 되었으니,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17년 경 중국의 벤처캐피탈 투자가들은 이런 요구에 반응했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AI 벤처기업에 투자된 자금의 48퍼센트라는 기록적인 금액이 중국의 AI 스타트업에 쏟아 부어졌는데, 이는 최초로 미국을 능가하는 것이 었다.”(p.4)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발견(discovery)에서 실행(implementation)으로, 그리고 전문지식(expertise)에서 빅데이터(Big Data)로 중심이 이동한 데서 찾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핵심 기술은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이것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일종인데, 캐나다 몬트리얼 대학교의 제프리 힌튼(Jeoffrey Hinton) 교수를 비롯한 미국과 캐나다의 연구원들이 이 분야를 선도해왔다. 이른바 알고리즘의 발견이다. 그런데 이들이 개발한 이론은 순식간에 모든 연구자들이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에 중국의 전문가들도 최신의 첨단 알고리즘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실행이라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비록 중국은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라는 관점에서는 미국보다 10여 년 뒤처졌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이런 격차가 일거에 해소되었다고 말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있는지 여부인데, 이 점에서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큰돈이 된다는 것을 알아챈 중국 기업가들이 이 분야에서 그야말로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지식에서 빅데이터로의 중심 이동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혁신하는 데 가장 필요한 전제조건이 바로 컴퓨터의 연산 능력(computation power)과 빅데이터인데 ,이 두 가지 면에서 중국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하한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방대한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모방(copycat)에서 검투사(gladiator)로

중국의 산업을 지칭할 때 흔히 사용되는 용어인 짝퉁이나 모방(copycat)은 비윤리적인 비즈니스와 저급한 수준의 기술을 상징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은 서양의 전문가들이 중국의 인터넷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기인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자기 나름의 새로운 인터넷 우주 (internet universe)”를 창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텐센트(Tencent)가 개발한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챗(Wechat)을 든다. 위챗은 중국의 페이스북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위챗은 페이스북에는 없는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위챗 앱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음식 주문 등 실로 페이스북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2013년 경 중국의 인터넷은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국 기업들을 그대로 모방하는 전략을 따르기 보다는 중국의 기업가들은 실리콘벨리와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려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중국을 묘사하는 분석가들은 중국의 기업을 묘사할 때 중국의 페이스북’, ‘중국의 트위터와 같이 실리콘벨리에 근거한 단순한 비유를 적용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경우 이런 꼬리표는 말이 안 된다. 중국의 인터넷은 다른 우주로 변했다.”(p.16)

 

나아가 중국은 단순히 미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기능에 중국의 지역적 특성과 중국인들의 기질을 반영한 포괄적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피나는 경쟁을 거쳤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런 기업가들을 로마의 검투사(gladiator)에 비유한다. 이것은 매우 적절한 비유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는 중국에서는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의 비호를 받는 일부 기업가들이 경쟁 대신 유착에 편승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쉽게 재산을 축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상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서양 전문가들은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단련되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더 이상 중국의 인터넷 기업을 모방이나 짝퉁이라는 단어로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설명을 보면 중국의 기업가들이 어느 정도 치열하게 경쟁해왔는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우리가 이 점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의 인터넷 우주를 차별화하는 또 다른 요소는 모바일 페이가 급속하게 보급된 데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 알리페이(Alipay)나 위챗 월럿(Wechat Wallet)을 이용한 모바일 페이는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중국은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 중인데, 이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보다 진보적이다. 중국이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모바일 혁명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가들과 스타트업의 열기가 절정에 있기 때문인데, 그 기저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비즈니스가 돈이 된다는 것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저자는 중국인들의 돈에 대한 집착을 강조한다. 돈이 된다는 것만 확인되면 그야말로 전력투구하려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후 엄청난 부()의 효과를 확인한 후 자신이 경영하는 <Sinovation Ventures>를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이미 중국 특유의 새로운 인터넷 우주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국의 모방이나 짝퉁이 아니며, 이런 열기는 그대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개발 및 실행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10여 년 만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러면서 저자가 특히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 개발과 현저히 다른 점으로 빅데이터를 강조하면서 이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음식 배달(food delivery)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을 지적한다. 사실 필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음식배달 앱에 적용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저자의 말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분야도 방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은 직접 스쿠터를 몰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떤 곳이라도 음식을 배달하는 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이 분야에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비즈니스 규모나 빅데이터를 망라하는 모든 면에서 미국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음식배달과 같이 O2O, online-to-offline 서비스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2016년 기준 중국에서는 하루에 온라인을 이용한 음식주문이 2천만 회수를 넘었는데 이는 미국의 10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O2O 분야에서 중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미국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것이 저자의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공지능의 4가지 물결과 범용인공지능의 불가능성

저자는 인공지능 전문가답게 현재까지 인공지능의 발달 단계를 4가지 물결(wave)로 구분한다. 이에 앞서 저자는 인공지능 초강대국(super power)이 되려면 4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1세기에 인공지능 초강대국이 되려면 4 가지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이것은 곧 충분한 데이터, 끈질긴 기업가, 잘 훈련된 인공지능 과학자, 그리고 적극 지원하는 정부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검투사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스마트한 기업가들을 배출하고 있으며, 중국의 다른 인터넷 우주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생태계를 창출했는지 보았다.”(p.82)

 

이 모든 면에서 지금 중국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공지능의 발달 단계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발전 단계를 4 가지 물결(four waves)으로 구분하는데, 인터넷 AI, 비즈니스 AI, 지각(perception) AI, 그리고 자율적(autonomous) AI가 그것이다. 인터넷 AI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인터넷 기업을 통해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침투한 인공지능 기술이다. 비즈니스 AI는 주식을 거래하는 알고리즘이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고리즘 등 실제로 비즈니스에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지각 AI는 단순한 기계의 수준을 넘어 세상을 디지털화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말한다. 예컨대 인간의 안면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여기 해당된다. 자율적 AI는 자율주행자동차에 탑재될 인공지능 또는 드론이나 지능형 로봇에 탑재될 인공지능과 같이 스스로 알아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저자가 말하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네 가지 인공지능의 물결은 모두 약인공지능(ANI)에 한정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런 수준을 넘어서는 범용인공지능(AGI)의 출현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이에 대한 논의에 앞서 저자가 이 네 가지 인공지능 물결의 관점에서 중국과 미국의 상대적인 위상을 비교한 것은 흥미롭다. 저자는 현재와 5년 후 미래 중국과 미국의 인공지능 분야의 상대적 위상을 다음과 같이 추정하고 있다.

 

현 재

 

5년 후

중국 5:5 미국

인터넷 AI

중국 6:4 미국

중국 1:9 미국

비즈니스 AI

중국 3:7 미국

중국 6:4 미국

지각 AI

중국 8:2 미국

중국 1:9 미국

자율적 AI

중국 5:5 미국

 

예컨대 비즈니스 AI 분야에서 현재는 중국이 미국에 비해 1:9로 열세지만 5년 후에는 3:7로 따라갈 것이라는 것이며, 자율적 AI 분야에서는 현재 미국에 비해 1:9로 절대 열세지만 5년 후에는 5:5로 대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자의 예상대로라면 4가지 중 3가지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거나 대등해지고 비즈니스 AI에서만 열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볼 때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이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필자는 저자의 이런 전망이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인공지능 분야의 일곱 메이저 기업이라 불리는 구글,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가운데 4개가 미국 기업이고 3개가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자의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런데 저자가 범용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저자 외에도 이런 견해를 피력한 전문가들이 많이 있지만, 저자의 주장은 다소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면에서 인간 수준 및 그 이상의 지능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인공의식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는 범용인공지능(AGI)은 인공지능 분야의 성배(Holy Grail)”라고 불린다. 마치 물리학에서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성배이듯이. 이와 관련해서 가장 낙관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은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인데, 그는 2029년 무렵이면 범용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범용인공지능은 불가능한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이 두 극단의 중간에 다양한 견해들이 공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현재와 같이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우월한 약인공지능의 주요 기술인 딥러닝과는 파격적으로 다른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지 않는다면, 범용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분명히 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不死의 디지털 마인드나 전지전능한 초지능은 오늘날의 기술에 근거해서는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범용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할 알고리즘이나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분명한 공학적 루트도 알려진 것이 없다.”(p.142)

 

저자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기술적 발달을 미래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을 들고 있다. 실제로 레이 커즈와일은 자신이 주장하는 수확가속법칙(law of accelerating returns)에 의해 정보기술 전반에 걸쳐 지수함수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2029년경에는 범용인공지능이 출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자는 바로 이런 견해를 반박하면서 범용인공지능의 출현을 불가능한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례로 12년 전 제프리 힌튼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진이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한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는 명백히 커즈와일이 주장하는 가속적인 기술발전에 대한 반증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만약 범용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이는 인류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이면서 동시에 마지막 발명이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 문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토피아·디스토피아 그리고 인류의 미래

저자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상당수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며, 승자독식의 특성으로 인해 소수의 기업들 수중에 대부분의 부가 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암울한 미래를 전망한다, 이 점에서는 로봇의 부상의 저자 마틴 포드나 파이널 인벤션의 저자 제임스 배럿과 같이 디스토피아를 예상하는 전문가들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 인공지능과 인류의 공존 가능성을 예상한다는 점에서는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사회적 vs. 비사회적 기준”, “창조적 vs. 최적화 기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해 향후 인간과 인공지능 간 가능한 관계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한다.

 

Human Veneer

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하며 최적화 알고리즘에 가까운 분야로서 웨딩 플래너, 선생, 의사, 여행 가이드, 금융 플래너, 원격 튜터 등이 이 영역에 속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다소 높은 영역이다.

Safe Zone

사회적 기술과 창조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으로서 형사 분야 변호사. CEO, 사회복지사, 정신과 의사, PR감독 등이 여기 속한다.

Danger Zone

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최적화 기술이 필요한 영역으로서 방사선 의사, 기초 번역가, 소비자금융 인수자, 텔레마케터, 개인 세무 상담사 등이 여기 속한다.

Slow Creeper

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반면, 창조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영역으로서 의료 연구자, 과학자, 예술가, 그래픽 디자이너, 법률 및 금융 분석가 등이 여기 속한다.

 

이런 저자의 분류에 의하면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위험한 영역은 창조적인 능력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Danger Zone이다. 그밖에 Slow CreeperHuman Veneer 영역도 일자리 소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그나마 안전한 것은 사회적 기술을 요하면서 동시에 창조적인 능력이 필요한 Safe Zone뿐이다. 그렇다고 이 분야도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범용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어느 분야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저자가 이런 견해를 갖게 된 데에는 저자가 암과의 투쟁을 통해 깨달은 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2013년 림프종(Lymphoma) 4기 판정을 받았다. 이것은 백혈병과 같이 순환계에 발생하는 암의 일종이다. 그리고 4기는 보통 암의 말기를 지칭하므로 대체로 생존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저자는 과학자 특유의 연구를 통해 자신이 처한 4기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함과 동시에 고향(대만)에 있는 절을 방문해 알게 된 주지 스님의 충고를 받아들여 세계관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저자는 그동안 자기 스스로 알고리즘임을 자처하면서 오로지 최적화(optimization)를 목표로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과의 관계이며 이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이런 사랑을 널리 확대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물론 저자의 이런 스토리가 특별히 감동적이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보다 훨씬 극적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저자의 이런 병력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후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암과의 투쟁에서 승리한 이후 인공지능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 가능성에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것이 가능하다면 앞서 말했던 디스토피아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만약 우리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면, 나는 경제적 번영과 영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길을 찾아가는 것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만약 우리가 이러한 공동의 목표 아래 뭉친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는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으로 나는 믿는다.”(p.199)

 

그러면서 저자는 앞에서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를 4가지로 구분했던 것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공존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Human Veneer 영역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일종의 분업을 통해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공지능은 분석적 사고를 담당하고, 인간은 감정과 연민을 책임짐으로써 둘 사이에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Slow Creep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이 창조적 사고를 담당하고, 인간은 부족한 사회적 기술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절충이 필요한 이유는 모두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에는 상당히 낙관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전환의 주된 원인이 저자가 암 투병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획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다분히 감상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사고 전환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으며 우리 모두 그의 견해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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