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분야

빌 브라이슨의 <바디: 우리 몸 안내서(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20-02-18 10:48
조회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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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빌 브라이슨(Bill Bryson) 

역자: 이한음

출판사: 까치(2019)

 

차례

1. 사람을 만드는 방법 2. 바깥 3. 우리 몸의 미생물 4. 5. 머리

6. 입과 목 7. 심장과 피 8. 몸의 화학 9. 해부실 10. 직립보행

11. 균형 잡기 12. 면역계 13. 심호흡 14. 음식, 맛있는 음식

15. 소화기관 16. 17. 거시기 쪽으로 18. 시작: 잉태와 출생

19. 신경과 통증 20. 일이 잘못될 때: 질병 21. 일이 아주 잘못될 때:

22. 좋은 의학과 나쁜 의학 23. 결말

 

 

몸으로의 여행

저자 빌 브라이슨은 우리에게 거의 모든 것의 역사(A Short Story of Nearly Everything)라는 책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외에도 브라이슨은 여행이나 영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꾸준히 책을 출판한 대단한 작가다. 또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영국 더럼 대학교(Durham University) 총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니 행정 능력도 갖추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10여 년 전에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우주의 진화 과정과 지구에서 생명의 탄생 및 진화 과정에 대해 흥미롭게 묘사함으로써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런데 저자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우주, 즉 소우주라 불리는 인간의 몸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 이른바 인간의 몸에 대한 안내서이다. 차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여행을 떠나 고유 기능이 무엇이고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학습을 통해 몸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몸을 지극히 피상적으로 일람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알려진 사실과 알려지지 않은 문제점들을 종합해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언제라도 펼쳐서 궁금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저자가 상당한 공을 들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의 영문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인간은 몸을 점유하고 있는 입주자로 간주한 것 같다. 입주자가 집을 어떻게 관리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책자라는 인상을 풍긴다. 저자 특유의 재치가 엿보인다.

 

사실 인간의 몸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몸의 특정 부위나 기능, 또는 특정 질병에 관해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은 뇌부터 발끝까지 망라해 그야말로 복잡한 기관이다. 이른바 복잡계의 원리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기관일 것이다. 수십조의 세포들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 신진대사(metabolism)와 항상성(homeostasis)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유전자 복제를 통해 후손을 남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복잡한 유기체 전체를 조망해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필자는 한때 면역 관련 책과 암 관련 책을 많은 읽었다. 면역에 관한 책은 면역세포들을 중심으로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암에 관한 책도 다를 바 없다. 암 세포가 어떻게 생겨나 어떻게 증식하는지, 그리고 암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며 재발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중심을 이룬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몸의 여러 부문들에 대한 유기적인 설명을 해준 책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저자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아니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흔히 내 몸은 내가 잘 알아!”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나이를 먹을수록 오랜 세월의 체험을 통해 분명 자신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몸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반응에 대해 거의 무지하며, 복잡계인 몸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마 병리학자든 생물학자든 의사든, 인간의 몸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특히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라는 복잡계의 특성으로 인해 더욱 그렇다. 여기에 마음(또는 의식이나 정신)의 작용까지 더한다면 정말 우리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적어도 몸에 관한 중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자처한 점에서 가치가 있다. 새로운 연구 결과를 알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알려진 지식과 정보를 종합해 일반대중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몸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소수 전문가들만 알고 있던 몸에 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들도 모르는 미해결 문제에 관한 정보이다. 후자는 몸에 대한 지식 자체는 아니지만 여전히 무엇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지식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하다. 2002년 당시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트가 이라크 침공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사용해 한때 널리 회자되었던 표현을 빌리자면 “known unknowns”,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앎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구성되어 있는 유기체이며, 이 둘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살다가 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르면 자연의 순환원리에 따라 소멸하는 존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철학에서 마음-몸 문제(mind-body problem)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쟁점이 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몸이 이와 같이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마음 또한 수많은 정보와 기억 그리고 체험을 바탕으로 시시로 변하는 동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의학적으로도 마음-몸 의학(mind-body medicine)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몸에 발생한 병은 어떤 것이든 마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그 역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인간은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이 책은 몸을 통해서 이 사실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다룬 책들은 넘쳐난다. 다양한 관점에서 정신세계를 다룬 책들이 너무 많아 솔직히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것은 인간의 정신세계는 결코 객관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주관적 체험의 세계라는 이유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과연 누가 극한에 이를 정도의 이성적 사유와 치열한 삶의 체험을 결합해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예컨대 필자는 이런 기준에 의해서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G. Jung)이 남긴 저작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 융은 2만 명이 넘는 환자들과의 임상 경험, 그리고 동서양의 종교적 신비체험에 대한 깊은 연구를 결합해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이트를 넘어서는 세계관을 제시했다고 본다. 이 점은 두 거인의 무의식에 대한 해석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인간의 몸을 총체적으로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저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공부와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자문을 받는 노력을 통해서 몸에 관한 서사시를 썼다. 그것도 중간 중간에 저자 특유의 재치를 엿볼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말이다. 이런 점에서 브라이슨은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좋은 책을 쓰는 작가가 갖추어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몸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우리가 사후세계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든 관계없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 우리의 몸은 유일무이하다는 것이다. 특정 종교에서 주장하듯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더라도 현재 이 몸을 가지고 가는 것은 분명 아니다. 만약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사이비라는 명백한 증거다. 우주에서 엔트로피 법칙을 위반하는 존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생을 믿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사후에 환생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몸으로 환생하는 것은 분명하다. 영적 각성을 통해 우주의식을 체험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을 통해 다른 세계로 간다고 믿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의 몸은 유일무이하다. 그러니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이 몸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가운데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하는 중요한 일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몸을 구성하는 원소와 세포의 수: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종류와 비중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몸은 총 59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 산소(O), 수소(H), 탄소(C), 질소(N)의 순서로 비중이 높다. 예컨대 산소가 가장 비중이 높은데 우리 몸 공간의 61%를 차지한다고 한다. 과반수를 넘으니 산소가 곧 인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원소들을 원재료로 해서 인간의 몸을 완성하는 데는 96,546.79파운드가 소요된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는 인간의 몸은 평균적으로 몇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는데 문헌에서는 10조부터 100조까지 오차 범위가 큰 여러 수치들이 제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최근의 정확한 자료라면서 몸은 37,2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처음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된 후 약 45회 세포분열을 하면 이르게 되는 수치이다. 245 = 35,184,372,088,832이기 때문이다. 기하급수적인 증식을 통해 37.2조 개라는 세포들로 구성된 유기체가 탄생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의 우주적 의미: 저자는 몸이라는 공간적으로 매우 한정된 유기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공간적 위상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이 소우주라는 사고의 과학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세포에는 모조리 이으면 1미터쯤 되는 DNA가 빽빽하게 감겨서 들어 있다. 몸에는 세포가 아주 많으므로, 몸에 든 모든 DNA를 한 가닥으로 죽 이으며 160억 킬로미터는 된다. 명왕성 너머까지 뻗어나갈 길이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당신 안에는 태양계를 벗어날 만큼 긴 것이 들어 있다고. 당신은 말 그대로 우주적인 존재이다.”(15) 이 대목에서 문든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이 제기한 접힌 질서(implicate order)와 펼쳐진 질서(explicate order)의 관계가 생각난다.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는 집힌 질서가 펼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 몸 또한 접혀 있는 질서가 펼쳐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피부 가려움의 원인: 인간의 피부도 매우 복잡한 조직이다. 필자는 나이 탓인지 종종 몸 이곳저곳이 괜히 가려울 때가 많다. 병원에 가면 의사는 나이 탓에 피부가 엷어져서 외부의 자극에 민감해서 그렇다면서 항히스타민 제제의 약을 처방해 줄 뿐이다. 가려움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피부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왜 일어나는지 이유를 제대로 모를 때가 많은 또 한 가지가 바로 가려움이다. 모기에게 물렸거나 뾰루지가 났거나 쐐기풀에 찔려서라는 식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가려움도 아주 많지만,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가려움도 아주 많다........뇌에서 가려움을 전담하는 영역은 따로 없으므로, 가려움을 신경학적으로 연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43) 이것은 무슨 말인가? 중추신경계는 무관하지만 말초신경계에서 가려움을 관장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뇌가 모든 감각 정보를 집계하고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인가?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몸 안에 있는 세균 숫자: 여기서 세균은 우리 몸 안에서 기생하고 있다고 알려진 모든 미생물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얻기 어렵다. 예컨대 플랜트 패러독스라는 책을 통해 식물성 단백질 렉틴(Lectin)의 위험을 경고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미국인 의사 스티븐 건드리(Steven Gundry)는 저서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The Longevity Project)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실 내 몸을 이루는 세포의 90%는 인간 세포가 아니다. 나머지 90%는 우리 몸 안에 사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의 세포로서 일반적으로는 미생물군유전체(microbiome)로 불리며, 플랜트 패러독스에서 말한 홀로바이옴 세포로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몸에는 사람의 세포보다 세균의 세포가 10배는 더 많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흔히 쓰였다. 그 확실한 것처럼 들리는 수치는 1972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실린 것인데, 사실은 추측에 불과한 것이었다.......2016년 이스라엘과 캐나다의 공동 연구진은 더 꼼꼼하게 조사한 끝에 개인의 몸에 인간 세포는 약 30조 개, 세균 세포는 약 30~50조 개가 들어 있으므로 일대일에 가깝다고 결론을 내렸다.”(50) 필자는 저자가 제공한 자료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은 숙주인 인간의 몸에 단순히 기생하는 유기체가 아니라 인간과 공생 관계에 있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장 누수를 막아 각종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유익균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정서·느낌과 눈물의 의미: 저자는 눈물에는 기초 눈물, 반사 눈물, 감정 눈물이라는 세 종류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초 눈물은 윤활 작용을 한다. 반사 눈물은 연기나 양파 같은 것에 눈이 자극을 받으면 흘러나온다. 감정 눈물은 물론 감정이 북받칠 때 나오는데, 독특하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한, 감정이 북받칠 때 눈물을 흘리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그것도 인간의 많은 수수께끼 중의 하나이다.”(120) 고통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동물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코끼리가 그런 동물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감정이 북받칠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저자 말대로 인간만 그럴 것이다. 여기서 눈물과 감정 그리고 느낌의 관계를 잠깐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이론이 의외로 복잡한데 필자는 여기서 저자가 말한 감정은 보통 정서(emotion)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눈물은 바로 이런 정서의 물리적, 생리적 표현인 셈이다. 그리고 난후 자신이 흘린 눈물로 인해 슬픈 느낌이 밀려올 수도 있고, 환희의 느낌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감정 눈물이다. 나머지 눈물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감각의 종류에 대한 재인식: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얻고, 이들 정보는 뇌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통합되어 의식이라고 하는 정신작용이 일어난다. 그런데 저자는 인간에게는 더 많은 다양한 감각이 존재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흔히 말하는 6(sixth sense), 즉 기감(氣感)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신기한 점은 우리가 늘 오감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각은 그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균형, 가속과 감속, 공간적인 위치, 시간의 경과, 식욕의 감각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리 안에는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감각이 총 33가지가 있다.”(117) 저자가 무엇을 근거로 33가지 감각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말하는 5가지 감각 이상이 존재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필자가 감각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는 이유는 어쨌든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고 이 모든 정보는 중추신경계의 정상에 있는 뇌로 보내져 분석된 후 몸에게 일정한 행동을 하라는 지령을 내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식과 몸의 관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다.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이라는 심리학자가 했던 유명한 실험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예를 들면 팔을 들어 올리는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 시점보다 순간적으로 먼저 뇌의 해당 신경세포가 발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증거로 널리 수용되었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감각과 뇌의 작용,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의식 문제는 영원한 과제인 것 같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은 어떤 체험을 하더라도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일정한 감각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비롯된다는 것이다. 감각을 초월하는 것보다는 감각 자체에 의식을 집중하는 편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는 더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아 둘만한 몸에 관한 통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개수와 세포의 개수, 그리고 유전자의 개수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몸을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도 숫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언급한 내용 가운데 기억해둘만한 통계자료를 몇 가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뇌는 75~80퍼센트가 물이며, 나머지는 주로 지방과 단백질이다. 사람의 뇌는 총 200엑사바이트(exabyte=1018)의 정보를 담는다고 추정된다. <네이쳐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의 말을 빌리면, 현재 세계 전체의 디지털 콘텐츠 전체와 거의 비슷한 용량이다.

 

오랫동안 우리 뇌에는 신경세포, 즉 뉴런이 1,000억 개 있다고 기술해왔지만, 2015년 브라질의 신경과학자 수자나 에르클라누-오젤은 끔꼼히 살펴본 끝에 860억 개에 가깝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시냅스 연결을 통한 복잡한 신경망에 인간의 모든 능력이 담겨 있다.

 

심장은 1초에 1번 남짓, 하루에 약 10만 번, 평생 35억 번을 율동적으로 뛰면서 온몸으로 피를 밀어낸다. 그리고 그이 고동은 부드러운 밀어내기가 아니다. 대동맥이 잘린다면 피가 3미터나 솟구칠 만큼 힘찬 수축이다.

 

우리 세포에서 에너지를 담당하는 것은 아데노신삼인산(ATP)이라는 화학 물질이다. 매일 우리는 자신의 몸무게만큼 ATP를 생산한다니 ATP 분자 약 200조 개를 생산하는 셈이다. ATP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사실 ATP를 생산하는 기계에 다름 아니다.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조용히 리드미컬하게, 대개 의식하지 않은 채, 매일 우리가 약 2만 번 호흡을 하면서 약 12,500리터의 공기를 꾸준히 처리하므로 1년이면 약 750만 번, 평생에 걸쳐 약 55,000만 번 호흡하는 셈이다.

 

평균적인 몸집의 어른은 피부의 면적이 2제곱미터쯤 되지만, 허파 조직의 면적은 95제곱미터에 달하며, 그 안의 공기 통로는 총 길이가 2,400킬로미터에 달할 것이다. 이것은 진화 과정을 통해 이룩한 매우 어려운 문제에 대한 탁월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몸속을 보면 우리는 엄청나다. 평균적인 몸집의 남성은 소화관의 길이가 12미터쯤 되며, 여성은 그보다 조금 더 짧다. 소화관의 총 표면적은 약 2,000제곱미터에 달한다. 농구 코트 면적이 420제곱미터이므로 약 5배에 달하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매번 숨을 내쉴 때마다 약 250(2.5x1032) 개의 산소 분자가 배출된다. 하루로 따지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내쉰 분자들 중 최소한 하나는 들이마셨을 가능성이 높다.

 

서양의 성인은 하루에 약 200그램의 대변을 생산하므로 1년이면 약 80킬로그램, 평생을 따지면 약 6톤이 넘는다. 대변은 주로 죽은 세균,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 떨어져 나온 창자세포, 죽은 적혈구의 잔해로 이루어져 있다.

 

진정한 웃음은 지속 시간이 3분의 2초에서 4초 사이로 아주 짧다. 그것이 바로 계속 웃음을 짓고 있으면 위협적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진정한 웃음은 우리가 꾸며낼 수 없는 표정이다.

 

신경 신호는 아주 빠르지는 않다. 빛은 1초에 3억 미터를 나아가는 반면, 신경 신호는 훨씬 더 점잖게 1초에 120미터를 나아간다. 250만분의 1이다.

 

몸에 대해 모르는 것들

의학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저자가 이 책의 곳곳에서 이 점을 강조한 것은 의사나 병리학자를 포함해 이 분야에서 노력하는 과학자들을 폄하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그만큼 인간의 몸이 복잡한 소우주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잘 알려진 사실로서 항상성은 우리 몸의 생리적 조건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기능이다. 실제로 우리 몸이 어떻게 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면역체계도 마찬가지이다. 면역체계도 항상성의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므로 항상성과 별도로 다룰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면역체계로 한정해도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진실이다. 만약 면역체계를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모두 예방하고 완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이와 같이 큰 문제와 관련된 것 보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몸과 관련해 체험하는 것들 가운데도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는 몸에 대해 여전히 무지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해 어떤 통일된 모델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나마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몸에 대한 이해가 이런 수준에 있다는 것은 정신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알 것 같다. 여기에는 특히 의식(정신)을 이용해 의식(정신)의 본질을 이해하려 한다는 자기언급(self-reference)의 모순이 내재해 있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저자는 몸에 대해 우리가 여전히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우선 우리는 왜 늙는 것인지 전혀 모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자신이 왜 늙는 것인지 전혀 모른다. 아니, 사실 이런저런 온갖 생각을 품고 있지만, 그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알지 못할 뿐이다. 거의 30년 전에 러시아의 생물노화학자인 조레스 메드베데프는 노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시된 이론이 약 300가지라고 파악했는데, 그 뒤로도 그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496) 저자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한 때 염색체 끝에 달린 텔로미어(telomere)에 노화의 비밀이 담겨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저자 말대로 후속 연구 결과 텔로미어는 노화의 지극히 일부만 설명할 수 있다니 이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셈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특이점(singularity)이 올 것을 믿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노화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고 있으니 두고 볼 일이다.

 

다음 저자는 이것보다는 훨씬 간단한 소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금을 둘러싼 오래되었으면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논쟁이야말로, 우리의 지식이 어떤 상태인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소금은 우리 몸에 필수적이다. 그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문제는 얼마나 섭취해야 적당량인가 하는 것이다. 너무 적게 섭취하면 무기력해지고 쇠약해지며, 이윽고 죽음을 맞이한다.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치솟고, 심장 정지와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333)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쾌한 기준이 없다. 일부 공명심이 앞서는 연구자들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조급하게 연구결과를 발표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넘쳐난다. 예컨대 하루에 물 8잔을 마셔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 해당된다. 또한 물 섭취에 관한 또 하나의 끈질긴 잘못된 믿음은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가 이뇨제이며 마신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소변으로 배출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하품을 왜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황당한 질문이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니 말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아도 엄마 뱃속에서 하품을 한다. 혼수상태인 사람도 하품을 한다. 하품은 우리의 삶에서 아주 흔하게 접하는 것이지만, 하품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몸에 지나치게 많이 쌓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인지를 설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371) 누군가 지금부터라도 하품을 연구할 의욕을 가졌으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한 호기심 차원에서.

 

저자는 이어서 태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반응에 대해 왜 그러는지 잘 모른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악명 높은 지카 바이러스는 태반 장벽을 통과하여 태아에 심한 결함을 일으킬 수 있는 반면, 아주 비슷한 뎅기 바이러스는 이 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태반이 왜 한 쪽은 막고 한 쪽은 통과시키는지, 아무도 모른다.”(403) 이것은 정말 신기한 현상이다. 몸에서 뭔가 비물질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닌가 모르겠다. 진화 과정에서 왜 이와 같이 생존해 불리한 기제가 남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또한 진화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류 역사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출산이라는 너무 보편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출산을 촉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무언가가 임신이 280일째가 되었다는 것을 세고 있는 것이 틀림없지만, 그 메커니즘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작동하는지, 때가 되었다고 알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무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모체가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호르몬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404) 이것은 결국 특정한 시점에 출산이라는 행위가 시작되도록 촉발하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진실을 모르면서 지금까지 왔다는 점에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여전히 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무척 많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문제들을 흥미롭게 펼치고 있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서 일부는 밝혀지겠지만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날이 올지는 미지수이다. 인간의 지능을 훨씬 능가하는 초인공지능이 출현해서 인류의 난제들을 풀어줄 것을 기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몸의 복잡성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인간의 능력 밖의 문제인 것 같다.

 

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얻는 교훈

가톨릭 사제이자 유명한 고생물학자였던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은 우리는 영혼을 체험하는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체험하는 영혼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부로서의 종교관을 반영한 말로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모두 한 번쯤 음미할 가치가 있다. 과학적 물질주의 또는 유물론을 철저히 신봉하는 사람에게는 회의적으로 들리겠으나 몸에 대한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오히려 과학적 물질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필자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정신세계, 그것을 마음이라 부르든 의식이라 부르든 아니면 영혼이라고 부르든, 모두 몸의 바탕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몸이 멸한 다음에도 정신세계가 존재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알려진 물리법칙에 모순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 필자는 과학적 물질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죽음과 관련해 보다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류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몸의 소멸, 즉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 대한 다음과 같은 냉정한 표현에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죽음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나이를 먹는 것이다. 서양에서 암 사망자의 75퍼센트, 폐렴 사망자의 90퍼센트, 독감 사망자의 90퍼센트, 각종 원인에 따른 사망자의 80퍼센트는 65세 이상이다.”(511)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죽음으로 가는 확실한 길이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 말이다. 단순 노화로 인한 죽음이 오히려 예외적이라는 것은 의학이 발달한 지금 시점에서 분명 역설적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갖자고 제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세기 전에는 100명 중 약 1명이 화장을 했지만, 지금은 영국인의 4분의 3, 미국인의 40퍼센트가 화장을 택한다. 화장을 하면 무게 약 2킬로그램의 재가 남는다. 그것이 우리가 남기는 전부이다. 그러나 삶이란 살아볼 만하지 않았던가?”(514) 마지막 문장에는 저자의 막연한 바람이 담겨있다. 저자는 유물론을 넘어서는 죽음의 다른 가능성, 즉 사후생(事後)과 같은 문제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몸의 신비로운 측면을 이해함으로써 영혼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론에 이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몸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가 반드시 몸을 넘어서는 어떤 것, 예컨대 영혼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이 책에서 질병 퇴치를 위해 분투했던 과학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부분은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있다. 저자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애정을 보내고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세계의 가장 해로운 감염병들을 정복하고자 애쓰다가 목숨을 잃은 병리학자들과 기생충학자들이야말로 의학계에서 가장 고귀하면서 이타적인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세상 어딘가에 그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야 마땅하다.”(446) 필자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런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그나마 이 정도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적인 공명심에서 무리한 시술을 강행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거나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를 가로챘던 파렴치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서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자가 거론한 이런 부류의 사람 가운데 특별히 한 사람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교훈을 얻기 위해서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 덕분에 대부분의 세균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나 그람-음성균에는 효과가 없었다. 토양생물학을 전공했던 앨버트 샤츠(1920~2005)는 인내심을 가지고 수백 종류의 토양 미생물을 하나하나 검사했고, 1년쯤 되었을 때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했다. 그람-음성균을 없애는 최초의 약물이었다. 그런데 샤츠의 지도교수였던 셀먼 왁스먼은 샤츠를 속이고 연구 성과를 가로채 특허료로 막대한 수입을 얻었을 뿐만 195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샤츠에게 조금도 감사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건은 미국 미생물학계가 스트렙토마이신 발견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샤츠에게 메달을 수여했는데 그 메달의 이름이 셀먼 왁스먼 메달이었던 것이다. 이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이와 유사하게 다른 사람의 공적을 가로챈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죽음을 무릅쓰면서 노력하고도 조금도 인정받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인간의 본성을 위해, 그리고 사회발전을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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