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분야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2-22 19:42
조회
517

20160222_103944_56cae570c340f.jpg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역자: 이창신

출판사: 김영사(2010)

 

 

목차 

1강 옳은 일하기

2강 최대 행복 원칙

3강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4강 대리인 고용하기

5강 중요한 것은 동기다

6강 평등 옹호

7강 소수집단우대정책 논쟁

8강 누가 어떤 자격을 가졌는가?

9강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10강 정의와 공동선

 

 

 <북 리뷰: 정의를 정의하기>

★ 책에 대한 회상

몇 년 전 한국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고 정리하면서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그 이유는 당시 이 책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본격적으로 정의(正義)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마련되는 줄로 착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적으로나마 한국인들이 정의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고, 당시 정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를 장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일반대중의 관심은 봄눈 녹듯이 사라졌고, 정부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왜 우리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래 단 한 번도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의의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토론하지 못하고 있는가? 우리는 정의의 문제를 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가, 아니면 파편화된 의식으로 인해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적으로 애증(愛憎)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과거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국정지표로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제시해도 아무런 모순을 느끼지 않았다면 분명 우리의 의식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리라. 비록 민주화 이전에 벌어졌던 일이지만 이런 유형의 역설이 통용되는 한 우리는 결코 진정한 정의에 다가갈 수 없다. 역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첫출발은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이다. 공자의 말한 정명(正名)사상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샌델 교수가 이 책에서 제시한 핵심 메시지를 바탕으로 정의와 관련된 쟁점들을 다시한번 고민해보는 것도 나름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라는 결과의 불평등만이 아니라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강조하는 정치적 불평등도 심해지고 있으며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기회의 공정성도 기대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샌델은 명망 있는 정치철학자답게 특유의 서술 방식으로 어렵고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주제에 독자들이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샌델은 다른 저서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2012)에서도 그랬듯이 다양한 사례들을 이용해 자칫 형이상학적인 차원에 그칠 수 있는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독자를 배려하는 저자의 온기(溫氣)를 느끼게 한다.

 

사실 ‘정의’는 매우 방대한 주제이면서도 인간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도덕과 관련된 심오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양면성 때문에 정의에 관한 논의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치, 경제, 사회, 법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 적용되어야 하는 어려운 주제다. 그렇기에 어느 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정의란 있을 수 없다. 정치적으로는 정의의 기준에 맞는데 경제적으로는 정의의 기준에 맞지 않는 정의는 진정한 정의라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분배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정치적 정의를 훼손한다면 이것은 진정한 정의를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정의는 인간의 행복, 자유, 평등, 목적, 공동선, 신뢰 등 때로는 상충될 수 있는 다양한 가치들과 긴밀하게 관련된 주제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정의를 논한다는 경우 보편타당한 원리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무엇보다도 우선 철학적 차원에서 정의를 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자는 정의 자체를 정의하기보다는 정의가 구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기준으로 정의의 문제에 접근한다. 그러면서 정의에 관한 세 가지 원칙을 정리해 제시한다. 행복의 극대화, 자유의 증진 그리고 미덕과 공동선의 추구가 그것이다. 물론 저자는 미덕과 공동선의 추구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입장이다. 

 

저자는 우선 정의에 관한 과거의 논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사람들인 아리스토텔레스, 제러미 벤담, 이마누엘 칸트 그리고 존 롤스의 정의관을 소개한다. 그렇지만 그는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고 말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특히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를 해석하는 데 상당한 반감을 표현한다. 사실 제러미 벤담이 제창하고 존 스튜어트 밀이 발전시킨 공리주의는, 비록 이론적으로는 개인의 효용을 모두 더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는 이론이다. 특히 파레토 원칙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보상원리(compensation principle)는 공리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공리주의는 천박한 계산에 바탕을 둔 변덕스러운 이론일 뿐이다.

 

정치철학에 깊은 이해가 없는 입장이라 더 이상 항변은 하지 않지만 정의의 문제에서 분배 정의가 차지하는 중요한 위상을 감안할 때 경제학적 관점에서 정의의 문제를 접근하는 데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저자는 선택의 자유 확대의 의미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자유지상주의와는 다른 관점에서 선택의 자유를 지지하는 칸트와 롤스의 정의관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이들 주장의 강점과 약점을 소상히 다루고 있다. 사실 칸트와 롤스의 이론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입장에서 이들의 주장에 대한 샌델의 비판을 반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지만 샌델이 자신이 주장하는 공동체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이들 이론의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나머지 정의에 관한 논의에서 이들이 혁신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소홀히 한 것은 학자로서 객관적인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양한 사례를 이용해 다룸으로써 정의란 추상적인 차원에서 공론(空論)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생활 한 가운데서 우리가 항상 마주해야 하는 문제임과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임을 각인시켜준 것은 오로지 저자의 탁월한 문장력과 해박한 지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참조 사항: 첨부파일과 우리 현실에 관하여> 

1.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메시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첨부파일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것은 각 장의 핵심 메시지에 대한 요약과 주요내용 발췌 및 이에 대한 필자의 코멘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적절한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지루하기 쉬운 정의라는 주제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나간 저자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에서 정의에 관한 모든 논의는 서양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 제러미 벤덤, 이마누엘 칸트,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 등의 학설을 비교·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의에 관한 동양 사상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양에서는 정의에 관한 논의가 없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맹자(孟子)가 양혜왕을 찾아가 이(利)보다는 의(義)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정의를 강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맹자의 왕도정치는 다름 아니라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를 말한 것이라 생각한다. 맹자는 왕도정치의 조건으로 왕의 도덕적인 마음, 민생의 보장을 통한 경제적 안정, 현명하고 능력 있는 관리의 등용, 적절한 세금의 부과와 도덕적 교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맹자』, 박경환 옮김, 24쪽). 이것이 바로 정의의 핵심이 아니겠는가? 저자가 이런 점을 몰랐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무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동서양의 정의론을 포괄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

 

2.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정의에 관한 논의는 한 가지 결론으로 수렴하기 어렵다. 정의의 법칙은 중력의 법칙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동서고금 모든 사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정의의 원칙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정의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갑론을박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안하고 싶다. 다름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반박할 수 없는 불의(不義) 내지 반정의(反正義)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것들을 순차적으로 사회에서 추방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위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직위나 권한을 이용해 일정 금액 이상의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영구적으로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이다. 또는 대기업의 오너나 전문경영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회사 공금을 횡령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 사익을 위해 기업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대표직을 사임하는 것은 물론 신용불량자 같이 취급해 일체 기업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국 사회의 파워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이 불의를 저지르는 경우 일반인보다도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전직 대통령의 경우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