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분야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의 『코스믹 게임(The Cosmic Game)』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4-14 00:43
조회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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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타니슬라프 그로프(Stanislav Grof)  

역자: 김우종

출판사: 정신세계사(2008)

 

 

목차 

01 들어가며

02 우주, 의식, 영

03 우주의 창조원리

04 창조의 과정

05 우주적 근원과의 재합일

06 선과 악

07 탄생-성-죽음: 우주적 연결성

08 카르마와 윤회의 비밀

09 자신을 알지 못하게 하는 금기

10 우주의 게임

11 성과 속

 

 

<북 리뷰: 비일상적 의식 상태에 대한 과학적 탐구> 

★ 저자 소개 및 책의 개요

우연한 기회에 오랫동안 약물(LSD)을 이용한 통제된 실험을 통해 인간의 비일상적 의식상태(non-ordinary state of consciousness)를 연구해 온 정신과 의사이자 초개아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스타니슬라프 그로프(Stanislav Grof)의 저서 『코스믹 게임』(2008)을 읽게 되었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인 그는 1931년생으로 체코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가졌으나 과학적인 증명이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한 후 방향을 전환해 강력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인 LSD를 이용한 비일상적 의식상태 또는 변성의식상태를 연구하는 데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쳤다.

 

그는 3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메릴랜드 대학교 정신과 연구소장,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교 정신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77년 국제초개아협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지냈으니 명실상부하게 초개아심리학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초개아심리학(초자아심리학 또는 자아초월심리학 등 다양한 명칭이 혼용되고 있음)은 텔레파시, 염력, 원격투시 등과 같은 초자연현상뿐만 아니라 인간 자의식의 한계를 넘는 초월적인 의식상태를 연구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짧은 소견이지만 초심리학(parapsychology)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초개아심리학은 한마디로 정통 심리학에서는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하는 인간 의식의 비일상적 영역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 분야라 할 수 있다. 

 

과문한 탓에 초개아심리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되어, 저자의 다른 저서인 『환각과 우연을 넘어서』(2007), 『고대의 지혜와 현대과학의 융합』(2012), 『죽음이란』(2013)을 통해 그의 학문 세계와 철학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책 이외에 YouTube에 있는 그의 강연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매우 진지한 자세로 40여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LSD와 같은 약물을 이용한 통제된 실험을 통해 인간의 의식세계를 진지하게 탐구해 온 학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약물 요법이 금지된 후에는 자신이 개발한 홀로트로픽 호흡법을 통해 초감각적 지각(extrasensory perception), 즉 비일상적 의식상태를 체험하는 모임을 선도하고 있다. ‘홀로트로픽(holotropic)’은 ‘일체 지향적’이라는 의미로 그가 창안한 용어인데, ‘물질계 지향적’을 의미하는 ‘하일로트로픽(hylotropic)’에 대응한다. 이 두 개념은 이 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이 두 개념을 상보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일상적인 의식상태, 즉 초월적 의식 상태를 연구하는 초개아심리학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주류 심리학계에서 배척되어왔다.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기존 학계의 이런 입장이 진정한 의미에서 과학적이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 세계가 결코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기존의 정통파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그리고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등 어느 누구도 일상생활 속에서 인간이 온전한 의식 상태에서 살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즉, 흔히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의식 상태는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무한한 의식 세계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학문적 입장에 상당 부분 동의하기에, 이 분야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초개아심리학과 저자에 대해 해박한 전문가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틀린 부분을 정정하고 더 깊은 소개를 해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런 리뷰를 하게 된 것이니 널리 양해해주기 바란다.

 

  

★ 비일상적 의식 상태의 깊이와 보편성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기존의 주류 과학계에서 자신의 연구를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환원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기존의 과학적 방법론에 한계가 있음을 자신 있게 지적하는 태도에 상당히 공감하게 되었다. 우선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구절을 몇 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의식이 뇌의 산물이 아니라 존재의 제1원리이며, 현상계의 창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시사한다.(12쪽)

• 일상적인 지각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깊은 차원을 체험하는 동안, 우주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극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때 생겨나는 가장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통찰은, 이 우주가 그저 물질 입자들의 기계적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자연발생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29쪽) 

• 나는 우주적 과정에서 하강하는 부분, 즉 창조(의식의 퇴화)라고 표현되는 양상을 ‘하일로트로픽’ 또는 ‘물질계 지향적’이라고 부른다. 같은 식으로, 우주적 과정에서 상승하는 부분, 즉 분화되지 않은 본래의 통일체로 되돌아가는(의식의 진화) 양상을 ‘홀로트로픽’ 또는 ‘일체 지향적’이라고 부른다.(104쪽) 

• 일체 지향적 상태의 연구들은 ‘영원의 철학’의 기본 사상과 맥을 같이 하면서, 소위 ‘영적 지성’에 의해 우리 삶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영적 지성은 자신의 본성과 현실에 대한 심오한 형이상학적, 철학적 이해를 일상 속에서 발현해내는 능력이다.(251쪽) 

• 종교와 과학이 서로 모순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은 그 둘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실제로 진정한 과학과 믿음직한 종교는 존재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접근법으로서 서로를 보완할 뿐 어떤 식으로도 맞서지 않는다.(287쪽) 

• 초개아심리학과 의식 연구의 발견들은 우주가 지고한 지성의 창조물이고 의식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이라는 주장을 분명히 뒷받침한다.(332쪽) 

 

이상 인용한 몇 개의 구절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저자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영원의 철학』에서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영적인 세계의 존재와 의미를 많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하려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와 같이 인내심을 가지고 경험적인 자료를 축적해 반증 가능한 명제를 제시한 후, 이와 관련된 논의에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인 의식 상승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영적으로 뛰어난 현자들의 경우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월적이고 합일적인 의식상태를 체험한 후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런 현자들의 경험을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인간들이 이들을 신성시하거나 우상화하는 실수를 저질러 온 것이고, 그 결과 제도권 종교에 대한 불신이 커져온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신론자가 되어 종교 근본주의자들과 논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책 전반에서 저자는 통제된 실험을 통해 높은 수준의 영적 체험-명상이든 기도든-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초월적 의식 상태에 도달함으로써, 그런 의식 상태가 결코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며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아직 초월적 의식 상태를 경험하지 못한 탓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과학과 영성은 상호 보완적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깊이 궁구해보아야 할 인간의 의식 영역을 일체 지향적 태도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의식의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첨부 사항: 첨부파일과 관련 동영상에 대해> 

• 저자는 세계적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을 비롯해 많은 명망 있는 학자들과 교류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YouTube에서 저자의 최근 강연 및 인터뷰 동영상을 다수 볼 수 있다. 40여년에 걸쳐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를 연구한 사람의 노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는 마치 천동설이 지동설에 자리를 내준 것처럼 언젠가는 주류 정신의학계에서도 비일상적인 의식 상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분은 첨부파일을 참조하기 바란다.

 

• 『영원의 철학』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도 약물을 통해 초월적인 의식상태를 경험했으며, 이를 통해 책을 쓰는데 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한 『신의 지문』이라는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진 그레이엄 핸콕(Graham Hancock)도 아마존에서 자라는 식물의 추출물인 아야와스카(Ayahuasca)라는 천연 환각제를 통해 초월적 의식 상태를 경험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부터 아메리카 인디언에 이르기 까지 많은 샤먼이도 천연 환각제의 도움을 받아 초월적 의식 상태를 경험한 후 이때 얻은 예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고 한다. 저자도 이런 오랜 전통을 알고 있는 가운데 과거 샤먼들이 경험했던 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 YouTube에서 저자의 강연 및 인터뷰 동영상을 다수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아래 캡춰한 동영상은 저자가 이 책의 내용을 해설한 것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감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