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분야

데이비드 봄의 『창조적 대화론(On Dialogue)』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3-27 17:11
조회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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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

역자: 강혜정

출판사: 에이지21(2011)

    

 

목차 

1.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2. 대화에 대하여

3. 집합사고의 본질

4. 문제와 역설

5. 관찰자와 피 관찰자

6. 유보, 육체, 자기수용감각

7. 참여형 사고와 무한

 

 

<북 리뷰: 진정한 대화란 무엇인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대화(dialogue)와 소통(communication)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대화와 소통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치인, 관료, 기업총수 및 각계의 지도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이구동성으로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지만 대화와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그리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메일과 문자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매체들을 이용한 소통이 상당한 대중화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대화와 소통의 본질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올바른 지식과 건전한 상식을 공유하는 데 있는 것이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소통의 양적 증가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뛰어난 양자물리학자이면서 물리학계의 이단아였으며, 달라이 라마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와 같은 사상가들과도 교류했던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On Dialogue』(“창조적 대화론”으로 번역되었음)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이 책은 200쪽이 조금 넘는 작은 책이기에 누구나 마음먹으면 완독하는 데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분량이 작다고 해서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화와 소통에 대한 저자의 깊은 통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의 통찰은 양자물리학자로서 우주만물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이에 대한 철학적 해석에 바탕으로 두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 책은 모두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2장은 “대화에 대하여”, 3장은 “집합사고의 본질”, 4장은 “문제와 역설”, 5장은 “관찰자와 피 관찰자”, 6장은 “유보, 육체, 자기 수용 감각”, 7장은 “참여 형 사고와 무한”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데 저자는 각 장에서 독특하고도 의미심장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데이비드 봄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들의 어원(語源)을 추적한 후, 원래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이 점은 그의 다른 저서인 『전체와 접힌 질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통이나 대화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에 의하면 소통이란 “뭔가를 공통된 것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즉, 정보나 지식을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가능한 정확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행위가 바로 소통인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정보나 지식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공유함으로써 모두에게 유리한 모든 것들이 소통의 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그에 의하면 대화란 “말의 의미가 서로 통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대화는 반드시 두 사람 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도 있으면 혼자의 경우에도 가능하다. 이른바 자기 자신과의 대화도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화는 정해진 주제가 없더라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대표적인 방식에 해당한다. 봄은 소통 가운데서도 대화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해 책의 상당부분을 대화의 과학적, 의미론적 측면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은 2장을 위한 보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에 의하면 대화의 목적은 자신의 주장이나 가정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주장이나 가정에 대한 판단을 유보(留保)한 가운데 이러한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의식(意識)이 어떻게 사고를 유발하고 이로부터 어떻게 의미가 형성되어 갈등을 유발하며 결국 어떻게 사회를 파편화(fragmentation)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덧붙여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의미를 면밀하게 관찰함으로써 보다 높은 차원의 의미를 공유하는 데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것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기존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대화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결과란 모두가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대립적이고 파편화된 상황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으며 각자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에 참여하고 있다는 확장된 의식을 공유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본다. 

 

그의 관점에서 우리사회의 현실을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그 어느 분야를 봐도 그가 말하는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두들 자기주장이 옳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조차 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유보하지 않는 가운데 여과 없이 마구 토해냄으로써 대화의 형식을 빌리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화의 가능성을 말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이비 대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진정한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우리사회가 진정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조 사항: 첨부파일에 관하여> 

대화에 대한 저자의 철학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첨부파일을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에는 각 장의 핵심 메시지와 필자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있다. 이 파일을 통해 대화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우주만물로 확대된 저자의 특유한 철학적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진정한 대화는 상대방이 사람에 국한되지 않으며 자기 자신과의 대화 나아가 우주만물과의 대화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