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애튼버러경 인터뷰 동영상
기후변화의 진위에 관한 논쟁은 이제 더 이상 불필요하다.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비롯한 여러 온실가스가 초래하는 온실효과로 인해 이미 지구온난화는 상당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무엇보다도 먼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은 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현재는 중국 다음 세계 2위지만, 얼마 전까지는 1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국가별로는 세계 8위로서 전 세계 배출량의 2%를 차지했고, 1인당으로는 세계 6위의 배출국으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두 나라의 협력 없이는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정부도 그린 뉴딜정책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순제로(net zero)’의 실현을 목표로 설정하였지만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여기 소개하는 동영상은 1968년 9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방송중인 미국 CBS의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Sixty Minutes)>에서 영국의 보물(national treasure)로 칭송 받고 있는 탐험가이자 방송인인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 1926~)경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애튼버러경은 영국 공영 텔레비전 방송사 BBC에 입사한 후 지구 곳곳의 다양한 생명체들의 경이로운 삶의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름 제작을 주도하고 직접 해설을 맡았으며, 관련된 책을 출판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가 처음 참여했던 <지구의 생명(Life on Earth)> 시리즈와 이후 제작된 <행성 지구(Planet Earth)> 시리즈는 그야말로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필자는 그가 열대우림, 초원, 사막, 근해, 심해. 극지방을 비롯해 지구 구석구석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삶을 친근한 목소리로 해설한 경이로운 영상을 감명 깊게 보았다.
애튼버러경은 28세부터 최근까지 거의 70년 동안 보르네오의 열대우림을 비롯해 지구 곳곳을 탐사하면서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이 어떻게 파괴되어왔는지, 야생동물들이 어떻게 서식지를 잃고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직접 목격한 증인이다. 예를 들어 그가 20여 년 전에 탐사했던 오스트레일리아 해변의 산호초(coral reef)는 장관을 연출하면서 동시에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같은 해안을 탐사했을 때 그가 발견한 것은 산호초의 무덤이었다. 기후변화로 바다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산호초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고, 이로 인해 바다의 생태계가 회복 불능 상태로 파괴된 것을 목격했다. 지구의 야생과 동식물들을 오랫동안 관찰해왔고 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노 탐험가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연유로 애튼버러경은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깊은 우려의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와 책을 출시했다. 오랜 세월 지구의 야생세계를 탐사해온 그로서는 더 이상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인터뷰는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충만한 그의 생애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A Life on Our Planet)>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해서 다루고 있다. 그는 이 필름에서 자신의 말은 증인 진술(witness statement)이라고 비장하게 선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으므로 화석연료를 신속하게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며,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를 위해 국제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그가 글로벌 리더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 <A Message to World Leaders(https://youtu.be/fyYpExl8AJU)>를 보면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것은 지구를 위해, 그리고 후손들을 위해 천만다행한 일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애튼버러경의 입장은 단호하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자연을 구하면, 자연이 우리를 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서 생명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 곧 인류를 구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저지하고 원래 자연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는 지구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공조해야 하는 긴박한 시점임을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그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튼버러경이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해설을 맡은 최신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를 꼭 감상하였으면 한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음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