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영학 분야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Sacred Economics)』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2-22 10:30
조회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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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찰스 아이젠스타인(Charles Eisenstein) 

역자: 정준형

출판사: 김영사(2015)

 

 

목차 

1부 분리의 경제학

1. 선물의 세계

2. 결핍이라는 현상

3. 돈과 정신

4. 재산의 문제

5. 공유자원의 시체

6. 고리대금의 경제학

7. 문명의 위기

8. 전환의 시대

2부 재통합의 경제학

9. 가치의 이야기

10. 순환의 법칙

11. 공유자원의 화폐

12. 역이자의 경제

13. 정상상태·역성장 경제

14. 사회배당금

15. 지역화폐·보완화폐

16. 선물경제로의 전환

17. 요약과 로드맵

3부 새로운 경제를 사는 법

18. 선물문화의 재학습

19. 축적하지 않는 삶

20. 올바른 생계수단과 신성한 투자

21. 선물 속에서 일하기

22. 공동체와 측정 불가능한 것

23. 새로운 물질주의

 

 

<북 리뷰: 화폐경제의 대안으로서 선물경제의 가능성> 

★ 저자 소개 및 책의 배경

저자 찰스 아이젠스타인(Charles Eisenstein)은 1967년생으로서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과 수학을 전공한 후 다양한 사회 경험을 거쳐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몇 권의 진지한 사색을 요하는 책을 출간한 저술가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 열정적으로 대중 강연을 하고 있는 지식인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제목이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주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특별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간단히 살펴보는 정도로 그치려 하였다. 더구나 저자는 이미 출간한 『The Ascent of Humanity』(2007)를 통해 상당히 주목을 받았던 신예 사상가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라 저자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문명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담론(談論)과 관련되어 있는 가운데, 다른 저서들과는 달리 물질적 측면 내지 경제적 측면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돈의 문제’, 나아가 넓은 의미에서 ‘화폐시스템의 문제’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동시에 저자의 구상이 너무도 방대하기에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아가 오늘날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에 누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심각한 경제문제들―변동성의 심화, 불평등의 악화, 경제성장의 둔화 등―에 대한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저자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결코 이런 경제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선물경제(gift economy)를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였던 마르셀 모스(Marcel Mauss, 1872~1950)가 저서 『증여론』에서 북미 인디언과 폴리네시안들의 삶을 분석하면서 선물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래 이 개념을 현 시대의 분석에 적용한 것은 저자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선물경제의 아이디어는 인터넷 시대에 매우 의미 있는 제안이기에 한번 쯤 깊이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앞으로는 제로성장 내지 마이너스 성장도 감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성장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경제성장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던 배경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기존의 화폐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역이자 화폐시스템’ 또는 ‘자유화폐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데카르트와 뉴턴식의 기계론적 세계관과 이원론이 지배해온 서구의 정신적 전통이 이제는 더 이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는 분리된 자아의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태계를 포함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장된 의식을 갖기를 촉구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프리초프 카프라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김용호의 『제3의 눈』, 톰 하트만의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 데이비드 봄의 『전체와 접힌 질서』 등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의 물질적 삶의 토대를 이루고 있기에 결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경제 현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로서 ‘선물경제’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앞에서 언급한 다른 책들은(리프킨의 저서는 제외) 과학과 종교라는 두 개의 분야를 중심축으로 하면서, 인간의 정신적 측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핵심을 논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인식해야 하는 ‘문명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프라의 책에서는 경제학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다루었지만 저자만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김용호의 책은 서구과학과 동양종교를 핵심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명의 전환에 우리가 어떤 자세로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경제현실에 근거해서 논의를 전개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그만큼 저자가 현실의 물질적인 삶을 존중하는 가운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인간적인 면을 드러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물질과 정신을 분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우월한 것으로 간주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에서 그는 매우 솔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핵심 메시지에 대한 평가: 선물경제의 가능성

오늘날 자본주의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서구 여러 나라들의 200여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의 전개과정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오랜 세월 동안 경제성장률은 1% 안팎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던 반면 자본수익률은 줄 곳 4~5%를 유지해왔다. 이로 인해 소득과 부는 자본을 가진 계층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형성되어 왔으며, 이런 추세는 최근 슈퍼경영자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의 우울한 전망에 의하면 향후 불평등이 더욱 악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자본주의는 내부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고유한 속성인 끊임없는 경쟁으로 인해 여러 분야에서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이윤의 원천이 고갈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본주의 기업들의 존립 기반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그리고 물류 인터넷을 통합하는 사물 인터넷의 발달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되고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더 이상 중심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가운데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공유경제가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가 예측하는 미래에는 자본주의 기업이 명맥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유경제가 선도하는 혼합경제체제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본다. 그의 주장이 그대로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공유경제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찰스 아이젠스타인이 말하는 선물경제는 공유경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 문제를 무엇보다도 돈, 즉 화폐에서 찾는다. 현재와 같이 이자를 기반으로 하는 화폐시스템은 무한히 계속되는 성장을 전제로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지구의 자원이나 생태계의 수용능력을 감안할 때 이것은 불가능한 명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화폐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이런 무리한 시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현재 기후변화에서 느끼는 것과 같이 인류의 파국이다.

 

그는 돈의 가치저장기능으로 인해 사람들은 축적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흔히 고리대금으로 불리는 이자율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극심한 부의 집중과 함께 불평등을 초래한 것으로 본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돈은 “모든 것은 소멸한다”는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유일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와 같이 단지 보유하기만 해도 이자가 붙는 화폐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축적에서 순환으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거의 ‘분리된 자아’에서 ‘연결된 자아’로 의식의 전환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인간과 생태계를 분리해 자연을 인간이 정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았던 분리의식마저도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를 위한 기본 전제로 저자는 새로운 화폐시스템을 제안한다. 이것은 자유화폐시스템 또는 역이자 화폐시스템으로 불리는 것으로 이 제도 하에서는 축적보다는 순환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자율이 마이너스인 상황, 즉 돈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축적의 유인은 사라지고, 돈이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순환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 만약 저자의 예상이 맞는다면 이는 경제의 작동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역이자 화폐시스템은 저자가 주장하는 선물경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저자의 고유한 아이디어라기보다 이미 여러 선구자들이 제안한 것을 선물경제와 통합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선물경제의 아이디어는 매우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과거 우리는 대부분의 거래를 선물(gift)로 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선물을 주고받는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수많은 프로그램들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그 증거에 해당한다. 이런 의미에서 선물경제는 기존의 돈의 기반으로 하는 상업적 거래를 대신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효과적인 거래방식인 것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선물경제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젠스타인의 주장에는 경제학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서 그의 주장에는 매력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경제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기에 어떤 난제가 등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정교한 이론적 증명이나 사회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철저하게 검증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인간적인 호소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화폐시스템의 전환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의 제안이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현재 글로벌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금융자본 세력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화폐발행권을 모두 회수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 가운데는 현재 자본주의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고 본다. 토마 피케티나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그가 주장하는 선물경제의 아이디어를 널리 실행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지금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협동조합 운동을 잘 조직하고 조합들 간의 연계를 강화한다면 단순히 조그만 공동체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선물경제의 정신을 널리 보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사족이지만, 이 책의 원제인 ‘신성한 경제학(Sacred Economics)’보다는 오히려 ‘신성한 경제(Sacred Economy)’가 제목으로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론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분리의식을 극복한 새로운 경제, 확장된 자아와 양립할 수 있는 경제에 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참조 사항: 첨부파일과 동영상에 관하여>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이에 대한 필자의 코멘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첨부파일을 참고하기 바란다. 파일이 다소 크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해 진진하게 고민하고 싶은 분들은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YouTube에서 이 책과 관련해 저자가 행했던 여러 강연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다음 링크를 추천한다: https://youtu.be/hARv0UNjrQE

이 책과 함께 저자의 강연 동영상을 보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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