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영학 분야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3-24 13:51
조회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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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역자: 김선영

 

 


목차
1. 탐욕의 꿈
2. 채권의 득세
3. 거품 만들기
4. 위험의 도래
5. 절대 안전자산
6. 제국에서 차이메리카(Chimerica)로
후기: 화폐의 강등

 

 

 

<북 리뷰: 화폐의 등장과 금융자본의 진화>
★ 저자 소개 및 책의 개요
저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영국 출신의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서 경제사를 전공했으며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여러 경제 포럼이나 토론의 단골 출연자로서 풍부한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사의 쟁점들에 대해 나름 새로운 견해를 밝혀왔다. 예컨대 그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으며 향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중국의 우의를 점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원전 3000여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신용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금융사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세계의 역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설명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친화력이 있다 하겠다. 저자 특유의 해박함과 여유가 문장마다 배어있는 듯하다. 저자의 다른 저서 『시빌라이제이션』(2011)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듯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는 탁월한 솜씨를 가진 것 같다.

 

고대의 원시적인 신용거래에서부터 현대의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금융사 전반을 다루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단, 1998년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사태를 비롯해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 차원의 대재앙을 불러일으킨 원천인 파생금융상품의 출현과 발달과정에 대한 역사적 분석이 미흡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천위루의 『금융으로 본 세계사』(2014)와 함께 읽으면 금융의 관점에서 세계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 금융시장 진화의 역사: 화폐의 부상(浮上)과 강등(降等)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주화가 등장한 이래 화폐가 어떻게 경제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는지, 즉 국민경제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서 금융이 어떻게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는지 소상하게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중세 이래 유럽의 여러 소규모 국가들 간에 치어진 수많은 전쟁은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의 발달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11세기 이래 수 세기 동안 진행된 여러 차례의 십자군 전쟁을 치르면서 뜻밖에 금융이 발달하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금융의 결정적인 발전 계기는 채권시장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저자는 채권을 화폐 부상(浮上)의 제1 원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저자는 화폐의 등장과 부상이라는 맥락에서 금융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원제목이 “The Ascent of Money(화폐의 부상)”인 이유다.

 

채권의 등장은 금융시장에 엄청난 변동을 가져왔다. 단순히 신용거래를 넘어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다양한 채권을 거래한다는 것은 금융시장이 성장하기 위한 모든 요건, 즉 수익성, 안정성 및 유동성을 갖춘 자산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 말대로 채권의 탄생은 ‘화폐의 부상’을 알리는 두 번째 혁신인 것이다. 이런 자산이 대량으로 거래될수록 화폐의 중요성은 더욱 드러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거래 가능한 자산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화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특히 채권시장은 모든 시장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자산의 수익률 결정과정에서 채권시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이다.

 

채권시장이 가장 먼저 발달한 것은 영국이었으며 당시 런던에 거주하던 네이선 로스차일드(로스차일드 가문의 원조인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의 3남)는 채권시장을 통해 금융의 제왕으로 성장했으며 향후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강한 경제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은 여러 전쟁에 개입해 왕실의 채권발행을 대행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자신들의 자금을 빌려주기도 하면서 채권시장의 발달과 함께 자신들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19세기 중반부터 약 150여 년에 이르는 지금까지 적절한 복리 수익률을 적용한 결과 이 가문의 자산이 수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비록 그의 추정에는 상당한 오차가 있지만, 이 가문이 여전히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오래 전부터 채권시장이 규모가 다른 자산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주로 채권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다음으로 화폐의 부상에 기여한 것은 주식회사와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시장의 등장이다. 이 방면에서는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를 설립한 것도, 최초의 증권거래소를 개설한 것도 네덜란드였기 때문이다. 비록 역사적으로 미시시피 거품이나 남해 거품 그리고 최근에는 닷컴 거품 등 수많은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과정을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 많은 충격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시장과 여기서 거래되는 주식은 인류가 발명한 획기적인 상품으로 영원이 존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 또한 화폐의 부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한 가지 특기할 사항은 주식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유한책임은 후일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회사법이 제정된 이후에 보편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400여 년 전에 고안된 주식회사와 유한책임회사, 그리고 회사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주식시장은 실로 경이로운 제도였다. 비록 거품의 원천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금융사기와 작전의 온상이기도 하지만 주식회사와 이에 기반을 둔 증권시장은 금융의 발달과정에서 불가결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주식회사가 없으면 현대적 의미의 금융으로 성장할 수도 없었다. 주식회사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이 점은 원칙적으로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단, 투기적 자본이 우월한 정보와 자금력을 이용해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말이다.

 

1971년 8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이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래 환율의 변동폭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로 인해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금융파생상품들이 고안되었고 널리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후 본원증권으로서 채권과 주식은 더욱 중요한 금융자산으로 평가 받게 되었다. 단, 파생상품의 거래규모가 지나치게 커짐에 따라 채권시장이나 증권시장 자체의 상대적인 비중이 작아진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했다. 이런 부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 발생한 것이 바로 2008년 금융위기인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점에 대해 충분히 언급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저자가 경제사학자라서 이 분야(금융공학과 시장효율성)에서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입장에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 이어 저자는 보험시장과 부동산시장을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지만 앞의 두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지 않다. 저자 자신도 이 분야에서는 체계적으로 정리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두 시장을 논한 이유는 대부분의 금융위기가 보험이나 부동산과 무관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에게는 금융의 전개과정에서 이 두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정도로 인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향후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가 만든 조어가 ‘차이메리카’다. 저자는 300~400년 전만 해도 동서양의 1인당 소득은 엇비슷했었는데 그 후 현저한 차이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이 점은 앞에서 언급한 그의 저서 『시빌라이제이션』에 상세히 언급되었다. 저자는 그 주요 원인으로 서구에서 활발했던 재정 경쟁(financial competition)이 중국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즉 금융의 후진성이 중국의 침체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상당히 수긍할 수 있는 견해다.

 

20세기 들어 양대 대전을 치르고 IMF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통화제도가 형성된 후 상황은 많이 변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우위가 그대로 유지되었으나,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이중국가(dual country) 관계가 형성되면서 금융시장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달러가 기축통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자금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했던 대 비해 지금은 동양에서 서양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자금을 공급(채권 구입)을 하고 있는 현상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불편하면서도 서로 무시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 저자의 기본시각이다. 저자가 지적한 데로 이런 의존 관계는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저자가 이 책을 이야기를 풀어 가듯이 전개한 것은 저자 나름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문제를 비교적 쉽게 풀어나가려는 의도로 보았다. 이런 면은 저자의 다른 저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경제사 전공자로서 해박한 역사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단 여러 시장들을 나열해 설명하기 보다는 이들 시장들 간의 상호작용을 역사적 맥락에서 보완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예컨대 1971년 8월 15일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한 이후 이들 시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들 간에는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를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한 부분이 없는 점은 아쉽게 느꼈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각종 규제가 완화된 이후 이들 시장 간에는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 금융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또한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원제가 의미하듯이 ‘화폐의 부상’, 즉 화폐로 대변되는 금융 행위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세계를 주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참조 사항: 첨부파일과 동영상에 관하여>
화폐의 등장, 은행의 등장,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출현 등으로 이어지는 금융사에 대해 저자는 나름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첨부파일에는 각 장의 핵심 메시지와 필자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있으니 세부적인 사항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이 파일을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뛰어난 이야기꾼인 저자가 “The Ascent of Money"라는 제목으로 해설을 맡은 동영상을 다음 URL 링크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4시간에 걸친 긴 동영상이지만 금융사를 개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fsrtB5lp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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