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영성 관련

존 설: 우리가 공유하는 조건-의식(Our shared condition-consciousness)

작성자
이영환
작성일
2016-09-07 00:42
조회
404

이번에 소개할 동영상은 철학자 존 설(John Searle, 1932~)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한 TED 강연이다. 설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의 철학교수로서 언어철학, 심리철학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설에 대해 더 이상 아는 바가 없기에 상세하게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한편 최근 레이 커즈와일이 쓴 『마음의 탄생』(2013)을 읽다가 설이 인공지능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인공지능에 해당하는 이른바 강인공지능에 대해 설은 "중국어 방"사례로 알려진 논증을 통해 강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커즈와일은 설의 논증 자체가 출발부터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이야기는 여기 수록한 동영상과는 무관하지만 인간의 의식과 지능에 관한 논의에서 설이 차지하는 위상을 나타내는 것 같아 언급한 것이다.

 

설은 대부분이 물리학자인 CERN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5분에 걸쳐 "의식 문제"에 대해 매우 열정적으로 자신있게 말한다. 그는 의식은 분명히 존재하는 실체임을 강조한다. 유물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의식은 환상(illusion)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설은 의식은 뇌에 저장된 컴퓨터 프로그램도 아니며, 행동주의자들이 주장하듯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 세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에도 반대한다. 아무튼 설은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제1 명제에서 말하려던 것은 생각하는 주체로서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렇지만 설이 데카르트와 같이 이원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유물론자와 같이 일원론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설은 이른바 유명한 "마음-몸 문제(mind-body problem)"는 의식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설은 의식은 네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 의식은 실재적이며 환원 불가능하다. 둘째, 의식은 뇌의 (전기·화학적)과정에서 유래한다. 셋째, 의식은 뇌에 존재한다. 넷째, 의식은 인과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면서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의식은 생물학적 현상(biological phenomenon)이라고 단언한다. 즉, 의식은 소화, 광합성, 세포 분열, 담즙 분비 등과 유사한 생물학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도 의식은 뇌의 부분(신경세포 하나하나)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물의 축축한 성질은 물 분자 하나하나(H2O)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른바 창발성(emergent property)를 말한다.

 

필자는 설의 주장에 대해 찬반을 논할 입장에 있지 않다. 무엇보다고 그의 연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동영상을 소개하는 이유는 짧은 강연이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설이 주관적인 현상이라고 해서 객관적인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반박한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까지 과학에서 주관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배제했던 의식 문제를 이제는 "의식의 과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무엇을 논할 수 있겠는가?​ 이번 동영상도 영어와 한국어 가운데 원하는 대로 선택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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